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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심동녘 박사- 산업적 특성 고려한 소프트웨어 융합은
혁신성장을 위한 훌륭한 수단이자 도구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심동녘 박사- 산업적 특성 고려한 소프트웨어 융합은
    혁신성장을 위한 훌륭한 수단이자 도구

  급속한 노령화와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 등으로 세계 각국은 의료 시스템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촉발시킬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소프트웨어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융합된다고 해서 무조건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심동녘 박사는 “산업적 특성에 맞는 전문지식을 쌓고 사회문제의 우선순위를 식별한 후 소프트웨어를 보조적인 수단으로 접목시켰을 때 실패 확률을 줄이고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소프트웨어 융합 산업

  정책관점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은 좁게 보면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IT서비스를 중심으로 타산업과 구분되는 독립적인 SW산업과, 타 산업에 소프트웨어가 핵심요소로 내재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 산업으로 구분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타 산업에 소프트웨어의 융합이 확대되면서 소프트웨어 융합 신산업은 새로운 산업혁명을 촉발시키는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여러 산업군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 융합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하는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심동녘 박사는 소프트웨어 융합 동향과 정책 연구, 국내외 사례 발굴 등을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 융합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연구영역 역시 방대해 졌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특히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어떠한 신산업과 신사업이 등장할지 예상할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 소프트웨어 융합은 제조업, 농업, 양식업과 같은 전통산업에서부터 자율주행자동차와 같은 ‘파괴적 혁신’에 이르기까지 산업간의 경계를 허물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소프트웨어 융합 산업은 온실 속 화초와 같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화초에 어떠한 여건을 마련하고 재배하느냐에 따라 생육정도가 확연하게 차이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이때 온실은 정책을 의미하고 어떻게 정책을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신산업은 활성화 또는 위축의 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심 박사는 “최근에 목격하는 소프트웨어 융합 산업은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불확실성’과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서비스의 출현과 확산에 대한 ‘기대감’이 큰 산업이기 때문에 정책 연구 역시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 상상이상의 부가가치를 실현하는 열쇠

  소프트웨어를 접목한 서비스는 다양한 산업에서 나타난다. 이중 두각을 나타내는 산업은 농업, 어업 등 1차 산업이다. “1차 산업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부가가치 창출과 생산성 제고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소프트웨어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하는 심동녘 박사는 대표적인 사례로 노르웨이의 양식업체 아크바(AKVA)사를 예로 든다. 가두리 양식기자재와 소프트웨어를 하나의 패키지형태로 제공하는 아크바는 치어관리에서부터 사료급여, 수온관리, 유통 등 양식업 전과정을 소프트웨어로 시스템화, 최적화시켜 만의 하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할 뿐 만 아니라 소수의 인원을 제외하고 모든 공정을 무인자동화로 운영하고 있다.

  “사람의 손으로 수온을 체크하고 사료를 주는 우리 양식시스템과는 180°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아크바의 사례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스마트화 돼 있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우리나라에서도 혁신적 시도는 일어나고 있다고 귀띔한다. 농업의 경우 KAIST 출신 공학도들에 의해 2013년 설립된 ‘만나CEA’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자체개발한 스마트 농장시스템을 통해 재배되는 작물을 판매하고 농장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만나CEA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농업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적지 않았다. 동부그룹에서는 2012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첨단유리온실단지를 완공하고 연간 100억원 규모의 토마토를 재배해 일본으로 수출하려 했으나, 해외수출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내수시장을 잠식 할 가능성을 우려한 농민단체의 반발로 사업이 중단되었다. LG CNS의 경우 2022년까지 새만금 산업단지에 23만 평 규모의 토마토·파프리카 등 ‘스마트 바이오파크’를 구축하려 했으니 역시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녹녹치 않은 상황이다. 만나CEA 역시 데이터 드리븐(Data-Driven)한 유통시스템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했으나 유통관련 이해당사자들과의 충돌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기술과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과 기존 농민단체와 같은 이해관계자간의 충분한 소통과 공감이 없다면 충돌과 마찰은 불가피하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이러한 충돌이 장기화 되는 것은 신산업의 출현과 이를 통한 가치 창출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덧붙였다.

▶ 스노우볼 효과로 터닝포인트 만들어야

  “각종 규제들로 말미암아 새로운 소프트웨어 융합 서비스들이 시행착오를 경험할 수 있는 장(場)이 없기 때문에 기술발전의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소프트웨어 융합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들은 출시되자마자 완벽하게 운영될 수 없다”며 “백 명을 위한 서비스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점이 천 명, 만 명일 때는 발생할 수 있으며 사용자가 확대되면서 예상치 못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행착오의 과정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시 말해 문제해결 능력이 커질수록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고 산업의 발전 속도가 빨라져 스노우볼 효과(Snowball Effect)로 연결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산업에 대한 사전규제 강도와 진입장벽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신산업·신사업에 스노우볼 효과를 발생시키고 이 작은 변화가 혁명에 이르는 ‘터닝포인트’로 연결되기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혁신성장은 인식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심동녘 박사는 “수요자들이 양질의 정보서비스를 값싸게 제공받거나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제품들의 효용을 만끽하면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경이로움과 편리함, 향상된 삶의 질을 느끼게 된다면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니즈는 더욱 커질 것이고 규제완화와 탄력적 성장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신산업 진입의 장벽 ‘규제’

  해외의 소프트웨어 융합 서비스 사례를 발굴하면서 중국의 사례가 가장 흥미로웠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과거 모조품의 천국으로 불렸던 중국은 미비한 법령과 국가의 낮은 통제 의지로 비난을 받아왔으나 이러한 낮은 규제수준이 신사업과 혁신적 서비스가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기회’가 되었다”며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머뭇거리고 있는 원격의료가 중국에서는 의료인과 환자간의 원격진료를 비롯해 원격자문컨설팅까지 허용되며 ‘주이(就醫)160’,‘종퉈방(眾托幫)’과 같은 인터넷 전문병원도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며 규제 제로(zero) 중국의 혁신적 사례를 소개했다.

  실제 의료는 4차 산업혁명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고 있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고령화와 의료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원격의료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심 박사의 설명처럼 규제 없이 질병·유전체 데이터를 얼마든지 모을 수 있기 때문에 2016년부터 ‘빅데이터 육성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의료계의 4차 산업 빅뱅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우리정부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 도입으로 발생될 부작용을 사전에 모두 대비해야 한다는 강한 인식 때문이다. 물론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예상할 수 없는 문제점까지 걱정하면서 진입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들어서지 못하게 될 것이다.

▶ 비정형데이터의 활용가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이 3가지는 각각 다른 기술로 해석되지만 결국 한 몸이다. 센서나 IoT 기술을 통해 우리는 기존에 수집하지 못했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되고, 수집된 데이터들은 빅데이터화되어 AI, 머신러닝 기술을 이용해 분석돼 우리에게 유용한 정보서비스로 제공된다.

  “의료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분석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위의 3가지 요소들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심동녘 박사는 “특히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개별 병원의 의료데이터를 서로 공유하여 빅데이터화 하는 것이 어렵다”고 지적하며 “익명화된 의료데이터를 공개하고 정형화시켜 연구자간에 공유할 수 있다면 보다 발전되고 다양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규제수준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점도 적지 않기 때문에 의료산업에서의 소프트웨어 융합은 더 예민하고 접근이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말한다.

▶ 소프트웨어는 가장 훌륭한 ‘보조수단’

  모든 산업은 개별 산업을 구성하는 지식특성과 차별적 요소, 문화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하나의 열쇠로 미래의 문을 열 수 없다. 소프트웨어 융합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제아무리 훌륭한 기술이 있어도 산업적 특성과 수요시장을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심동녘 박사는 “소프트웨어 융합 신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산업별 전문지식(domain knowledge)을 알고 가치사슬에서 소프트웨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심 박사는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줄 만능열쇠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소프트웨어는 문제해결을 위한 ‘보조적 수단이자 도구’이지 ‘도깨비 방망이’는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농업, 교통, 의료 등 사회·산업 현안별 전문지식과 문제점에 대한 공감능력을 키워 놓고, 이러한 문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해결책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소프트웨어는 매우 훌륭한 도구가 될 수는 있지만, 정형화된 특정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여러 사회·산업 현안에 획일적으로 접목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갈수록 격화되는 4차 산업혁명으로 여러 가지 긍정적, 부정적 효과들이 혼재되어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하는 심동녘 박사는 “기술혁신에 따른 신기술, 신제품, 신서비스 등 신수요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생산현장에서 노동력을 대체하여 자본투입을 늘리는 자본 편향적 생산방식과 고숙련 일자리는 증가하되 저숙련 일자리가 줄어드는 숙련 편향적 경제발전 등 부정적 효과들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심 박사는 올해부터는 복합적인 경제시스템 속에서 소프트웨어 융합 신산업의 효과를 분석하고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발굴하는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대는 촉발되었으며, 소프트웨어 융합 서비스는 이제 고부가가치 창출과 신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심동녘 박사는 “쇠퇴해가는 마차 산업을 지키기 위해 35년간 적기조례라는 규제를 만들어 자동차 산업의 패권을 빼앗기게 된 영국과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산업·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제완화와 수용적 자세를 통해 산업성장의 터닝포인트를 만들고 진행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은 그때그때 해결 및 보완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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