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이창훈 신임 분원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위치한 방사선 의과학단지는 수년 내로 ‘동북아시아 최대의 첨단 방사선의과학 융합 클러스터’가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인 기회이자 밝은 미래”라고 강조하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동남권 방사선 의학과산업단지의 핵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의 힘을 모으고,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모두에게 인정받는 의료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본고에서는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을 이끌게 된 이창훈 신임 분원장을 만나 설립 취지에 맞춰 새롭게 혁신할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미래 발전 방향과 정체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의 과학기술 특성화병원으로서 전문적인 암 진료를 시행하고 첨단 의생명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여 실용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중 병원은 공공의료 안전망 역할을 충실히 하는 동시에 암 치료 최신 기술을 접목하고 전 병동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운영을 비롯하여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신속한 도입을 통해 국민을 최우선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또 다른 핵심기관인 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지역의 대표적인 특수 재난 의료대응 기관으로서,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만일에 대비하여 방사능 사고 및 재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방사선영향클리닉을 운영하며 방사선 작업 종사자의 피폭 및 정밀 검진을 시행하고 있으며 원전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건강증진을 위하여 방사선 교육과 의료봉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 2023년 12월, 방사선의학실용화센터 개소를 통해 방사선과 바이오의 융·복합을 통해 첨단 암 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시설을 보강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과 공유하는 개방형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과학기술 실용화와 의사 과학자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신임 원장님으로 선임되신 배경과 방사선의학과의 인연이 궁금합니다.

  한국원자력의학원에 30년을 넘게 근무하면서 제 청춘을 보냈으며 누구보다 의학원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원자력의학원은 제 삶의 든든한 지지대였고, 과분하게도 제 노력 이상의 결실을 제게 주었습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자리는 원자력의학원이 제게 준 마지막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제가 주도하여 아시아에서 두 번째, 우리나라 최초로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사이버나이프를 도입했습니다. 사이버나이프가 전신 정위방사선수술을 할 수 있어 암병원인 우리병원에 꼭 맞는 장비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신경외과와 방사선종양학과 의무직으로 준비팀을 구성하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이버나이프 센터를 독립부서로 구축하였습니다. 2002년 6월부터 환자치료를 시작한 사이버나이프는 뛰어난 치료 효과와 편의성으로 연구와 치료에서 전신정위방사선수술의 새 시대를 열었고, 의학원의 경쟁력 개선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외부적으로도 대한뇌종양학회 회장과 대한방사선수술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방사선과 동위원소 등을 활용한 우리나라의 신경종양학 연구와 진료를 선도하였습니다.

▶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차별적으로 추진하는 주요 사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가 기장에 와 보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대한 지역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더 경쟁력 있는 기관이 되어 지역 주민들에게 기여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우리 의학원은 지역민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지킬 수 있도록 필요 과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응급실을 의료진을 보강해 운영하고 있고, 2024년 기장군과 협력하여 성공적으로 심뇌혈관센터를 개소하여 목숨이 위태로운 환자를 빠르게 치료하고, 질환을 예방함으로써 지역민이 골든타임을 사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는 단일지역에 암 전문병원이자 연구기관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꿈의 암 치료기인 ‘중입자가속기’, 방사선 신약 생산시설인 ‘연구용원자로’, 방사선 기술을 활용하는 ‘파워반도체 상용화센터’, 그리고 동위원소융합 연구기반시설이 집결되는 동북아시아 최대의 첨단 방사선 의과학 거점 단지로 급부상할 예정입니다.

  우리 의학원은 동남권 방사선의과학단지가 방사선치료의 메카로서 지역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서울대병원이 추진 중인 중입자가속기와 협업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방사선의과학단지에 곧 가동되는 방사선 신약 생산시설인 연구용원자로 등을 활용하여 암 진단과 치료 기술을 선도하는 ‘암센터 및 연구센터’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할 계획입니다.

▶ 취임 후 현재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이며, 이러한 사업들이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발전과 역할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요?

  의료사업의 특성상 경영에 어려운 환경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는 서서히 합의를 통해 해결될 것으로 생각되며, 의료기관들은 당장 어려운 환경을 탈피하기 위하여 경영개선에 매진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이미 다양한 경영개선 아이디어를 도출했으며, 직원들을 설득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더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물론, 새로운 도전과 조직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수한 의료진을 충원하여 역량을 보강하고 필수진료를 보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진료공간과 시간에 대해서도 환자를 위한 개선책을 찾을 예정입니다. 먼저 인공지능 혁신의료기술(AI 판독) 등의 정부 시책을 발 빠르게 도입하여 공공의료로서 시범사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도울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연구비 축소에 대응할 수 있도록 방사선의학 연구과제 수행시의 역할 분담, 공동 사업 기획 및 관리 등에 원칙을 세울 수 있도록 긴밀한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예정입니다.

▶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요?

  현재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잘하지 않는 다양한 암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복막암, 복막 전이 및 복막 재발암 치료법인 복강내 항암온열요법(HIPEC)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고, 대뇌동맥류 코일 색전술을 연간 50례 이상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암 냉동제거술, 인도시아닌 폐암 구역 절제술, 간암 방사선색전술 등 고난이도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들은 의사들의 환자를 위한 마음이 아니면 어려운 시도들입니다.

  이처럼 우리 의학원에서 잘하는 진료 분야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임기 동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우수한 의료진들이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도록 할 계획입니다. 특히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에 관한 연구와 진료에 대한 풍부한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연구와 진료 양쪽에서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혁신을 하고자 합니다.

  또 연구센터에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 기반 시설을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의사와 연구자가 협업하면 다른 기관에서 하기 힘든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임상에 적용되어 그 혜택은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갑니다. 서로 협조하여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할 예정입니다.

▶ 원전주변지역 주민을 위해 수행하는 의료서비스가 궁금합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및 방사성동위원소 이용진흥법 제13조의 3항에 따라 방사선 등의 의학적 이용 및 연구개발, 동남권역 방사선비상진료 업무 수행을 위해 설립된 공공의료기관입니다. 고리원자력발전소로부터 반경 5㎞ 이내에 위치하며 원전지역 주민에게 첨단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원전의 사회적 수용성 확대라는 미션을 갖고 있습니다. 지역민을 위해 세워진 공공의료기관인 만큼 지역민들의 요구에 맞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산 기장에는 일광신도시와 정관신도시에서 어린 자녀가 있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어 소아청소년과의 진료과목을 대폭 확대하고 공간을 확대하여 진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추가로 초빙하여 총 2명의 전문의가 진료하고 있으며, 기존 소아청소년과 진료뿐 아니라 소아암, 성장클리닉, 성조숙증클리닉, 아토피, 비염, 천식 등 알레르기클리닉을 추가하여 운영합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밤 9시까지 야간진료 및 영유아 검진을 시행하고 있으며, 입원실도 갖추고 있어 입원치료가 가능합니다. 또한 고령의 주민이 많아 오랜 진료 경험을 가진 정형외과 전문의를 초빙하여, 퇴행성 관절염, 인공관절치환술, 관절내시경수술 등을 제공하여 기장군민에게 우선순위가 시급한 진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결핵뿐 아니라 치매 적정성 평가에서도 최우수 등급인 1등급을 획득하였습니다. 고령자가 많아 치매 위험이 큰 지역의 환자들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울주군과 기장군 보건소와 치매검진사업 협약을 체결하여 치매 조기진단과 적기 치료 제공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인공신장실을 확대 운영하며 지역민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꼭 필요한 진료과목을 보강하고 있습니다.

▶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 성과와 협력사업이 궁금합니다.

  우리 의학원은 K-의료 인지도 상승에 맞추어 부산시와 공동으로 적극적인 의료관광객 유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제관광도시인 ‘부산’의 위상과 함께 부산시의 미래 성장동력인 부산형 의료관광을 선제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장과 해운대로 대표되는 ‘오션 힐링의 콘셉트’로 고부가가치 의료관광상품을 개발하여 지속적이고 공격적인 해외 시장 의료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세계적인 의료관광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해운대 및 기장 동부산 관광단지와 연계하여 스파와 힐링, 관광과 쇼핑이 연계된 웰니스 의료관광 신산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다년간 해외 협력사업에도 매진해 왔습니다. 현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 암센터와 야쿠츠크 북동연방대학교병원, 노보시비리스크 제2임상병원, 상트페테르부르크 암센터, 그리고 최근에는 몽골 4병원과 원격진료센터를 개소하여 많은 해외 환자들이 의학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또한 몽골 및 중국 시장을 확대하기 위하여 부산시 및 부산경제진흥원과 공동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원격진료와 치료방침을 제공하며 꾸준히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 동남권과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본원의 풍부한 경험과 인력 그리고 분원의 지리적인 특성과 인프라를 잘 활용하여 본·분원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이고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선, 병원 간에는 진료부서별로 본·분원 간 인적교류를 늘리기 위한 소규모 세미나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한다면 전문분야에서 지식을 교환함으로써 연구와 치료에 도움이 되고, 필수 진료과 부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진료 공백에 대처할 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연구센터는 본·분원이 방사선의학 연구과제 수행 시 역할 분담, 공동 사업 기획 및 관리 등에 원칙을 세우는 긴밀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미션에 부합하는 적정규모의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기초연구자 역시 의료기관의 미충족 과제 해결이 최우선 연구목표가 되도록 방향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또 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와 핫라인을 가동하고 역할을 격상하여 부·울·경 전체를 담당할 수 있는 거점센터로 키워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 끝으로 내부 조직원 및 외부 관계자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우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직원분들께 ‘온 세상에 자랑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진 전통 있는 기관에서 일한다’라는 자부심을 느끼라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에게는 1963년 방사선의학연구소 설립 이래 우리나라 방사선의학과 종양의학 연구를 선도한 60년간의 역사가 있습니다. 또 임랑이 고향인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님께서 대일청구권자금으로 포항제철을 세우셨듯이 원자력병원은 국내 최초의 암 전문병원으로서, 대일청구권자금으로 코발트방사선 치료기와 이동진료 버스 6대를 구입하여 전국 규모의 암 검진 사업을 최초로 시행하고,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자탄에 피폭됐던 재일 한국인들을 가장 먼저 챙긴 곳입니다. 그래서 “서울 정동에 가면 원자력으로 암을 고쳐주는 병원이 있다”라는 소문이 퍼지게 되었고, 우리 병원의 이름이 원자력병원이 되었습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지난 13년간 암 진료에 매진한 결과, 암센터로서 이미지를 각인시켜 환자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연구센터에서도 가속기 연구와 세포치료연구, 유전자 가위, 방사성 신약개발을 위한 시설 구축 등 연구 인프라를 착실히 구축해 왔습니다.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위치한 방사선의과학단지는 수년 내로 동북아시아 최대의 첨단 방사선의과학 융합 클러스터’가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앞에 놓인 기회이자 밝은 미래입니다.

  지금부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마음을 모으는 ‘조직 문화’의 힘이 필요합니다. 직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특정 직종만을 위하기보다는 언제나 의학원과 대한민국 공공의료의 발전을 염두에 두고 역량을 모아 주시기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산시, 기장군 등 대내외적으로도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많이 주셨습니다. 앞으로 더욱 활발한 소통과 협력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지속적인 많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따끔한 질책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