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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신형식 원장- 세계적인 분석과학 개방연구원으로 물꼬 터가는 ‘KBSI’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신형식 원장- 세계적인 분석과학 개방연구원으로 물꼬 터가는 ‘KBSI’

 

세계적인 분석과학 개방연구원으로 물꼬 터가는 ‘KBSI’
- 국가연구시설장비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 컨트롤 타워
-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분석과학 연구 및 국산장비 개발
- 국가 R&D 경쟁력 향상 위한 분석과학기술 공유 및 확산 

 

  새로운 분석기술이나 분석장비를 개발하거나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분석과학’은 기초과학의 토대가 되는 분야이다. 이러한 분석과학은 미래 기술의 발전을 견인하고 기초과학분야의 연구경쟁력을 높이는 근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나노미터보다 더 작은 초미시의 세계를 관찰하거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분석능력 및 분석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KBSI 신형식 원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분석능력 확보는 곧 최첨단 과학기술 능력을 보유하였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 연구원은 세계적 수준의 분석능력을 확보하고, 개방연구원으로서 국내외 연구기관, 대학, 기업에 이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 분석과학 전문가(Meister)의 산실, ‘KBSI’

신형식 원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KBSI)은 1988년 설립된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연구시설·장비 및 분석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과 ‘연구지원 및 공동연구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KBSI는 최첨단 연구장비와 우수한 연구인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기초연구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신형식 원장은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의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응용과학과 기술이 탄생하는데, 연구자와 첨단 연구시설과 장비, 그리고 이를 운영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3박자가 갖춰져야 국가 과학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KBSI가 다른 출연(연)들과 차별화된 점은 기초과학 연구지원과 공동연구 외에도 연구시설·연구장비의 국산화를 선도해 왔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과학기술 수준을 자랑하지만, 30여년 전만해도 모든 연구주체가 첨단 연구장비를 보유하기가 불가능했다. 이에 정부는 KBSI에 고가의 연구장비와 시설을 집적해두고 타 연구기관 및 대학, 기업체가 원하는 분석지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게 했다. 이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점진적으로 발전해 왔고, 국가 과학기술 R&D 예산이 점차 확대되면서 각 기관들은 자체적인 연구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KBSI 역시 ‘연구시설장비 국산화’라는 새로운 역할을 찾게 되었다”는 신형식 원장은 “연구지원이라는 고유의 업무 외에 그간 수입에 의존해왔던 연구장비를 직접 개발해 국산화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연구 인프라를 개선하여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해 왔다”고 소개한다. 최근 KBSI는 미세먼지와 노인성질환, 국가방사성동위원소 지도 작성, 코로나 바이러스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고난이도 연구를 수행하는 한편, 방사광가속기와 같은 국가 대형 연구시설의 구축과 운영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 R&R의 핵심은 대형연구시설의 구축과 운영

  신형식 원장은 2019년 5월 취임 직후 KBSI의 역할과 책임(R&R)을 새로이 수립하고 연구원 안팎으로 공유했다. ▷국가연구시설장비에 대한 종합발전 계획 수립 및 컨트롤 타워 역할 고도화, ▷분석과학 연구 및 장비 개발을 통하여 사회 문제 해결에 대응하기 위한 분석체계 구축 및 운영, ▷국가 R&D 경쟁력 향상을 위한 분석과학기술의 공유 및 확산 등 크게 세 분야 사업으로 구성된 R&R에는 KBSI를 세계적인 수준의 분석과학 개방연구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마스터플랜이 잘 녹여져 있다.

  “새롭게 짜여진 R&R을 중심으로 대형연구시설의 구축과 운영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KBSI 신형식 원장은 “KBSI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형연구시설 구축과 운영에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KBSI에게 2020년은 연구사업계획들을 본격적으로 실천해나가는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KBSI는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등의 대형연구시설과 관련하여,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KBSI는 광주센터에 고령동물생육실을 갖춘 노화연구시설을 준공하여 지역사회에 개방형 공동연구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KBSI는 기관의 핵심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연구장비 개발 부분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외산장비에 의존하는 것은 미래 기술과 시장이 종속된다는 문제와 유사하다”고 말하는 신형식 원장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능력이 글로벌 수준으로 진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지의 영역을 연구하려 한다면, 전혀 새로운 개념의 연구장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우리 연구원은 연구자와 장비전문가가 만나 새로운 개념의 연구장비를 개발하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연구지원과 장비 국산화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KBSI는 R&R의 현실적 이행을 위해 조직을 분석과학연구본부, 연구장비개발·운영본부, 지역분석과학본부의 3개의 연구본부와 2개의 지원본부(경영본부, 정책본부) 등 5개 본부와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이하 NFEC)로 개편했다. “연구장비 운영을 통해 도출되는 노하우가 연구장비 개발로 피드백 되고, 연구장비 개발은 국산장비 업체들과의 협업을 통해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구축이 이뤄지도록 하는 구조”라고 설명하는 신 원장은 R&R 수립 후 조직 개편을 통해 연구장비개발·운영본부를 3개 본부 중 하나로 추가 설치했다. 신형식 원장은 “KBSI의 3개 연구본부는 국산 연구장비 산업이 빠르게 기반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한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도록 협력할 계획”라고 덧붙여 소개했다.

▶ 분석과학 전문가(Meister)들의 고향

신형식 원장

  기초과학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증명과 함께 이론 수립을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분석과학이다. “분석과학이 국민들의 생활과는 거리가 먼 연구영역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생활 모든 곳에 분석과학이 포함되어 있고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신형식 원장은 “이러한 부분은 방사선의학과도 일부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거나 장비를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면, KBSI는 진단대상을 인체에서 물질이나 소재로 대체해 그 구조나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분석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여줬다.

 우리나라가 분석과학을 선도하고, 응용과학분야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석과학 전문가(Meister)’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장비를 다루고 새로운 분석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를 주로 하는 KBSI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분석과학 전문가(Meister)’들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앞으로도 KBSI는 보다 수평적이고 유연한 연구조직을 구성해 이들 전문가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는 신형식 원장은 “또한, 정부의 과학기술 혁신생태계 구조 조성 등 주요 정책과 연계하며 연구자들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 분석과학을 기반으로 한 KBSI의 방사선 연구

  분석과학 연구기관인 KBSI는 방사선 연구와 관련해서도 생활환경방사능 검출이나 분석분야에의 응용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그러나 최근 KBSI는 가속기 관련 기술개발 인프라를 기반으로 핵의학분야 응용연구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월 고려대와 체결한 ‘연구장비 및 가속기 개발을 위한 연구협력 협약’이다. 이 협약은 미세수준의 방사성동위원소 질량을 분석하는 ‘양이온 가속 질량분석기(이하 PIMS)’의 공동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신형식 원장은 “붕소 양이온을 이용한 이 장비의 개발은 국내 최초의 시도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전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차세대 암치료기로 각광받고 있는 붕소중성자포획요법(BNCT)은 PIMS와 거의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 “양이온가속질량분석기는 분석장비의 영역이지만, 소형 양이온 가속기와 기반기술이 유사하기 때문에 향후 의학분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구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핵연료국산화연구’사업에 참여하며 원자력, 방사선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신형식 원장은 “이번에 PIMS를 설계하고 구축하며 쌓은 연구와 노하우가 향후 암치료법 개발 등 후속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특히 핵의학분야와의 응용연구영역도 확인된 만큼 앞으로 우리 연구원이 보유한 노화연구시설, MRI 등의 관련 장비 등과의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민행복을 창출하는 연구원

  KBSI의 비전(Vision)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국민행복을 창출하는 세계적 수준의 분석과학 개방 연구원’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KBSI는 특정 연구기관이나 연구자와 상관없이, KBSI의 연구지원 및 분석역량이 필요하고 함께 연구하고자 한다면 쉽게 찾아와 편하게 협력할 수 있는 ‘열린 연구원’을 지향하고 있다. KBSI의 지원영역은 기초과학 전 분야에 걸쳐 있기 때문에 물리,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 등 모든 영역에서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 연구자를 파견하는 방식의 융합연구와 관련하여, 최근 바이러스 관련 이슈로 부각된 CEVI(신종 바이러스)융합연구단에 7명의 박사급 연구자를 파견하여 융합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기관의 역할을 찾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소통은 내부 구성원뿐만 아니라 KBSI의 고객인 외부기관(타 연구원, 대학, 기업 등), 더 넓게는 국민과의 소통이 모두 포함된다. “내·외부의 이런 목소리, 저런 주장을 모아서 시행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를 모으는 ‘그릇’이 있어야 한다”는 신형식 원장은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으로 마련된 공감대라는 견고한 ‘그릇’을 통해서 조직구성원과 고객,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정부출연(연)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KBSI가 분석과학 발전을 통해 국가의 기초과학 진흥을 도모하고 국가의 사회적인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국민과의 소통에 주력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분석과학을 보다 친밀하게 알리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신형식 원장

▶ 시인의 눈, 과학자의 시선, 철학자의 눈을 가진 신형식 원장

  KBSI를 이끄는 신형식 원장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산업계, 학계, 연구계를 두루 경험해 본 신형식 원장은 1990년 등단해 현재까지 4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다. 지난해 ‘쓸쓸하게 화창한 오후’라는 시집을 출간한 신형식 원장은 평소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과학자, 기술자들만이 과학기술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이 과학기술 친화적인 문화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과학·기술문화의 창달과 확산’, ‘과학·기술의 생활화’를 위해서 과학·기술 관련 글들을 틈나는 대로 써 국내 언론 등에 게재해 온 신 원장은 “일과 문학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에 창작활동은 공직에서 물러나 마음이 여유로워질 때 할 생각이지만, 문학처럼 과학이 대중 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며 “대중들이 과학의 중요성과 과학자들이 하는 일들을 쉽게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기고 등을 통해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끝으로 천(天), 지(地), 인(人) 소위 삼재(三才)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이라고 말하는 신형식 원장은 “어떠한 일이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극대화하는 것은 소통”이라고 강조한다. 대학시절 고향에 큰 가뭄이 들었는데, 물을 사용하는 문제로 가족 같던 이웃 간에 거친 다툼까지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공부’를 택하고 유학길에 올랐다는 신형식 원장은 ‘이웃에게 이로운 삶’을 살겠다는 대학시절의 맹세를 지키고 싶다고 한다. 신 원장이 말하는 이웃을 위한 이로운 삶에는 KBSI 안팎, 더 나아가 국민 모두가 포함돼 있다. 마음 자세를 맑고 한결같이 하고 진실로 그 중심을 잡으려 하는 윤집궐중(允執厥中)의 마음이 신형식 원장의 인생철학에 녹아져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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