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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종열 원장 - KIOM의 목표는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
“치료의학을 넘어 사회의학으로서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종열 원장 - KIOM의 목표는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
    “치료의학을 넘어 사회의학으로서 국민건강 향상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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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은 수천 년 동안의 임상경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축적된 의학이다. 그러나 한의학을 과학적이지 못한 민간요법이나 보약공급처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편견과 오해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표준화가 필요하다. 한의학적 치료의 표준화와 진단 및 치료과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하고, 한의학을 통한 국민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연구기관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김종열 원장을 만나 세계 최고의 전통의학 연구기관으로 비상하고 있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경쟁력과 한의학의 잠재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 한의기술 인프라 구축의 선봉에 선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1994년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한의학연구소’로 개소하였다. 이후 국가 한의학 거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1997년 지금의 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으로 승격되었다. 한의학연의 주요임무는 한의진단·치료 원천기술 확보와 한약제제 핵심기술 개발, 한의지식정보 인프라 구축이다. 이와 함께 한의학연은 한의학 정책·전략 수립, 한의기술 표준연구 및 제정·보급, 한의콘텐츠 확산 및 세계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한의학연은 산하에 미래의학부, 임상의학부, 한약연구부, 연구기획팀 등 전문 조직을 구성해 한의학 임상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의학연은 해외 전통의학 우수 연구기관 및 대학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국제 연구 역량과 네트워크 강화, 한의학의 세계적 인지도 향상에도 기여해 오고 있다. 이와 함께 2011년 WHO 전통의학협력센터로 지정된 한의학연은 한약물의 안전성, 올바른 사용 및 상호작용 등 한의약의 과학적 근거기반 향상을 위한 WHO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 제9대 한의학연 원장으로 취임한 김종열 원장

김종열 원장

  현재 한의학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김종열 원장은 지난 2018년 취임했다. 2004년부터 한의학연에 근무하면서 ‘선임연구부장’, ‘체질의학연구본부장’, ‘한의학정책연구센터장’ 등을 두루 거친 김종열 원장은 한의학연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입지전적 인물이다. 카이스트 토목공학과 석사를 졸업한 김 원장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근무시절, 우연한 기회에 사상의학을 접하면서 한의학에 매료 되었다고 한다. 이후 김 원장은 평소 앓고 있던 과민성대장증후군 치료를 받으면서 한의학의 가치에 대해 더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한의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당시 저를 치료해 주던 한의사는 저의 한의대 입학 결정에, 한의학의 과학적이지 못한 부분에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저를 말렸다”고 말하는 김종열 원장은 “그러한 만류가 오히려 저에게는 ‘한의학의 과학화’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했다”고 회상한다.

  1990년대 한약분쟁 당시 한의대생 대표로 정책입안 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학교생활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던 김 원장은 졸업 후 8년간 한의원에 몸담으며 현장경험을 쌓는다. 김 원장의 한의학연 입사는, 한의학연이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청사를 이전하던 2004년이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연구원으로 입사한 김종열 원장이 당시 이형주 원장으로부터 ‘부원장(선임연구본부장)’이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6개월의 고민 끝에 이를 수락하면서 3년간 부원장직을 수행한다. 김 원장이 연구는 물론 한의학계 전반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 배경도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부원장에서 물러나 그토록 하고 싶어 했던 연구에 집중하게 된 김 원장은 10여 년간 사상체질 관련 연구 및 체질진단 등 한의약 의료기기 개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의학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김 원장은 2012년 한국인 2천900명의 얼굴 사진을 사상체질별로 구분·분석해 체질별 ‘대표 얼굴’을 제시해 의학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러한 공로로 김 원장은 2016년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의 중심에 선 ‘한의학연’

  암 치료는 단독치료보다 병용치료를 했을 때 환자에게 가장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통합의학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이며 많은 논문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한의학은 이러한 통합의학에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한의학은 암 환자의 면역력 향상이나 항암치료의 부작용 완화, 암 환자의 생존기간 연장 등에 효과가 있다”말하는 김종열 원장은 “실제 치료의학 측면에서 한의약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관련 논문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확인한 인물이기도 하다. 과거 모친이 폐암 진단을 받았는데, 김 원장은 암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강력하게 주장해 한약을 꾸준히 복용하면서 동시에 양약치료를 병행했다고 한다. “당시 암 진단을 내린 의사는 어머님이 한약을 드셨는지 모르고 있으며 이렇게 호전된 케이스는 처음이라고 말했다”는 김 원장은 지금도 모친과 이 사건을 회상하며 웃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모든 암 환자들이 김 원장의 모친과 같은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체질과 건강상태, 그리고 약에 대한 반응과 치료용량 등이 제대로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같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의학원과 공동연구의 필요성을 방사선융합치료기술의 비전과 함께 강조하였다.

  “한의학의 사상체질의학은 전형적인 맞춤의학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김종열 원장은 “한의학은 환자의 체질과 건강상태에 따라 적합한 치료방법 등을 제시하며 맞춤의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한다. 다만 김 원장은 한의학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진단 및 치료과정의 표준화 및 과학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의학연에서는 이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김종열 원장은 “우리 기관의 과학적인 연구프로세스와 시설, 장비인프라는 어떠한 의학연구기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를 목표로 한의학 기술의 효능과 안정성 규명에 나서고 있는 한의학연은 SPF(Specific Pathogen Free animal) 실험동물시설 등 최신 연구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한의기술표준화를 통한 전통의학 세계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호주, 타이완 등 해외 전통의학 우수 연구기관 및 대학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 한의학연, 4차산업혁명의 시대를 준비하다

김종열 원장

  미래의 의학은 질병의 위험성에 대해, 예상되는 반응에 따라 각각의 환자에 대해 어떠한 약이 효과가 있는지 결정해 처방을 내리는 개인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대표하는 미래의학이 ‘맞춤의학’이라는 점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맞춤의학을 실천해 오던 한의학의 잠재적 가치와 경쟁력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한의학연에서도 한의학이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합류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하기 위한 한의 인공지능 플랫폼을 구축해 왔다. 이와 함께 융합 진단·예측 기술을 개발해 온 국민이 인공지능 한의사를 통해 맞춤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 및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공지능 의사’를 옆에 두고 진료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하는 김종열 원장은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와의 접촉, 즉 휴먼컨텍트(Human contact)”라며 “이러한 차원에서 의사는 AI의 발달과는 별개로 그 역할을 지속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인공지능 의사가 리포트를 기반으로 진료할 때 인간 의사는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과 생활습관 등을 지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김 원장은 인공지능 의사가 신뢰할 수 있는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형화된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치료 및 진단정보뿐만 아니라 생활병변 정보, 체질과 관련된 생활전주기 데이터를 모아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한·양의학의 융합과 ‘한의학연’

  “한·양의학의 융합연구나 체질데이터 분석 연구도 많이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 기관의 한의사들과 원자력병원 전문의 등이 함께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김종열 원장은 “현재 K-medicine의 대표기관이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 등인데 이들 기관이 의술의 방법을 연구한다면, 우리 기관은 이러한 방법론과 함께 임상연구를 병행할 수 있는 기관”이라고 소개한다. 실제 한의학연은 50여 명의 한의사는 물론, 공학자, 생물학자, 전문의까지 두루 포진돼 있다. “카이스트 공학박사가 한의학을 위해 연구하는 기관은 우리 기관밖에 없다”고 말하는 김 원장은 “현재 400여 명의 직원 중 한의사는 20%밖에 안 된다”며 “최근에는 과거로부터 축적된 수많은 임상자료를 분석하고, 자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통계분석 전문가를 영입, 동 분야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특히 한의학연은 우수한 한의학 연구성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융합연구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영문 국제학술지 ‘통합의학연구’(Integrative Medicine Research, 이하 IMR)를 발행하고 있다. IMR은 2012년에 창간돼 7년 만에 한의학 분야 국내 최초로 SCIE(Science Citation Index Expanded)에 등재되며 질적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SCIE 등재 직후 IMR은 선호도에서 대체의학분야 저널 38개 중 13위를 기록했으며, SCI와 SCIE가 통합됨에 따라 IMR의 국제적 영향력이 더욱 높아져 세계 관련 연구자들의 관심과 우수 논문 등록의 기회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 마음껏 꿈꾸고 즐겁게 몰두해라

  조직 구성원들의 ‘삶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해 온 김종열 원장은 근무시간을 자율화해 업무효율성을 높이는가 하면, 요가·탁구교실 개설, 한의학연 둘레길 조성 등을 통해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적극 대응해 왔다. “직원들이 한국한의학연구원이라는 튼튼한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꿈꾸고 즐겁게 일에 몰두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김종열 원장은 “연구자는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며 “남은 임기동안 우리 연구원 모든 조직원들이 꿈꾸고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K-BIO에서 한의학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차원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김종열 원장은 “한의학의 치료효과 검증을 위해서는 임상연구 확대되어야 하는데 한의학은 국립병원 하나 없고, 일반 병원과는 교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50병상 규모의 한의병원을 산하에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한의학연은 미국 침연구학회(SAR)가 매년 주최하는 학술대회를 ‘KIOM-SAR 2020’이라는 명칭으로 서울에서 개최한다. 오는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개최되는 이 행사는 ‘침과 전통의학 연구에서 실제까지, 동서양을 잇다’를 주제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재 온오프라인 병행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는 김 원장은 “온라인에서는 해외 유명 연사들의 강연을 준비할 계획이며, 오프라인은 한의사와 한의학과학자들이 포스트코로나 코리아에 얼마나 잘 대응할 수 있을까 등에 대한 콘텐츠를 발굴해 국내중심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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