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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방사선의학의 미래(2) - 뇌과학과 방사선의학 ③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07-31

  문화예술 소양 함양을 위해 가뭄에 콩 나듯 뮤지컬·연극 등을 관람해온 필자는 코로나19 경각심이 지금보다 물 올랐던 4월 말경, 알 수 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국립무용 ‘향연’ 전막공연을 감상 할 수 있었다. -5.1(금) 까지 공개했던 터라 지금은 시청이 불가능하다.-

  필자는 언론 기사를 통해 이 공연의 존재를 접했다. 그 때 봤던 공연사진이 매우 인상적이어서 ‘기회가 된다면 꼭 관람해야겠다!’ 라는 마음은 먹었으나 어느 순간 기억 속에서 향연의 존재는 잊혀졌다. 스마트폰 중독덕분에 향연을 방구석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유튜브를 통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공연을 관람했지만 오히려 직접 공연을 감상하고 싶다는 열망만 커져서 근시일 내에 코로나가 종식되어 공연을 볼 수 있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전통공연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꿔준 ‘향연’> 

 

  향연은 우리나라 전통 무용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서 1막(봄) ~ 4막(겨울)으로 이루어 진 공연인데 고풍스러운 궁중무용에서 흥겨운 장구춤·소고춤이 절정에 다다르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태평무로 마무리되는 기승전결 구조이다. 특히 절정에 해당하는 3막(가을)에서 장구와 소고연주에 춤과 재주넘기를 겸해 흥을 돋우는데 이렇게 악기연주와 춤이나 곡예를 동시에 하는 나라는 한국 뿐 이라고 한다. 향연 공연을 보면서 방사선과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불현 듯 떠올랐다. 춤과 악기연주를 동시에 하셨던 우리 조상님들처럼 방사선도 다재다능하게 다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지 않은가? -무용수들이 동시에 뿜어내는 에너지 또한 방사선과 닮은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나라와 주요 선진국의 뇌과학 연구동향과 다재다능한 방사선이 향후 뇌과학의 미래에 어떻게 적용 될지 알아보자.

 

 

  미국 1990년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이 개시되어 뇌 연구에 관한 폭넓은 활동이 전개되었으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2009년~2010년에는 국립보건원(NIH)에서 NIH Blueprint for Neuroscience를 통해 뇌신경과학 지원방향 설정 및 대규모 예산을 편성하였으며 2013년에 BRAIN Initiative를 발표하였다. 이후 국립보건원(NIH) 주도로 ‘BRAIN 2025: A Scientific Vision’을 발표하여 뇌 연구를 위한 장기계획도 수립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인공지능이 핵심 기술로 떠오름에 따라 미국정부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처하고 이를 위한 뇌 연구를 추진하기 위해 2016년에 ‘인공지능 국가연구개발 전략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011년 치매 조기진단을 위한 임상적 소견과 뇌영상·생물학적 지표 축적 및 공유를 위해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하는 뇌 연구 관련 가장 큰 민관협력 사업으로 ‘국가 알츠하이머 프로젝트’를 승인해 수행 중에 있다.

 

  유럽 1991년 ‘유럽 뇌 10년(European Decade of the Brain)’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뇌 연구를 시작하였다. 2013년부터 2024년까지 1.4조원을 투자하여 뇌를 슈퍼컴퓨터에서 시뮬레이션하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뇌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사업으로는 치매 연구사업과 치매 예방지원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일본 1993년 ‘뇌 연구의 세기’(Century of Brain)을 선언하고 뇌 과학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공론화를 일찍부터 제기했다. 2008년 문부과학성 주도로 ‘사회에 공헌하는 뇌과학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뇌과학 연구의 전략적 추진을 위해 ‘뇌과학 연구전략 추진 프로그램’을 착수하였다. 2014년부터 소형 영장류 뇌를 통해 인간 뇌 이해 증진 및 뇌질환 극복을 목적으로 하는 BRAIN/MINDS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일본은 빠른 인구고령화로 인해 치매 등 뇌질환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치매 연구 강화, 치매환자와 돌봄 제공자 측면 강조, 치매관련 대중 인식개선 강화, 환자상태에 따른 적절한 치료·케어 제공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자 ‘新오렌지 프로젝트’(‘14~, 710억원) 및 뇌영상·임상, IT 융합에 의한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실현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 뇌질환 조기진단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를 개발하고 관련 질환의 발병을 예방 및 치료하기 위해 뇌 관련 과학적 탐구 및 기술개발을 장기적(15년)으로 진행할 ‘China Brain Project 16-30’을 수립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중국국립자연과학재단(NSFC, National Natural Science Foundation)과 중국과학기술부(MoST, Ministry of Science & Technology)가 ‘뇌 과학 및 뇌기반 지능기술(Brain Science and Brain-inspired Intelligence Technology)’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우리나라는 1998년 뇌연구 촉진법을 제정한 이후 국가기본계획 등의 수립을 통해 정부주도형으로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뇌연구 투자액은 2008년 493억 원에서 2017년 1,680억원으로 연평균 14.6% 증가하였으나 생명공학분야 예산 중 뇌과학 R&D 예산은 5.4%로 주요 선진국(미국 18.9%, 일본 7%, 영국 6%)에 비해 낮은 실정이다. 2010년 조사된 기술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미국) 대비 66.4%의 기술수준 이었으나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미래 유망 11개 핵심기술에서 최고기술 수준 대비 74%인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하지만 연구의 대부분이 기전 규명을 차지하고 있어 선도 원천기술개발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주요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뇌연구 시작이 늦지 않았던 우리나라는 2003년 뇌프론티어사업단을 출범해 10년간 25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뇌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였고 2002년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 및 뇌공학과를 시작으로 현재 4개 뇌전문 학부 및 18개 뇌특화 대학원 과정을 통해 뇌연구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방사선의학 기술을 활용한 영상검사는 퇴행성 신경질환의 진단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신규 방사성의약품 개발 및 기술의 발달에 따라 그 적용범주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18F-Flutemetamol 아밀로이드 영상의 유용성 관련 연구는 이미 진행된 바 있으며 미국의 GE사, Lilly사 주도로 뇌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측정하는 아밀로이드 PET 영상이 FDA승인을 받았다. 또한 MRI와 PET 영상기술을 결합한 PET-MRI 진단기술 개발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등 PET을 비롯한 방사선 영상검사가 퇴행성 신경질환의 바이오마커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 PET-MRI 일체형 영상기기는 상용화가 완료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300여대가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퇴행성 신경질환 외에도 방사선의학 기술을 활용하여 우울증, 사이코패스 등과 같은 정신질환 기전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주로 MR Spectrometry와 PET용 신경전달물질 유사체를 통해 정신질환 평가연구를 진행하는데, fMRI 검사에서 평가 할 수 없는 신경전달물질과 수용체의 결합, 대사과정 등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경전달물질 연구에 사용되는 PET 방사성의약품>

 

  아주 따끈따끈한 오늘자(7.23) 알츠하이머 관련 기사를 소개하면서 이번호를 마무리 지어보려 한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많이 발견되지만 기전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역할을 유명저널 Cell에 발표했다. 추후 연구를 통해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직접제거가 알츠하이머 병 치료와 직접 연관이 있을지 밝혀내야하지만, 방사선의학 기술이 더해진다면 아직 밝혀내지 못한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비밀도 풀리고 나아가 퇴행성 신경질환 극복의 길도 더 빨리 열리지 않을까?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국립극장, https://www.ntok.go.kr/kr/Ticket/Performance/Details?performanceId=262624
2) 미래사회의 방사선의학, 한국원자력의학원, 2016
3) 김보림, 뇌연구 국내외 정책동향, 융합연구정책센터, 2018.1.29
4) 미래사회의 방사선의학, 한국원자력의학원, 2016
5) 제3차 뇌연구촉진 기본계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8.5
6) 김보림, 뇌연구 국내외 정책동향, 융합연구정책센터, 2018.1.29
7) 뇌 특이적 유전자 해독·교정 기술, 멀티스케일 뇌영상·이미징 기술, 비침습·최소침습형 뇌신경 측정·자극 기술, 뇌오가노이드 등
8) 제3차 뇌연구촉진 기본계획,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18.5
9) R. Vandenberghe et al, 18F-flutemetamol amyloid imaging in Alzheimer disease and mild cognitive impairment: a phase 2 trial, Ann Neurol, 2010, 68(3):319-329
10) 미래사회의 방사선의학, 한국원자력의학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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