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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만을 파괴하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20-07-31

암세포는 죽이고, 정상세포는 살리자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암을 치료할 때에는 암세포를 최대한 사멸시키면서 정상세포의 손상은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이다. 돌이켜보면, 암 치료의 역사는 이 목표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외과수술에서 내시경이나 로봇을 활용하여 최대한 비침습적으로 암 부위만 절제하는 것도 그렇고,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에도 상당한 독성을 야기하는 항암화학요법의 제한점을 극복하는데 면역치료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방사선치료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데, 외부방사선치료의 경우 방사선이 조사되는 암 부위를 최대한 정밀하게 설정함으로써 정상장기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다. 이에 따라 과거에 비해 방사선치료의 정상장기 부작용은 많이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암이 방사선에 민감한 장기에 인접해 있거나 과거에 방사선치료를 받았던 부위에 다시 방사선치료를 하는 것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다.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Boron Neutron Capture Therapy)의 개념

  붕소중성자포획치료는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보다 정상세포에 적은 양의 방사선 영향만을 주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방사선치료법이다. 용어에서 알 수 있듯, [붕소]가 [중성자]를 [포획]하면 발생하는 핵반응의 에너지로 암세포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성자는 스스로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원자핵에 쉽게 포획되는 성질이 있다. 그런데, 붕소는 이 불안정한 중성자를 특별히 더 잘 포획하는 성질이 있고, 붕소-10이 중성자를 포획하여 붕소-11이 되면 즉시 강한 에너지를 내는 알파입자와 리튬으로 분열하게 된다. 이 강력한 에너지가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게 되는데, 그 에너지가 매우 높으면서도 방사선의 영향범위가 세포 1개 수준에 불과하여 정상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게 된다. 실제 치료과정에서는 붕소약물을 인체에 우선 주입하고 난 뒤, 암이 있는 부위에 중성자를 조사하는 순서로 진행된다.

  붕소중성자포획치료는 단 1회, 30-60분의 치료과정으로도 충분한 방사선량을 암세포에 전달할 수 있어서 환자의 편의성이 높고, 매우 높은 에너지를 이용하므로 일반적인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을 보이는 암세포도 사멸시킬 수 있다. 또한, 투여하는 붕소약물 중에는 PET 영상에 이용할 수 있는 방사선 신호를 내는 종류도 있어서 영상과 치료를 동시에 하는 ‘테라노스틱스’의 개념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중성자는 생체 내에서 6~8 cm 깊이까지 에너지가 잘 도달하고 이후에는 급격히 약해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심부에 위치한 암보다는 뇌암, 두경부암, 피부암 등에 많은 임상시험이 이루어져 왔다.

 

의료용 가속기 기반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이 치료법은 이론적으로 아주 이상적이기 때문에, 1936년 고든 로처에 의해 중성자포획치료가 제안되고 1951년 미국에서 악성뇌종양 환자에게 처음 붕소중성자포획치료를 시행한 이후 전 세계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임상에 적용해 왔다. 여기에는 몇 가지 중요한 진전들이 있어 왔는데, 암세포에 보다 특이적으로 모이는 붕소약물의 개발과 치료에 가장 적합한 중성자를 낼 수 있도록 원자로를 구성하는 기술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원자로에서 나오는 중성자를 이용한다는 것이 임상적 활용 면에서는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된다. 우선, 원자로는 일반적으로 인구가 밀집되지 않은 지역에 설치되게 되므로 원자로 옆에 암 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원자로와 인접한 곳에 치료센터를 만든다고 할지라도, 원자로는 의료용 이외에도 쓰임새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중성자포획치료의 연구와 임상활용을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 지점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원자로를 대신해 의료용 가속기에서 중성자를 조사하는 붕소중성자포획치료이다. 의료용 가속기는 질병의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이용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기 위한 가속기로서, 말 그대로 의료용이기 때문에 중성자포획치료의 연구와 임상에 전적으로 활용할 수 도 있고, 병원 내에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소요 공간이 작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이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13곳의 의료기관에서 가속기 기반의 붕소중성자포획치료시스템을 개발 또는 개발 설치 중에 있고, 국내에서도 기업체와 의료기관의 협력을 통해 조만간 붕소중성자포획치료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에 있다.

  기존의 원자로를 이용한 방법과 달리 가속기 기반의 붕소중성자포획치료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중성자 조사에 이용하는 가속기의 종류에 따라서 에너지나 설비 크기를 다양하게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암 치료 효과와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전략을 누가 먼저 달성하는가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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