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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19 치료제김정영(책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20-07-07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필자는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2014년작, 장 마크 발레 감독)’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어떤 에이즈 환자가 미국 내에 허가 받지 않는 에이즈 치료제를 멕시코로부터 밀수하여 회원제로 파는 해프닝을 통해 거대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힘(시장독점)과 정부의 높은 신약 심사 등에 부조리한 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영화는 ‘론 우드루프’의 실제 경험담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다큐멘터리 영화도 아니어서 다소 과장되고 극적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기도 한다. 결국 오늘날 미국 FDA의 강력한 신약 승인 제도에서 소외된 환자들의 이야기, 즉 신약을 앞에 두고 마냥 죽음을 기다리는 에이즈 환자들의 절박한 생활과 심정을 이 영화는 잘 대변하고 있다. 환자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많은 신약의 임상사용을 엄격히 취급하는 FDA의 운영 방침은 엄청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마치 그것은 자식의 건강을 걱정하여 과보호하는 부모님처럼 느껴 질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특히 그런 강력한 과보호 제도를 모두 통과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본이 당연히 필요하고, 역설적이게도 인류애를 가진 과학자 보다 거대 자본을 가진 다국적 기업에게 유리하는 점은, 코로나19 판데믹과 같은 죽음의 축제 앞에서 우리가 다시 생각을 해 볼만 하다.

 

 

 

  당시 필자는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보고, 신약 개발에서 개발자 중심의 사고와 진행방식을 수혜자(환자) 중심으로 서서히 전환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을 했다. 과학계에서 개발된 신경계 마약들 중에 일부는 죽음을 앞둔 암환자의 통증 완화 치료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그 사회(국가)의 규범에 따라 달리 적용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꼭 과학적 판단만으로 모든 신약의 사용을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공리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도 많고, 여기에 자본주의 논리가 덧칠되어 희귀질환 치료제와 같은 영역은 아무도 연구를 하지 않는 영역으로 남게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도 판데믹을 겪지 않았다면, 그것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즉 시장이 형성되지 않으면 개발도 없다는 논리는 어느새 우리 사회에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금도 희귀질환 치료제는 기업에서 연구(투자)를 하지 않는 영역 중에 하나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 정부 연구과제의 심사에서도 이 논리는 유사하게 작동되어 시장이 없는 희귀질환은 당선되기가 매우 불리하다. - 과연 이것이 인류의 신약 기술이 가진 올바른 태도인가, 혹은 과학의 숭고함이 맞을까. 오늘 우리는 코로나19를 바라보면서 이 점을 다시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신약 개발

  오늘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공식적인 사망자는 2020년 7월 8일 오전 6시 기준으로 총 528,677명(약 53만명, 질병관리본부)이다. 물론 여기에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공식 사망자들이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코로나19 판데믹’은 ‘스페인 독감’ 이후 단지 말뿐이 아닌 범지구적인 인류의 새로운 위기인 셈이다. 그래서 요즈음 과학계에서 눈에 띄게 달라지는 변화 중에 하나는 도전적인 신약 기술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다소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그리고 다소 인류 문화가 맞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워낙 코로나19 상황이 백신 개발 없이 지속되다 보니 바이오기술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 백신, 예방약 등을 개발했다고(혹은 개발할 것이라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으며, 특히 세계주식시장은 이에 따라 요동치고 있다. 과거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결과에 대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의 벤치에서 죽기만 해도 인류의 관심이 모아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처럼 문화적 혼돈과 더불어 과학기술적 혼돈에 접하고 있으며 어디에 희망을 두어야 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사회를 만나고 있다. 여기에 허리케인급 혼돈을 가중시키는 분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인한 발언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죽는 소독약은 먹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말을 해서 몇몇 사람들이 따라 마시는 해프닝을 일으키고 했고, 지난 3월달에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에 대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예방과 치료를 주장하여 ‘클로로퀸’이 때 아닌 품귀현상을 보였다. 당시 프랑스나 중국 연구진으로부터 일부 환자들로부터 효과가 있었다고 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지는 않았다. - 결국 WHO는 ‘클로로퀸’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에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일주일째 본인이 복용하고 있다고 발표하여 또 한 번 ‘클로로퀸’과 같은 현상을 만들어 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클로로퀸’의 약효를 높이기 위해 알코올 분자를 도입한 말라리아 치료제임으로 당연히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범용적인 치료제가 효과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7월 3일에 ‘렘데시비르’ 치료제의 공급 물량 92%을 미국이 확보했다고 발표하여 그 치료제의 효과 문제를 별개로 국가 이기주의 논란에 불을 지폈다. 힘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미국이 ‘길리어드사’의 특정 약을 독점한 것이다. 물론 ‘렘데시비르’가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며, 그 생화학적 구조와 치료 메카니즘은 광범위 바이러스 치료제로 활용가능하다는 점은 있다. -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환자 125명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었다는 보고가 있었다. - 이와 같이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이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이한 행동은 코로나19 팬터믹에서 혼란만 가중하고, 오히려 WHO나 각국의 방역당국에게 방해만 끼쳤다. 그의 행동으로 인해 미국 FDA의 강력한 신약 허가 절차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 주었다.

 

< 출처: 연합뉴스 2020년 4월 27일 보도 내용 >

 

슬기로운 과학생활

  과학기술을 발달시킨 인류는 과거보다 평균 20∼30년을 더 길게 생존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우리는 암, 치매, 바이러스 등에 대한 질병 위기에 노출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거기 어디쯤 탄생한 새로운 변형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류도 이제 신약 기술의 개념을 다국적 기업의 세계관, 즉 다시 말해 공급자(판매자) 중심의 세계관에서 수혜자(환자)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 시장에 대한 수요가 있는 신약을 개발하는 연구비 투자형태도 희귀질환이나 새로운 형태의 질병 치료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지혜가 필요가 하다. - 또한 과학적 상상을 억압하고 차단하는 질문들이 특히 연구투자 선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 유형을 보면 ① 시장이 없는데 그 연구를 왜 하느냐? ② 10년간 투자 했는데 연구가 임상에 쓰지 못하냐? ③ 지금도 좋은 기술이 있는데 왜 또 개발하느냐? ④내용이 어려워 이해할 수 없다? ⑤ 몇 억 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선진국으로부터 구매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등, 이와 같은 질문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 또한 코로나19 판데믹은 국제 사회를 위협하여 인류의 교류를 차단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질병 연구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도 이제는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 이 번 판데믹에서 한국의 진단 키트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보라. - 세계 경제대국인 우리나라 과학계가 앞으로 어떤 질병을 연구를 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우리는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 ‘달라스 바이스 클럽’이 제기한 문제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준 기이한 행동 사이에서 우리는 신약 개발에 대한 메카니즘을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고, 우리가 선도적으로 한다면 향후 한국의 의생명기술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연구는 오늘부터 닷!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직접적인 치료제는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지만, 혹은 우리 과학계의 어느 쯤에서 개발을 해 놓고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는지 모른다. 국내 방역 당국과 국민의 힘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아내는 우리 현실에서 그 해법을 찾는 일은 아주 늦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dlthwjd

    재밌게 읽고 갑니다~^^

    2020-07-08 09: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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