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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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사라질 것인가김정영(선임연구원,한국원자력의학원)2017-12-15

  인공지능의 빠른 개발로 이어지는 4차 산업혁명은 우리 사회가 미래로 갈수록 더욱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것은 우리에게 보다 나은 삶을 줄 것이라는 희망과 더불어 인간의 직업을 빼앗아 갈 수 있는 높은 불안감도 동시에 주었다. 이러한 두려움을 이야기하는 언론보도는 심심치 않게 현재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알파고 대 이세돌’의 바둑 대결 이후 2016년에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동화 대체율이 높은 직업과 낮은 직업의 발표는 우리나라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후속 기사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전문가로 지칭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사라질 직업군에 대해 확신을 심어주었고, 심지어 최근에는 ‘앞으로 공무원이 사라질 텐데 왜 현 정부는 공무원 증원을 하느냐’ 라는 정치적인 의견도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X-선생은 우리의 직업에 대한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 모든 추측들이 미래와 절대 맞지 않음을 예언한다.


 

  우리가 사라지는 직업으로 자주 언급하는 예로 버스 안내원(버스요금과 승객의 안전을 담당)이나 전화 교환원(중계소에서 전화 코드선 연결 담당) 등이 있다. - 그러나 대개 직업군의 소멸은 단순히 과학기술의 발달만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성숙한 인권의식이 사회에 공감대를 불러일으킨 경우가 더 많다. - 오늘날 청년층은 두 직업에 대해 생소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사라지는 직업군에 비해 그렇지 않은 직업군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결국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핑계로 몇 개의 특정 사례를 근거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처럼 언급하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또한 이러한 공포 마케팅은 어떤 특정 회사나 계층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라고 강한 의심이 든다.

 

  인류사의 경험으로 비추어 냉철하게 바라볼 때, 과학기술의 보편화는 반드시 따라야 할 필수조건들이 있으며, 어떤 사회의 민주적인 시민의식과 풍부한 경제적 인프라가 대표적이다. 이미 십년 전부터 등장한 자율주행 차량은 대중교통에서 운전을 하는 직업에 대한 소멸을 예견했지만, 여전히 운전사들은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건재하게 활동하고 있다. 과거 과학기술의 혁신적인 개발(전기, 발전기, 엔진, 다이너마이트, 핵, 인터넷 등)은 빠르게 실용화로 이어졌고, 우리는 그것이 기술적 진보라고 믿었다. 그러나 당시(오늘도?)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인류는 전쟁, 교통사고, 핵폭탄, 원전사고, 사기행각 등으로 많은 사회적 피해를 감내해야만 했다. 결국 우리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큰 허점과 사용법을 익히며 보완(반성)을 하며 성장해 오고 있다.

 

  이제 인류는 실험실 안에서 구현된 과학기술이 우리 삶에 적용되기 위해서 많은 사회적 토론과 섬세한 기술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등장과 더불어 인류애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현대 의학조차 갓 태어난 기술을 바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법적으로 금지할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제약이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사라질 직업군을 예측함에 있어서 그 나라 혹은 지역의 문화 및 시민의식과 경제적 기반을 과학기술과 분리시켜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베네치아의 노젓는 사공을 떠올려보라).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던 90년대, 인터넷검색사라는 직업이 대유행을 할 것이라며 학원가에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자리 잡았지만, 오늘날 누가 인터넷검색을 전문 검색사에게 맡기는 건가. 이 웃지 못 할 시대의 대표적인 새 직업군의 해프닝은 현대 과학기술의 적용을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적용할 때 발생한다. 애당초 인터넷검색이라는 출발과 시작은 인터넷이라는 제한된 환경, 즉 특정한 몇몇 회사가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에서 비롯된다. 결국 특정 직업군의 소멸을 예측할 때 과학기술이 적용과 그 기술에 대한 완벽한 통제가 가능한가에 의해 더 쉽게 결정된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 관련 직업은 가장 우선적으로 직업의 형태가 바뀔 것이다. 이미 다른 어떠한 환경보다 전자/통신 인프라가 견고하게 구축되어 있고, 실질적인 통화도 가상 돈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우리 사회는 IMF 경제위기 이후 금융권의 많은 개혁과 변화로 현찰로 월급을 주는 일조차 거의 없다(우리는 신용카드와 가상 계좌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은행원이라는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새로운 은행원의 탄생(은행원의 직업은 더욱 다양성과 전문성이 향상될 것이다)을 의미한다. 그렇다, 앞으로 인공지능/4차 산업혁명에 의한 기술의 등장은 직업의 소멸이 아니라 협업이 되어야 하며 될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급격한 인구감소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을 받아야 함이 옳다. 우리 사회의 과학기술 문화로 정착한 카카오택시처럼 적극적으로 그들은 받아들여 새로운 직업군의 변화와 윤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세월호 참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듯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투자는 역시 로봇보다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 사라질 직업군으로 예측된 자료에 현혹될 필요가 없으며, 미래사회에서 오늘날 직업이 현재 업무형태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빠르게 인지해야 한다. 만화 주인공 ‘아이어맨’처럼 미래에 우리는 늘 컴퓨터와 업무 협조를 해야 한다. 아울러 사라질 직업군을 예측하는 자료는 미래 직업 선택에 있어서 문제를 개인의 무지로 간주하는 매우 위험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아직까지 원시적인 암기나 수리능력으로 대학입시를 시행하는 우리의 교육제도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함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로봇 요리사가 제아무리 요리를 잘해도, 우리는 어머니의 손맛처럼 인간의 역사가 담긴 요리를 그리워하는 DNA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인류에게 직업은 우리의 역사이며 삶을 살아가는 이유이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탄생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협업을 위한 것이다. 이제 언론도 어느 학자의 주장이나 보고서를 그대로 옮겨 공포심만을 자극하지 말고, 최소한 인간으로서 생각을 담아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담론을 언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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