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본문글자크기
기사의 제목, 출처, 작성일 정보 안내
2026년 08월호
출연연 PBS 폐지, 과학계는 무엇이 달라지나?
한국원자력의학원 조수진, 김정영 공저2026-07-06

  국가출연연구소에 1996년 도입된 PBS(Project Based System, 연구과제 중심 운영제도)는 연구개발예산의 효율성과 성과 제고를 목적으로 출연연에 경쟁 기반 연구환경을 조성했다. 이후 30년간 출연연은 외부 과제를 통해 기관의 연구비와 인건비를 충당하는 구조로 운영되었고, 연구자와 연구조직은 과제 확보와 성과 창출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 구조는 그늘도 함께 불렀다. 본인의 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자가 지나친 과제 수주 경쟁, 단기 성과 중심 연구 확대, 연구 수행 증가 등이 출연연의 임무/역할 수행 및 기술 경쟁력이 약화 된다는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배경으로, 2025년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PBS 단계적 개편'이 국정과제로 확정되면서 30년만에 사실상 PBS 폐지로 공식화되었다. 이후 정부는 출연연의 방향을 '임무/성과 중심 국가거점 재도약'으로 설정하고, 연간 4천억 원 규모의 수탁사업 종료재원을 출연금으로 전환해 정부·기업 수요 기반의 전략연구사업 지원 체계를 구축 중이다. 해당 개편은 대규모·장기 연구과제를 고려해 5년간 단계적으로 개편하며, 최장 2030년까지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제1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2026.6.24.)에서 「PBS 폐지 추진현황 점검 및 향후 이행 고도화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23개 출연연 및 연구중심 직할연구기관 10개(한국원자력의학원·동남권의학원 등 포함)를 PBS 폐지 대상으로 설정하고, 3대 전략을 다음과 같이 추진한다.

 

  첫째, 인건비 안정적 지원 강화다. 2026년부터 기관출연금과 계속과제로 인건비를 전액 지원하고, 2027년부터는 기관운영비로 일원화한다. 신규 정부수탁은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출연연 참여가 필수적일 때 예외적으로 허용하며(인건비 미계상), 연구수당/성과급 등 인센티브 체계도 성과 연동 방식으로 전환한다.

 

  둘째, 임무 중심 연구체계 고도화다. 기관별 고유·국가 임무를 반영한 5년 단위 R&D 포트폴리오를 수립하고, 국가전략연구사업의 전주기 기획·평가·성과관리 체계를 마련한다. 양자·피지컬AI 등 핵심 기술 분야는 기관 간 역량 결집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한다.

 

  셋째, 제도적·행정적 기반 조성이다. 과기출연기관법 개정을 2026년까지 추진하고, 연구회 거버넌스 쇄신과 공통행정 기능 전문화를 통해 연구자 행정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

 

 

  이번 개편의 핵심 취지는 연구자가 과제 수주 부담에서 벗어나 연구 수행과 성과 창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단기·소규모 과제 중심에서 기관 임무와 국가전략에 부합하는 중장기·대형 연구 중심으로의 전환도 함께 도모한다. 그러나 의문도 남는다. PBS 폐지가 기업이 그간 출연연과 협력해 온 연구개발 구조, 중소기업 기술지원 기능, 산업계 수요 반영 체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PBS 폐지 이후 산업체 수탁연구 수행 유인 감소, 소형 협력과제 축소, 중소기업 대상 기술지원 활동 위축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밀한 제도 설계와 거버넌스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PBS 폐지의 기대효과가 충분히 실현되지 못하고 출연연의 역할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출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PBS 폐지 이후 산·연 협력방안」, 2026.6.).

 

  전문가들은 PBS 폐지를 단순한 인건비 구조 개편을 넘어 산·연 협력 구조 전반의 재설계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사업과 전략연구사업을 구분한 이원적 협력체계, 즉 대형·전략연구와 중소기업 현장지원 기능을 병행하는 구조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관 입장에서는 재정 우려도 크다. 수탁과제 제한으로 간접비 수입이 줄면서 연구장비 유지·보수, 공간 운영, 행정인력 인건비 등 기관 운영 재원을 출연금으로 온전히 대체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수탁과제를 통해 대학원생·연구연수생을 받아 함께 연구하는 구조도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산학연 연계 및 차세대 연구인력 육성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인건비 지원 대상의 범위도 시급한 과제다. 계약직·비정규직, 박사후연구원, 연구연수생 등 다양한 고용 형태의 인력이 지원 대상에 포함되는지 불분명한 상황으로, 이들이 제외될 경우 연구인력 구성 왜곡과 비정규직 처우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수탁과제 예외 허용 요건 역시 기관별 자의적 해석과 형평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고용 형태별 인건비 지원 기준과 수탁과제 허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결국 PBS 폐지로 인해 우리 과학계가 더 발전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좀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기관유지를 위한 간접비 재원 대체 방안 마련, 연구인력 양성프로그램 보완, 기술선점을 위한 수탁과제 허용 기준의 유연성 확보, 산·연 협력의 새로운 모델의 정립 등이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지난 30년간 출연연 연구 생태계를 규정해 온 PBS 체계를 벗어난 만큼, 제도 전환의 속도만큼이나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정밀한 후속 실천계획이 필요하다. 정부는 2026년 8월까지 2027년도 기관운영비 정부예산안을 확정하고, 현장 소통을 통해 정책 이행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다.▣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18.97.9.170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