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6년 06월호
정승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
정승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이 말하는 ‘전주기 의료’
수준 높은 암 치료 넘어 예방·재활·삶의 질까지…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강화
지난 4월 취임한 정승필 동남권원자력의학원장(이하 분원장)은 임상과 기초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 분야에서 활동해오며 암 치료를 단순한 수술과 치료의 개념이 아니라 예방과 재활, 삶의 질 관리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의료’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고령화 시대를 맞아 암 역시 장기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의 성격을 함께 갖게 된 만큼, 지역에서도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암 치료와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호에서는 정승필 분원장을 만나 기존의 원자력·암 전문병원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동남권 지역의 공공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지역거점병원으로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 ▶ 암 치료 넘어 지역 필수의료까지, 공공의료 역할 확대
-
정승필 분원장은 최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가장 큰 변화로 공공 필수의료 기능 강화를 꼽았다. 개원 초기 암 치료 중심의 전문기관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영역까지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심뇌혈관센터 구축이다. 부산 기장군과 울산 울주군 일대는 중증 응급환자 대응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심근경색과 뇌혈관질환 환자의 골든타임 치료를 강화하기 위해 심뇌혈관센터를 설립했다. 정승필 분원장은 이를 두고 “암 치료 중심 기능에서 더 나아가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기능까지 수행하겠다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진료 기능도 종합병원 형태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형외과, 신장내과, 심장내과, 신경외과, 소아청소년과 등 다양한 전문 진료 분야를 강화하며 지역 의료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에 따라 만성질환과 퇴행성 질환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암 치료뿐 아니라 일반 필수진료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연구중심병원’으로서의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방사성의약품과 종양 바이오 연구, 세포치료제, 정밀의료 등 첨단 의생명 분야 연구를 확대하고 있으며, 임상과 연구를 연계하는 융합형 의료기관 모델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유니스트 학생과 의대생을 대상으로 연구·임상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하며 의과학 연구 인재 양성 역할까지 확대하고 있다. 정 분원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주민들과 기장군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라며 “국가 시설인 원전 관련 시설들의 방재와 지역 암센터 기능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 전주기 암 관리 체계 구축을 위한 초석 마련
-

대학병원에서 교수로 근무하면서 대한임상통합의학회 회장 등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상과 기초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정승필 분원장의 의료철학에는 ‘환자 중심’이라는 가치가 깊게 배어 있다. 그가 실제 현장에서 암 환자의 치료뿐 아니라 예방·재활·삶의 질 관리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의료’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분원장은 “임상 경험과 관련 연구를 통해 우리 의료체계에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꾸준히 고민해 왔다”라며 “우리나라의 암 치료 기술이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만큼, 앞으로는 조기진단과 예방, 치료 후 재활, 암 생존자 관리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관리 체계가 중요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동남권의학원이 지향해야 할 방향으로 ‘전주기 의료’와 ‘지역 완결형 암 관리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정 분원장은 국가암등록통계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암 경험자가 이미 270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암은 더 이상 치료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제는 예방부터 치료, 재활, 추적관리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관리가 필요한 시대”라며 “수술과 치료 중심이었던 기존 암 진료에서 벗어나 예방과 조기진단, 치료 이후 후유증 관리와 재발 감시, 삶의 질 유지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암은 장기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연령과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의료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분원장은 수도권 집중 현상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취임사에서 “최근 5년 동안 부산·울산·경남 주민 중 서울 주요 상급병원에서 진료받은 암환자가 약 25만 명”이라며 “1년에 약 5만 명이 서울 대형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고 있고, 이 중 40%가 65세 이상 노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 분원장은 “5년간 진료비만 약 1조 원 정도가 소요됐고, 보호자 교통비와 숙박비 등을 포함하면 2~3조 원 정도의 비용이 예상된다”라고 부연하며 “여기에 시간과 기회비용까지 더해지면 지역 환자들의 부담은 상당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진정한 의료 지역분권을 확립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환자가 수도권에서 수술을 받더라도 진단과 항암·방사선 치료, 사후관리는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는 이미 표준화된 분야인 만큼, 장기간 반복되는 치료를 위해 환자가 불필요하게 이동하기보다는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지역 의료기관 간 협진 시스템을 강화하고, 필요할 경우 수도권 상급병원과도 긴밀히 연계하는 협력 진료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운영할 중입자치료와 연계한 협력체계 역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 중입자·양성자 치료 기반 확대와 방사선 의학 클러스터 구상
-
정 분원장은 중입자치료기 가동이 동남권 암 치료 체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앞으로 양성자치료센터까지 확대될 경우 중입자와 양성자 치료를 함께 운영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가속기 기반 치료 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다”라며 “소아암부터 성인암, 고령 환자 치료까지 환자 상태와 암종에 맞춘 정밀 맞춤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환자들이 서울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환자들이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수도권으로 이동하지만, 지역에서도 충분히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는 장기간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가 환자의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은 비수도권 최초로 전립선암 방사성동위원소 치료를 시작하는 등 방사성의약품 치료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정 분원장은 앞으로 지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암 치료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정 분원장은 중입자치료센터를 단순한 치료시설이 아니라 연구와 산업까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장 지역에는 연구용 원자로와 동위원소 생산시설, 연구기관들이 함께 모여 있는 만큼, 앞으로 생산–연구–임상–산업이 하나로 연결되는 방사선 의학 클러스터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연구 성과가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고, 다시 의료기기나 방사성의약품 산업으로 확장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궁극적으로는 동남권이 세계적인 방사선 의학 허브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 ▶ 환자 중심의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만들겠다
-
정 분원장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연구·진료·첨단 방사선 의학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과학기술특성화병원’이라는 점을 꼽았다. 방사선 의학과 암 치료 분야에서 축적된 전문성과 연구 인프라를 함께 보유하고 있으며, 방사성의약품과 암 진단·치료, 중입자·정밀의료 등 미래 의료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동남권 지역에서 암 특화 공공의료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했다. 수도권 대형병원 의존도가 높은 현실 속에서 지역 환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전문 암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상징성과 공공성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 대형병원 대비 낮은 전국 단위 인지도와 의료 인력 확보의 어려움은 과제로 꼽았다. 연구중심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만큼 재정 부담과 인력 운영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 분원장은 방사성의약품과 정밀 암 치료, 암 생존자 관리 분야에서 동남권원자력의학원만의 대표 브랜드를 더욱 명확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산업단지와 연계해 바이오헬스·의료기술 기업들과 협력 구조를 만들고, 연구 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협력 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몽골과는 원격진료센터 구축과 의료기술 교류 협약을 이어가고 있으며, 몽골 의료진을 대상으로 내시경 시술과 암 수술, 검진 시스템 연수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과도 의료관광 및 암 치료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해외 환자 유치 기반 역시 넓혀가고 있다.
정 분원장은 앞으로 방사선 의학과 방사성의약품 분야 국제 공동연구와 기술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중입자치료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인프라를 함께 갖추게 되면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기대했다.
또한 본원인 한국원자력의학원과 원자력병원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수도권과 동남권이 따로 가는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 방사선 의학 네트워크로 움직이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연구와 임상, 인력과 장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공동 R&D와 기술 사업화를 확대해 국가 차원의 암 치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승필 분원장은 끝으로 “의료의 경쟁력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기관, 연구자와 의료진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지역 공공의료와 첨단 방사선 의학을 함께 이끄는 기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협력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덧글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