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 2026년 05월호 제85화 방사선 인체영향 ③ |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 | 2026-0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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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영화 이야기로 시작해 보려 한다. 필자가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관람한 건 25년 8월이었다. 무려 8개월 만에 침대에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영화관에서 보고 온 영화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이다. 몇 번 지면을 통해 언급했지만, 필자는 SF 영화를 좋아한다. 그중 우주 배경의 SF 영화는 특별히 영화관에 가서 봐줘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기에 집 근처 영화관에서 관람했고, 결론적으로 돌멩이를 보고 울어버린 사람이 되어버렸다.

< 프로젝트 헤일메리 개봉 포스터, 영화 흥행에 힘입어 진행된 그레이스 & 로키 PET 포스터 증정 이벤트 >
우주 배경의 SF영화인 만큼 우주방사선과 관련된 내용도 영화에서 종종 언급이 된다. 아스트로파지에 영향을 받지 않는 타우 세티를 연구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파견된 그레이스 박사는 에리드 행성에서 같은 이유로 파견된 로키와 만나게 된다. 그레이스 박사와 로키 모두 동료들과 함께 타우 세티로 향했으나 그레이스 박사 동료들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해 사망했고, 로키 동료들은 우주방사선에 피폭되어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빛이 거의 닿지 못하고 우주방사선 역시 거의 완벽하게 차폐되는 에리드 행성 환경과 청각을 이용한 음파탐지로 상황을 파악하는 에리드 인들의 특성상 – 에리드 인 들은 시각이 없다. - 광학, 천문학은 발전하지 못했고 이론 물리학 분야도 인류보다 크게 뒤처진 상황이라 방사선 관련 지식도 전무했기에, 방사선이 에리드 인들에게 미치는 생체영향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인간뿐 아니라 에리드 인들에게도 치명적인 방사선의 생체영향 시리즈 중 마지막인 자연방사선, 저선량 방사선 그리고 방사선 역학연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1) 생활 속 방사선
방사선은 생성 원인에 따라 크게 자연방사선과 인공방사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자연방사선은 지구상의 여러 물질로부터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방사선으로, 우주방사선을 포함해 토양, 물, 우리가 섭취하는 채소나 과일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자연방사선의 연간 세계 평균은 개인당 2.4 mSv(밀리시버트), 우리나라는 이보다 조금 높은 3 mSv 인데 화강암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질적 특성 때문이다. 반면에 인공방사선은 인위적인 행동이나 발생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방사선으로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방사선 장비나 공항에서의 보안 검색장치, 원자력발전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방사선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일반인들도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미량의 방사선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 생활 속의 저선량 방사선 >
2) 저선량 방사선
방사선은 에너지가 높은 방사성물질이 안정된 상태를 찾기 위해 방출하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입자선 혹은 전자기파를 일컫는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파, 적외선, 자외선, 가시광선 등도 방사선의 범주에 포함되지만, 보통 방사선이라고 하면 α, β, γ, X선과 같이 전리 작용으로 인해 인체에 해를 주는 이온화된 전리방사선을 말한다.
인체에 미치는 방사선영향을 평가할 때 Sv(시버트)가 단위인 등가선량과 유효선량을 주로 사용하는데, 전리방사선생물학적영향위원회(BEIR)는 100 mSv 이하의 전리방사선을 저선량 전리방사선으로 정의하였다. 현재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와 UN 방사선영향과학위원회(UNSCEAR)도 동일한 정의를 사용한다. 100 mSv는 우리나라 국민이 받는 1인당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3mSv)의 약 33배에 해당하며, 현재까지 그 이하의 피폭에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역학은 질병을 포함한 건강과 관련된 이슈들의 발생, 분포, 경향과 그 원인 및 위험요인 등을 조사하는 학문으로, 일반적으로 인간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방사선피폭 시 인체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견해는 생물학적 연구와 함께 역학적 연구를 토대로 이루어지며, 역학연구의 일차적인 목적은 방사선피폭 인구집단의 다년간 추적조사를 통해 방사선과 질병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이를 정량화하는 데 있다.
1) 저선량 방사선 위험도 평가
저선량 방사선영향은 암 발생과 유전적 장해와 같은 오랜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피폭 증가에 따라 방사선영향 발생 확률 역시 증가한다는 확률적 영향의 특성을 기본 가정으로 한다. 피폭에 따른 암 위험도 추정을 위해서 현재까지 100 mSv 이상의 구간에서 발견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저선량 구간에서의 외삽과 선량-선량률 효과 인자(DDREF)를 보정 하여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DDREF에 관한 수치는 역학연구마다 다른 주관적 해석에 기초하여 다른 수치들을 사용하고 있으며, 저선량과 관련된 장기적인 건강위험도 평가는 여전히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실정이다.
아래 4가지 모델들은 방사선피폭에 따른 대표적인 암 위험도 추정 가설로, BEIR을 비롯한 대부분 국제 연구에서는 아무리 작은 선량의 방사선이라도 암 위험도가 존재한다는 선형 무역치 모델을 지지하고, ICRP는 선형 무역치 모델과 선형 이차 모델을 방사선 방호 기본 모델로 삼는다.


< 방사선노출에 따른 암 위험도 모델 >
방사선 역학연구에서 방사선과 질병과의 관련성이나 위험도는 다양한 방법으로 평가하는데, 대표적인 평가지표는 아래와 같다.
그 외에 확률의 개념을 이용한 승산비, 생존시간을 고려한 생존 위험비 등 평가 목적과 방법에 따라 다양한 평가지표를 사용하여 방사선과 질병과의 관련성을 연구한다.
2) 저선량 방사선 역학연구 코호트와 연구 결과
2012년에 발간된 제14차 일본 원폭생존자 사망률 연구보고서1)에 따르면, 0.2 Gy(그레이) 이하에서 고형암 위험도 유의성은 보고되었지만 피폭군들의 지리적, 사회・인구학적 요인에 따른 기저 암 위험도의 차이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ICRP는 현재까지 진행된 원폭생존자 역학연구를 바탕으로 1 Sv 당 암 위험도가 약 5% 증가한다고 제시하였다. 선형 무역치 모델을 가정하여 이를 저선량 구간까지 확대하면 1~100 mSv의 피폭에 0.005~0.5%의 암 위험도 증가를 추정할 수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의료방사선의 경우 소아기의 진단 검사(CT, X-ray) 시 피폭되는 방사선과 암 발생과의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 사례도 있지만,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이나 치료 이득이 피폭에 의한 위험성보다 높다는 것이 주류 의견이다.
(1) 원전 종사자
원전 종사자는 대표적인 저선량 방사선 역학 연구 코호트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프랑스 등 세계 주요 원전 선진국들에서 자국 원전종사자에 대한 추적조사가 체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원전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암 발생과 사망 연구’에서 원전종사자와 대조군의 암 발생, 사망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오히려 일반인보다 암 발생이나 사망률이 낮은 경향이 관찰되었다.(Lim et at 2006, Ahn et al 2005, Jeong et al 2010)
프랑스, 영국, 미국이 협력하여 약 31만 명의 원전 종사자들을 35년간 추적 조사한 INWORKS2 프로젝트 결과가 발표되었다. 먼저 고형암 사망 위험 관련 논문이 BMJ에 2023년 발표2)되었는데, 누적 선량이 증가함에 따라 고형암 사망 위험이 선형적으로 증가해 저선량에서도 암 발생 위험도는 존재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2024년 Lancet Haematology 저널에는 혈액암 사망위험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3)했는데, 저선량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원전 종사자들에게서 백혈병, 다발성 골수종 등의 사망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 항공 승무원
2019년-2022년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진행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항공기를 조정하는 운항 승무원의 연평균 우주방사선 피폭선량은 1.33 mSv/y 이었으며 객실 승무원은 0.53 mSv/y로 나타났다. 2022년 Christopher Scheibler 연구진이 35개 이상 전세계 항공승무원 대상 35개 역학연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4)했는데, 유방암과 흑색종이 일반 인구 대비 발생률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규칙한 수면 등으로 인한 생체리듬 파괴, 자외선 노출 등 다른 환경요인이 복합 작용했을 여지가 있어 우주방사선으로 인한 항공 승무원들의 암 발생률이 올라갔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미국 국립과학원,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항공승무원들을 대상으로 방사선 노출로 인한 암 발생5), 유산율6) 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3) 고자연배후방사능지역
전 세계적으로 자연방사선 피폭량은 연간 2.4 mSv 정도로 보고되고 있지만 지역에 따른 편차가 상당하며, 자연방사선 피폭량이 세계 평균의 두 배인 연간 5 mSv 이상으로 보고된 지역도 있다. 특히 인도 Karanagappally (3~77 mSv/y)나 중국 Yangjinag (1~5.5 mSv/y)의 경우 대표적인 고자연배후방사능지역으로 분류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연구들에서 염색체 이상의 차이는 보고되었으나 암 발생 및 수명 단축은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7),8)
지난 주말 서울 낮 최고 기온이 29.4도를 기록하며 119년 만에 4월 중순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다행히 20일 비 소식과 함께 이른 초여름 더위는 한풀 꺾일 전망이라는 기상청 보도자료를 보고 미뤄두었던 겨울옷 정리와 찰나의 봄을 즐기기로 했다. 독자분들도 찰나가 될지 모를 봄을 많이 즐기시길 바라며 다음 달 마지막 화로 찾아뵙겠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https://www.rerf.or.jp/en/library/data-en/lss14-en
2) David B Richardson et al, Cancer mortality after low dose exposure to ionising radiation in workers in France, the United Kingdom, and the United States (INWORKS): cohort study, BMJ, 2023; 382: E074521
3) Leukaemia, lymphoma, and multiple myeloma mortality after low-level exposure to ionising radiation in nuclear workers (INWORKS): updated findings, The Lancet Haematology, 2024; 22(10): e744-e753
4) Christopher Scheibler et al, Cancer risks from cosmic radiation exposure in flight: A review, Frontiers in Public Health, 2002, 10: 947068
5) https://www.nationalacademies.org/projects/DELS-NRSB-25-01
6) https://www.cdc.gov/niosh/aviation/about/index.html
7) Raghu Ram K Nair et al, Background radiation and cancer incidence in Kerala, India-Karanagappally cohort study, Health Phys, 2009; 96(1): 55-66
8) Z Tao et al, Cancer mortality in the high background radiation areas of ㅛ무허ㅑ뭏, China during the period between 1979 and 1995, J Radiat Res, 2000; 41: Suppl:3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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