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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호
제84화 방사선 인체영향 ②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6-04-07

  오랜만에 한국 영화계에 천만 영화가 등장했다. 2024년에 개봉한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로 2년 만에 장항준 감독 연출작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가 천만 영화 타이틀을 차지했다. 2026년 3월 16일 기준 관객수 1,360만 명을 돌파해 1,500만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까지 1,500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명량’과 ‘극한직업’ 두 편뿐이다.

  단종-세조 서사로 그간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제작되었지만, 주로 세조의 희생양으로만 잠깐 등장하던 단종 서사를 중심으로 풀어낸 미디어는 흔치 않았다. 단종은 어린 나이에 숙부에게 숙청당해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지만, 후손들에게 지금까지도 위로받고 있다. 반면, 세조는 왕위 찬탈로 곤룡포는 입었을지언정 말년에는 심각한 피부병으로 고통받다 사망했으며 세조가 묻힌 광릉은 카카오맵 별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지금은 세이프모드가 설정되어 별점 및 후기가 제공되고 있지 않다.

 




< 2026년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거며쥔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왕과 사는 남자 시사회 이후 세조 광릉과 단종 장릉 카카오맵 별점 >

 

  조선왕조 역사상 유례없는 적통성을 가지고 왕위에 오른 단종이 17세에 숙부에 의해 숙청되어 50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 후손들에게 추모의 대상이 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 물론 필자는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 평탄할 것 같기만 한 왕의 인생에도 높낮이가 있듯 방사선의학 기술 발전에도 부흥기와 암흑기가 있다.

  이런 역사와 유사하게 방사성물질도 1920∼1930년대 일상 곳곳에 활용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이 제대로 규명되기 전이라 야광페인트, 의료,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었는데, 이는 ‘라듐 걸스’와 ‘라디토르’ 사건 – 에벤 바이어스가 라듐이 함유된 물을 상습 복용하여 사망한 사건으로 이어져 사회적인 파장을 초래하게 된다. - 이후 방사성물질 이용에 제동이 걸리게 되고 방사선 방호 관련 연구가 태동하게 된다. 이후 방사성물질과 방사선 이용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되고 방사선 특징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면서 방사선은 의료, 농업, 공업 분야 등에 다시금 널리 활용되게 된다. 기술적 관점에서 방사선 기술이 널리 활용되고 퍼지는 시기가 부흥기라면, 기술규제와 안전이 대두되는 시기는 상대적으로 암흑기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번 호는 방사선 방호분야에서 기반 된 연구 분야인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두 번째 편이다.

 

 

  포유동물의 배아에 미치는 방사선의 영향은 배아의 발생단계를 기준으로 전 착상기(preimplantation period), 기관형성기(organogenesis period) 및 아기(fetus period)의 3기로 구분하며 각 시기에 따른 방사선의 영향은 다음과 같다.

 

1) 전 착상기

  이 시기에 방사선 피폭이 되면 염색체 소실, 기형 출산, 사산 등이 매우 큰 영향을 받게된다. 이런 영향은 0.1 Gy(그레이) 정도의 저선량에서도 나타난다.

 

2) 기관형성기

  기관형성기에 방사선에 피폭되면 전 착상기에 비해 배아 사망률은 낮으나 기형발생 빈도가 높다. 소안(micropthalmia)이나 이상 사지, 무두개골·뇌노출, 중추신경 손상 등 심각한 기형이 발생한다.

 

3) 태아기

  이 시기에는 산모가 방사선에 피폭되었다고 해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태아의 사망은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출산 후 위장이나 조혈기관의 장해 등의 기능이상 증세나 만성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원폭 폭발 중심반경 1.2 ㎞ 내의 피폭 임산부 출산의 경우 소두증, 지능 장애, 선천성 심장병 등의 신생아 증상이 나타났고, 나가사키 원폭 임산부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유산 또는 사산이 14명, 분만한 신생아 16명 중 4명은 지능 장애 등(이 임산부들의 피폭 선량은 0.2 Gy 정도로 추산)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저선량 방사선은 자연방사선 수준의 낮은 선량인 방사선으로 통상 100 mSv 이하의 방사선을 의미한다. 연간 자연방사선 피폭량인 2.4~3 mSv의 30~40배에 해당하며, 일반적인 CT 검사 20회 정도 시 피폭되는 양이다. 방사선 위험도는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내는 단위 인 Sv(시버트)로 표시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대부분의 역학연구에서는 100 mSv 이하 방사선 피폭에서 직접적인 암 발생 증가 등을 증명하지는 못하였으나, 일반인이나 의료방사선 노출은 주로 이 범위에서 일어난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발간한 ‘저선량 방사선의 생물학적 영향(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BEIR VII)’ 보고서에서는 저선량 방사선도 문턱값(threshold) 없이 선형으로 증가하면 최소 선량에서도 인간에게 암 발생 등 추가위험을 일으킬 잠재성이 있다는 문턱값 없는 선형비례이론(linear-no threshold [LNT] model)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국제기구 보고서에서 저선량 방사선에 의한 암과 유전적 장애는 문턱값이 없다고 간주하고 있다.

 

 

저선량 방사선의 암 발생 모델인 LNT에 대해 각종 학회와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견해를 발표하고 있다.

 

1) UNSCEAR 보고서

  UN과학위원회(United Nations Scientific Committee on the Effects of Atomic Radiation, UNSCEAR) 등 방사선 관련 국제기구에서는 현재 저선량 방사선이 암을 비롯한 이외 질환에 의한 사망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연구가 진행 중이다. 암 이외의 질환으로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는 방사선에 의한 염증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1982년에 발간된 보고서에서는 저선량 방사선이 암 이외의 다른 사망 위험 요인은 없다고 했으나, 추가적인 동물실험에도 암으로 인한 사망이 방사선과 관련된 수명 손실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었으며 일본 원폭 생존자 수명 연구에서 얻은 데이터는 이러한 가능성이 높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백내장 발생은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관계되며, 심혈관계 질환도 지속적인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2) BEIR VII 보고서

  BEIR VII 위원회는 방사선 노출과 암 발생 위험 간 관계를 설명하는 모델로 LNT 모델이가장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LNT 모델은 방사선량과 암 발생위험은 정비례하며, 아무리 적은 선량이라도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가설로 특정 선량 이하에서는 안전한 문턱값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보고서에서는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생존자들에 대한 장기 추적데이터와 생물학적 기전 등 여러 가지 자료를 검토하여 방사선노출로 인한 암 발생 위험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약 100 mSv 방사선에 단 한 번 노출될 경우, 100명 중 약 1명이 고형암 또는 백혈병에 걸릴 것 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방사선 노출이 후손에게 미칠 유전적 질환 위험은 매우 낮지만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했다.

 

 

1) 방사선 적응반응

  저선량(20 cGy, 센티그레이 이하) 방사선에 노출된 인체 림프구가 일정한 시간 내에 고선량(1∼2 Gy)의 방사선에 다시 노출되어도 염색체 손상을 잘 입지 않는 현상을 방사선 적응반응이라고 한다.

 

2) 방관자효과

  방관자효과는 방사선에 피폭된 세포가 멀리 떨어진 정상 세포에도 손상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방사선에 피폭된 DNA에 손상을 주는 인자들이 배양 매체를 통해 확산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다른 메커니즘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조직이나 삼차원 내에서 서로 가깝게 밀집된 세포 조직에서도 일어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3) 호메시스

  호메시스는 저선량 이온화 방사선이 생물에 유익하고 생체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말한다. Atkinson이 해초 실험을 통해 이 효과를 발견했는데, 이후 방사선 호메시스 연구가 지속되어 1,000여 편이 넘는 논문이 발행되었다.

  1994년 UNSCEAR는 저선량의 방사선이 나타내는 자극과 적응 효과에 관한 논문 405편에 대해 논평을 통해 방사선 호메시스 효과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어느새 봄기운이 성큼 다가왔다. 일교차는 10도 가까이 나기 때문에 아침에는 살짝 쌀쌀하지만, 낮 최고기온은 16~18도에 육박해 봄꽃들이 하나둘 피어나고 있다. 필자도 봄기운을 받아 겨우내 묵혀두었던 옷정리를 시작하려 한다. 독자분들도 봄맞이 환기 차원에서 주변정리를 해 보시는 건 어떠신가? 정리하는 와중에 새로운 연구주제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방사선비상진료 개론서, 한국원자력의학원, 2018

2) 방사선비상진료 개론서, 한국원자력의학원, 2018

3) Ionizing radiation: Sources and biological effects, UNSCEAR, 1982

4)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BEIR VII Phase 2, National Research Council, 2006

5) 방사선비상진료 개론서, 한국원자력의학원, 2018

6) UNSCEAR 1994 Report, Annex B: Adaptive responses to radiation in cells and organis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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