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6년 03월호
대한핵의학회 유영훈 회장
정밀의료 시대, 진단과 치료를 잇는 핵의학의 진화
테라노스틱스와 AI 융합으로 다시 도약을 모색하는 대한핵의학회
핵의학은 방사성의약품과 분자영상 기술을 통해 질환의 생물학적 특성을 수치화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치료까지 연결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라는 독보적 강점을 지닌 분야다. 진단과 치료를 하나로 설계할 수 있는 핵의학의 역할은 최근 ‘맞춤형 치료’라는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대한핵의학회 유영훈 회장을 만나 정밀의료 시대 핵의학의 성장 가능성과 재도약을 위한 과제를 들어보았다.
- ▶ 65년 역사를 가진 대한핵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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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8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방사성요오드 섭취율 측정과 치료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핵의학의 역사가 열렸다. 1960년 대구 동산병원의 방사성요오드 치료, 같은 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동위원소진료실 개설을 거쳐 1961년 12월 대한핵의학회를 창립하면서 핵의학 발전의 토대가 다져졌다.
43명의 창립 회원으로 출발한 학회는 올해로 65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대한핵의학회는 전문의를 포함해 핵과학자, 방사화학자, 핵물리학자, 연구원 등 약 1,50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학술단체로 성장했다. 유영훈 회장은 “핵의학은 단순한 영상의학의 한 분야가 아니라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아우르는 독자적 의학 영역”이라며 “학회는 학문적 발전은 물론 산업·정책·임상 현장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보험수가 개편 이후, 테라노스틱스·AI로 재도약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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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보험급여 기준 변경 이후 PET-CT 검사가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고 수익률이 크게 낮아지면서 핵의학은 장기간 침체를 겪어왔다. 검사 감소는 곧 전공의 지원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젊은 의사들이 상대적으로 전망이 밝은 분야로 이동하면서 인력 기반 역시 약화됐다. 그러나 대한핵의학회는 이러한 위기를 단순한 구조적 한계로 받아들이기보다, 학문적·산업적 재도약의 계기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학회는 테라노스틱스연구회와 핵의학인공지능연구회 등을 중심으로 진단과 치료를 아우르는 신기술 연구를 강화하고, 글로벌 임상 지원과 산업계 협력을 확대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방사성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 제도 개선 건의, 젊은 의사들을 위한 교육·연수 프로그램 강화 등을 통해 전문 인력 유입 기반을 다시 다지고 있다.
- ▶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테라노스틱스’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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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핵의학에서 지속적으로 화두가 되는 이슈 중 하나는 ‘테라노스틱스’다. 진단과 치료를 결합한 개념으로, 질환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동일한 표적을 이용해 치료까지 이어가는 기술이다. 유 회장은 “핵의학의 가장 큰 장점은 ‘진단하고, 치료가 되게 한다’는 점”이라며 “특히 전립선암 분야에서 테라노스틱스의 가치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립선암 치료제로 주목받는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는 이러한 흐름을 상징한다. 과거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인 ‘루타세라’가 있었지만, 환자 수가 제한적이어서 사회적 관심은 크지 않았다. 반면 전립선암은 환자 규모가 크고 PSMA 검사를 통해 치료 반응 가능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어 임상적·사회적 파급력이 훨씬 크다.
유영훈 회장은 “핵의학과에서는 PSMA 검사를 통해 암세포에 약제가 실제로 도달하는지 확인한 후 치료 여부를 판단하고, 효과가 없을 치료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환자에게는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치료 효과가 명확할 때만 투여함으로써 불필요한 시간 낭비와 환자의 신체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테라노스틱스가 각광이며 앞으로 5년 내에 테라노스틱스 영역은 지금보다 훨씬 넓어질 것이라는 게 유 회장의 전망이다.

- ▶ 종양 치료에서 치매 진단까지, 확대되는 방사성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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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변화는 핵의학과에서 치매 관련 뇌 검사가 크게 늘었다는 점이다. 최근 치매를 완치할 수는 없지만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제 ‘레켐비’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레켐비는 초기 증상을 보이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추는 최초의 의약품으로 미국 식품의약품(FDA)의 승인받았다. 이 약을 사용하려면 뇌의 아밀로이드 PET-CT를 촬영해 뇌 속 아밀로이드 침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아밀로이드가 확인된 환자에게서만 약효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핵의학이 직접 치료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치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핵의학의 진단·치료 기술이 다각적으로 개발되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 공개 사이트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trials.gov)를 보면 현재 진행 중인 방사성의약품 임상시험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장암·유방암·폐암 등 환자 수가 많은 주요 암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기존에 선택지가 부족했던 영역에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 환자의 선택 폭을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 위기 속에서도 연구회 중심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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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산하에 다양한 연구회를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테라노스틱스연구회를 중심으로 해당 분야의 학술 연구를 전개하고 있으며, 뇌 분야는 신경핵의학연구회에서, 의학 분야 인공지능(AI)은 핵의학인공지능연구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밖에도 심장핵의학연구회, 핵의학영상및기기연구회, 핵의학갑상선연구회, PET-MR영상임상연구회, SPECT 융합영상연구회, 환경분자영상연구회 등에서 다양한 실용·선행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학회는 연구 성과를 직접 창출하기보다는 산업계와 의료계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방사성의약품은 일반 의약품과 달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이중 승인과 관리를 받아야 하는 만큼, 학회는 인허가 및 제도 개선 과정에서 두 기관과 산업계를 연결하는 소통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학연과 정부 간 이해와 협력을 촉진하며 핵의학 생태계 전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 ▶ 글로벌 임상과 학술 네트워크 복원… 대한핵의학회의 외연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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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시험은 결국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다.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초기 단계부터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설계가 요구된다. 대한핵의학회는 산업계가 글로벌 임상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의 목적·설계·방법을 구체화한 ‘임상시험 프로토콜’ 수립을 지원하며 실질적인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회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핵의학 학회와 MoU를 체결해 긴밀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을 초청해 학술 교류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2016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핵의학 공동학술대회의 복원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중국과 일본 학계를 국내로 초청해 교류를 재개하고, 단기적으로는 특별 세션 형태로 시작해 2027년부터는 공동학술대회를 정상화한다는 것이 학회의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핵의학협력기구(ARCCNM)와의 공동 학술대회 개최, 방사성의약품학회와의 공동학술행사 운영 등도 이러한 국제 협력 전략의 일환이다.
- ▶ AI와 정량화, 디지털 전환의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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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핵의학의 또 다른 전환점이다. 정밀의료와 바이오 융합이 가속화되는 환경 속에서 핵의학은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검사와 진단, 치료 효과 제고, 환자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도입하고 있다. 판독을 보조하는 소프트웨어는 이미 상용화됐지만 가격이 높고, 단독으로는 투자 대비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새로운 검사 장비 도입 시 패키지 형태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선택지가 확대되고 있으며, 학회 역시 소프트웨어가 임상 현장에서 원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학술적 기반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핵의학은 본질적으로 ‘정량화’와 ‘표준화’ 역량이 중요한 분야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진단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가 된다. 특히 아밀로이드 PET-CT와 타우 PET-CT는 신경과·정신과에서도 활용되는데, 영상 판독에 익숙하지 않은 진료과에서는 수치화된 지표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과거 핵의학에서 많이 시행된 뼈 전이 검사 역시 자동 스크리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다만 자동 판독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경우의 책임 문제와 정확도 확보가 관건이다. 유영훈 회장은 “자동 분석 과정에서 영상을 놓치지 않고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의료 현장 적용은 확대될 전망이며, 학회도 정기 교육과 영상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 ▶ 안정적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유관기관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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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갑상선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뼈 스캔용 화합물의 수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방사성의약품의 안정적 공급 체계 구축이 핵의학계의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수주간 식이 조절과 신체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약품이 공급되지 않아 준비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을 겪었다. 유영훈 회장은 근본적 해결책으로 국내 생산 기반 확충을 강조했다. 부산 기장군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15MW급 연구용 원자로가 2027년 완공되고 늦어도 2029년 초에는 상용 생산이 시작되면 루테슘 등 핵심 동위원소의 국내 자급은 물론 인근 국가로의 공급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방사성의약품 연구·개발의 전주기를 지원하는 ‘국가 RI 신약센터’의 역할도 중요하다. 방사성동위원소 기반 임상·비임상 시험이 가능한 국내 유일 기관이지만 GLP 인증 절차 지연, 동물 사체 처리 문제 등 현장의 애로사항이 제기되고 있다. 학회는 연구자와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 문제 해결을 지원하고, 2024년 발표된 ‘방사성 바이오 성과 창출 전략’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 ▶ 다시 도약하는 핵의학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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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연구는 진료 활성화와 연구 확산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동시에 지닌다. 그러나 그 토대에는 결국 새로운 의약품 개발이 자리한다. 유영훈 회장은 “새로운 의약품 개발은 매우 중요하지만, 출발점은 ‘임상에서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자의 관심과 학문적 성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방사화학자(PhD)들이 우수한 화합물을 개발하더라도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핵의학과뿐 아니라 다른 진료과에서도 활용 가능한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실제 환자 치료로 이어지게 하는 것 역시 학회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강조다.
테라노스틱스 확산과 함께 질환이 복잡해질수록 다학제 진료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학회는 의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병원별 다학제 진료 체계가 시스템화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연구계·산업계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핵의학 시장의 성장이 곧 산업 발전과 직결된다”는 유영훈 회장은 “국내 기업의 수출 역량 확대를 돕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내 핵의학 생태계 전반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정밀의료 시대, 핵의학은 더 이상 보조적 진단 분야에 머물지 않는다. 진단과 치료를 하나로 연결하는 테라노스틱스와 AI 기반 정량화 기술을 축으로, 핵의학은 맞춤형 치료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한핵의학회의 도전은 곧 한국 핵의학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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