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의 창

본문글자크기
  •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김태현 회장
임상과 학문을 잇는 방사선종양학의 협력 플랫폼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김태현 회장이 말하는 방사선치료의 역할과 미래

    2026년 01월호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김태현 회장
    임상과 학문을 잇는 방사선종양학의 협력 플랫폼
    대한방사선종양학회 김태현 회장이 말하는 방사선치료의 역할과 미래

 

  ICT와 AI 기술의 발전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유전체 기반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의 확산은 수술·항암치료와 함께 3대 암 치료법으로 꼽히는 ‘방사선치료’ 영역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방사선종양학회는 임상 현장의 경험을 학문적 근거로 축적하고, 다기관 협력을 통해 치료 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연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김태현 대한방사선종양학회 회장을 만나, 방사선치료 트렌드 변화 속에서 학회가 지향하는 방향과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 43년 간 축적해 온 방사선치료 전문 학술단체의 정체성

  대한방사선종양학회(KOSRO)는 방사선치료를 기반으로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연구와 학술 활동을 이어온 전문 학술단체다. 1982년 창립 이후 방사선종양학의 학문적 발전과 임상 적용을 선도해 왔으며, 최근에는 정밀의료, 면역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등과의 융합 연구를 통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 정책 제언, 국제 교류 등 다방면의 활동을 통해 방사선종양학의 미래를 이끄는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회의 출발점은 제도적 변화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1982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방사선과에서 치료방사선과가 독립된 전문 진료과로 공식 인정되었고, 이를 계기로 치료방사선 분야의 학문적·전문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전문 학술단체 설립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82년 대한방사선종양학회의 전신인 ‘대한치료방사선과학회’가 창립되었다.

  지난 11월, 제23대 학회장으로 취임한 김태현 신임 회장은 “대한방사선종양학회는 지난 43여 년간 방사선치료 효과 제고를 위한 연구와 임상 적용 확대, 그리고 의료방사선 관련 정책과 국제교류 활성화를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왔다”라며 학회 소개를 부연했다.

▶ 방사선종양학회, 전환점에 선 방사선종양학의 방향 제시

김태현 회장

  치료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암 치료 전략이 다층화되는 시기일수록 학회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김태현 회장은 “방사선종양학은 지금 매우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학회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기대를 느꼈고, 그 책임을 안고 회장직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회장 취임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는 김태현 회장은 학문 발전과 환자 치료 수준 향상, 그리고 학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학회 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학문적 역량 강화다.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고 기초 및 임상 연구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며, 차세대 방사선치료 기술의 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번째는 다학제 및 다기관 협력 확대다. 암 치료는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해야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외과·내과·영상의학·병리·생물학·의학물리학 등과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회원 중심의 학회 운영이다. 젊은 전문의 양성을 위한 교육과 지원을 강화하고, 회원들이 학술 및 임상 활동에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이 세 가지 방향성을 바탕으로 학회의 국내·국제적 위상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CT/MRI도 귀하던 시절에서, 입자 방사선치료의 시대까지

  방사선치료는 장비의 발전, 치료 데이터의 축적, 그리고 임상 경험이 상호 보완적으로 축적되며 발전해 온 분야이다. 국내에서는 1970~1980년대에 CT와 MRI 등 영상 진단 장비가 의료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으나, 이를 방사선치료에 활용한 전산화 치료계획 시스템은 제한적으로 이용되던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지난 20-30여 년간 입체조형방사선치료, 방사선수술, 세기조절방사선치료(Intensity modulated radiotherapy, IMRT)를 비롯하여 양성자 치료와 중입자 치료 등 입자 방사선치료기의 도입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방사선치료 인프라를 모두 갖춘 국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0번째로 양성자 치료를 도입한 국가로, 김태현 회장이 소속된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는 세계에서 20번째로 양성자 방사선치료 기술을 도입한 기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중국, 미국, 프랑스,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중입자 방사선치료기를 도입했으며, 세브란스병원은 2023년부터 국내 최초로 중입자 방사선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기장중입자치료센터와 서울아산병원에서도 중입자치료기 도입 계약을 완료하고, 각각 2027년과 2031년 치료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계명대학교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양성자치료 도입을 위한 계약을 완료하고 2029년 치료 시작을 목표로 준비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국내 여러 의료기관에서 양성자 및 중입자 치료를 위한 입자 방사선치료기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차세대 입자 방사선치료 시설의 확산은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 치료 선택지를 확대하고 환자 맞춤형·정밀 치료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전은 암 환자의 생존 기간 연장뿐 아니라 치료 과정에서의 삶의 질 향상과도 직결되는 만큼, 차세대 방사선치료 기술의 도입과 확산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현 회장은 “암 사망률이 여전히 국내 1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암 환자의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암은 치료 시점이 지연될수록 생존율과 예후가 급격히 악화되는 대표적인 중증 질환으로, 수술·항암·방사선치료가 유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의료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고령화와 암 환자 증가로 방사선치료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방사선종양학과의 인력난은 암 치료의 질과 환자 접근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암 치료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방사선종양학 인력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필수의료 관점에서의 제도적 보호와 지원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치료방사선 연구 트렌드 변화와 KROG, ‘근거 중심 치료’의 플랫폼 강화

  김태현 회장이 꼽는 기술·연구 분야의 가장 큰 흐름은 ‘정밀의료 기반 맞춤형 치료’와 ‘AI를 활용한 치료 계획 최적화’다. “최근 연구계는 유전체, 영상 생체표지자(Radiomics), 면역 반응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한 정밀·적응형 방사선치료 기술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김태현 회장은 “특히 AI는 표적 윤곽 설정, 선량 계획, 치료 검증 등 방사선치료 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정확성과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부연했다.

  학회의 대응도 이 변화에 맞춰 구체화되고 있다. 치료방사선 연구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는 학회의 방향은, △정밀의료·AI 기반 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 인프라 구축 △고정밀 방사선치료의 표준화와 가이드라인 강화에 기여 △다학제 협력 기반의 새로운 치료기술 개발 촉진 △대규모 임상 데이터 기반 예후 예측 연구 지원 등이다. 학회는 이러한 노력을 통해 방사선치료가 단순 국소 치료를 넘어 종양생물학 기반의 정밀 치료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데 중점적인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방사선종양학의 발전은 다양한 전문 분야와의 협력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학회는 내부적으로 KROG를 중심으로 임상과 연구를 연결하는 다기관 협력 플랫폼 구축에 주력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국내외 관련 학회들과 연계해 다학제 심포지엄과 공동 세션을 확대하며 학문적 교류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아울러 진료의 질 향상을 위한 공동 가이드라인 개발과 개정 작업도 지속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이미 학회는 한인미국방사선종양학회(KASTRO)를 비롯해 일본(JASTRO), 중국(CSTRO), 대만(TASTRO), 아시아방사선종양학회연합회(FARO)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국적 임상시험 참여 기반을 확충하고, 국내 연구자들이 세계적인 연구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김태현 회장은 “KROG의 역량과 활동이 강화될수록, 임상과 연구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사선종양학 다기관 협력 플랫폼 구축이라는 학회의 방향성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며, “이러한 노력은 학회의 글로벌 위상 강화는 물론, 국내 방사선종양학의 성과가 세계 무대에서 더욱 널리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현 회장

▶ 젊은 인재 양성과 회원 소통, 그리고 유관기관과의 협력

  “학회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결국 사람”이라는 김태현 회장이 반복해서 강조하는 키워드는 ‘사람’과 ‘소통’이다. 학회가 기술 발전을 논하는 조직이기 이전에, 회원들이 성장하고 연결되는 플랫폼이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학회는 특히 젊은 연구자와 전공의를 위한 체계적 교육·멘토링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이들이 미래 학회를 이끌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 발전을 위해서는 유관기관과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김태현 회장은 말한다. 특히 방사선 의학 연구와 임상 적용에서 핵심적 역할을 해 온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학회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 왔다고 언급했다. 김태현 회장은 “우리 학회는 원자력병원과 방사선의학연구소, 국가RI신약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신약 개발, 방사선치료 기술 고도화, 임상시험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이를 통해 환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협력이 방사선치료 기술 고도화와 환자 치료 효과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태현 회장은 학회의 모든 활동이 ‘환자 중심 가치’에 기반해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동시에 학회의 발전은 집행부만의 노력으로 완성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방사선종양학의 발전은 학회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다”는 김태현 회장은 “학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 및 관계 기관의 지원이 함께할 때 비로소 큰 성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학회의 모든 활동은 환자 중심의 가치에 기반해 추진할 것”이라며, 학회의 비전에 공감하고 함께 힘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18.97.9.170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