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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1월호 다가오는 양자컴퓨팅 시대, 방사선의학은 어디로 갈까 | 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 | 2025-1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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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양자컴퓨팅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양자컴퓨팅은 ‘언젠가’의 기술로 취급됐다. 지금은 다르다. 계산 과정의 오류를 다루는 기술이 빠르게 성숙했고, 각국의 투자도 해마다 커진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QIS 예산이 억 달러대에서 10억 달러 안팎으로 올라섰고, 중국도 연구 인프라와 인력·기업 생태계를 꾸준히 확대하며 미국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국 역시 2035년까지 3조 원 규모의 누적 투자를 내걸고, 2025년 예산 1,980억 원을 배정해 생태계를 확장 중이다.
전망은 대체로 비슷하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소수의 논리 큐빗으로 화학 계산이나 복잡한 최적화에서 실용적 성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고, 2030년 전후에는 일부 응용에서 분명한 이점이 보일 수 있다. 방사선의학 입장에서 양자컴퓨팅은 모든 걸 갈아엎는 만능키라기보다, 기존 시스템 옆에서 복잡한 탐색과 좋지 않은 조건까지 감안한 평가를 맡길 조용한 조력자에 가깝다. 아래 세 가지가 그 중에서도 현장에서 바로 상상이 되는 지점들이다.
보다 안전한 방사선 치료계획
적응형 방사선치료는 환자의 상태가 날마다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을 전제로 움직인다. 평소에는 잘 맞던 방사선치료계획도 어떤 날엔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목표를 “평균적으로 괜찮다”에서 “불리한 조건에서도 안전하다”로 옮기는데 양자컴퓨팅이 역할을 한다. 양자 서브루틴(작은 양자 프로그램)을 끼우면 수많은 후보 중 가장 불리한 상황에서도 버티는 조합을 더 집요하게 고를 수 있다. 실무에선 방사선치료계획 프로토콜에 따라 큰 틀을 잡고, 빔 각도·세기처럼 경우의 수가 폭증하는 구간은 양자컴퓨팅에 맡기는 하이브리드가 자연스럽다. 그러면 타겟종양에 방사선량이 너무 적게 들어가거나, 중요 정상 장기에 방사선량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구간처럼 최악의 상황을 줄일 수 있다.
각 병원에 데이터를 두고, 다기관 연구가 가능
방사선의학을 포함한 임상의학데이터는 다기관 연구를 통해 실질적인 검증을 거쳐야 임상현장에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영상자료를 포함한 의료 데이터가 개인정보와 보안 이슈로 인해 쉽게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팅을 이용한 연합학습은 원본 데이터를 각 병원에 둔 채, 병원별로 학습한 변화만 모아 성능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행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개발된 광케이블(이미 설치되어 있는)을 통한 양자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여러 병원에 분산 되어있는 영상정보를 안전하게 중앙 연구기관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데이터가 적은 기관도 다기관 임상시험에 참여 문턱이 낮아지고, 특정 병원 특성에 치우친 임상연구 편향도 완화될 수 있다.
선량은 줄이고, 영상은 더 또렷하게
CT나 PET영상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에도 양자컴퓨팅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영상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AI가 "기존 영상에서 학습한 패턴으로 보정"한다면, 양자컴퓨팅은 측정 데이터, 물리법칙, 제약조건 등 영상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많은 조합을 동시에 탐색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이용하여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영상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예컨데, 양자컴퓨팅은 영상의 재구성 단계에서 과도하게 매끈해지거나 지나치게 날카로워지는 걸 막아 균형을 잡고, 링·줄무늬·얼룩처럼 말썽을 부리는 흔적이 생기기 쉬운 구간을 미리 살펴 잡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힘을 보탠다. 이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같은 선량인데도 높은 진단성능을 보이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게 된다.
다음을 향해
양자컴퓨팅은 만능이 아니다. 그렇다고 먼 얘기도 아니다. 우리가 매일 겪는 불확실한 조건, 분산된 데이터, 약한 신호를 다루는 방식을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데 충분히 쓰일 수 있다. 치료계획은 더 흔들림이 적고, 협업은 데이터 이동 없이도 가능하며, 영상은 같은 선량으로도 한층 또렷해진다. 엑스선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을 보여주었듯, 가까운 미래에 양자 컴퓨팅은 기존 방식으로 풀 수 없던 문제의 답을 찾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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