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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6월호 잘못된 정보 및 허위조작 정보(misinformation & disinformation)의 위험 | 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조일성 | 2025-0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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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초 공개하는 글로벌위험보고서1)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 세계적인 규모로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위험 순위로 1등:국가 무력충돌, 2등: 극단적 기상이변, 3등: 지정학적 대립에 이어 ‘잘못된 정보 및 허위조작정보’(misinformation & disinformation, 이하 허위[조작]정보)를 4위로 꼽았다. 그 뒤로 5등이 사회양극화이며 우리 삶과 밀접한 경기침체는 6등에 올라와있다. 코로나이후로 다들 살기어렵고 경기가 침체되어 힘들다고들 하는데, ‘잘못된 정보 및 허위조작정보’는 어떻게 더 이토록 위험하게 되는 것일까? 이를 살펴보기위해 인지부조화를 먼저 알아보기로 하자.
인지부조화란 미국의 심리학자 리언 페스팅거(Leon Festinger)가 1950년대에 발표한 책 '인지적 부조화 이론(A 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을 통해 제기된 용어이다.2) “자신의 믿음, 가치관, 행동, 또는 받아들이는 정보들 사이에 모순이 발생할 때 느끼는 심리적 불편감”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람들의 심리, 그리고 왜 누군가를 욕하고 비방하게 되는가를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서유기에 나오는 요물인 저팔계가 "나는 잘생기고 똑똑한 가장 아름다운 생물이다."라고 믿고 있었다 하자. 그런데, 믿었던 정보가 "사실은 조작되거나 틀린 정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인지부조화를 인식한 저팔계의 마음은 불편해지고 결국 충분한 행동거지로 나타날 것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인지부조화를 맞닥뜨리면 심리적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심리적 방어기제를 부지불식간에 발동한다. 크게 아래와 같이 행동한다고 한다.
모든 이가 열린마음으로 잘못을 받아들이고 이를 수정하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안타깝게도 인지부조화에 의한 불편함을 해소하기위한 쉬운 방법으로 ‘비방’과 ‘공격’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아래의 세가지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기 정당화 욕구다. 사람은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보다는, 그 사람 자체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는 방식으로 심리적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예를 들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아니에요 ”라고 하거나 “그 사람은 말을 믿을 수 없다”라고 발언하여 상대의 입장보다는 정체성 자체를 부정함으로써 자기 입장을 정당화한다.
두 번째는 감정 전이다. 이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과 혼란을 외부의 특정 대상에게 투사하여 심리적 안정을 찾는 현상이다. 인지 부조화로 인해 생긴 불편함을 누군가에게 책임 전가함으로써, 일시적으로 마음의 평형을 회복하려는 심리다. 이 때문에 공적 발언을 하는 인물들이 자주 비난의 대상이 된다. 공격 대상이 명확할수록 개인의 혼란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집단 정체성과 확증편향이다. 사람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신념이 옳다고 믿고, 그에 반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적대적으로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옳고, 저 사람은 틀렸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는 집단 간 갈등을 심화시키며,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보다는 배제하려는 반응을 유도한다. 특히 유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커뮤티티에서는 ‘에코 챔버(Echo Chamber)’ 현상3)이 발생해, 이런 확증편향은 더욱 강화된다. 이는 갈등을 더 첨예하게 만들고, 비방과 공격이 빠르게 퍼지게 하는 구조적 기반이 된다.
이러한 심리적 반응들은 단순한 의견 충돌을 넘어, 집단 따돌림, 인격적 비난, 사회적 신뢰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인지 부조화는 개인의 심리적 불편함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해소되는 방식은 조직과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공격적 행동으로 확산된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있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4)과 집단 따돌림5)도 그 예가 된다. 특히 최근 조직행동학 및 심리학에서는 이런 따돌림 현상을 인지 부조화로 인한 심리적 방어 반응의 산물로 해석하고 있다. ‘다름’을 위협으로 인식한 조직은 자연스럽게 해당 인물을 ‘배제의 대상’으로 삼으며, 이 과정에서 무시, 조롱, 의견 묵살, 회의 배제 등의 방식으로 심리적 공격을 가한다. 예로 “쟤는 냄새 나”라는 말이 반복되자 실제로 냄새가 없는데도 스스로 거리 두는 사람을 생각할수 있다. 또한, 부서 의견과 다른 제안을 한 직원이 회식 제외, 대화 배제 등을 당하는 직장 동료도 한 예가 된다.
인지 부조화 → 심리적 방어 → 비방과 공격의 흐름은 온라인 공간, 학교, 직장, 정치적 이념 공동체 등에서 종종 나타날 수 있다.
조작된 정보는 개인의 믿음과 충돌하며, 그로 인한 불안은 비방과 패거리 형성이라는 심리적 방어로 발현된다. 이는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개인의 정신건강과 자존감, 그리고 공동체 내 민주주의와 다양성까지 위협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인지부조화는 개인의 심리적 불편함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해소되는 방식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공격적 행동으로 확산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잘못된 정보와 허위조작 정보는 이 모든 현상의 맹아(萌芽)가 되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1) Global Risks Report 2025, https://www.weforum.org/publications/global-risks-report-2025/
2) 비슷한 말로 인지적 불협화음이 있으며 작가 조지 오웰은 그의 작품(1984)에서 '이중사고(doublethink)'라는 조어를 써서 이를 함축했다. 이중사고(doublethink)는 두 개의 상반된 내용을 동시에 믿고, 그 두 가지가 서로 모순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아무런 의문을 품지 않는 사고 방식을 말한다. 1984를 통해 오웰은 디스토피이적인 사회의 권력 통제 모습을 보여준다.
3) ‘에코 쳄버(echo chamber)’ 효과 는 뉴스 미디어에서 전하는 정보가 해당 정보의 이용자가 갖고 있던 기존의 신념만으로 구성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증폭 및 강화되고, 같은 입장을 지닌 정보만 지속적으로 되풀이하여 수용하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4) 가스라이팅(Gaslighting)은 누군가의 현실 인식이나 판단력을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왜곡하여 그 사람이 자기 신뢰를 잃고 가해자에게 의존하게 만드는 심리적 조작 방식이다. 1938년 영국 연극 《Gas Light》에서 기원했다. 연극에서 남편이 아내를 미치게 만들기 위해 집안의 가스 조명을 희미하게 줄이면서도, 아내가 이상하다고 말하면 “그건 네 착각이야”라고 부정한다.
5) 패거리 문화란, 특정한 생각이나 정체성을 공유한 소집단이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따르지 않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배제하거나 공격하는 사회적 현상이다. 객관적 기준보다 사적 연줄과 충성을 우선시하는 의사결정의 폐쇄성을 가지며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 집단 괴롭힘, 따돌림 및 줄세우기로 연결될 위험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JIN Z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