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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4월호
제73화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5-04-07

  필자가 퇴마록을 처음 접한 때는 초등학교 5-6학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그 시절에는 만화책을 비롯한 장르 서적을 주로 빌려주는 도서 유료대여점들이 많았는데, 반 친구들 중 누군가 신간을 빌려오면 앞 다퉈서 너도나도 돌려 읽었던 때였다. 퇴마록은 만화책에 버금갈 정도로 인기가 많았기에 필자도 다음 권을 목 빠지게 기다리며 이전 편들을 여러 번 읽곤 했다. 이런 추억들 덕분인지 퇴마록이 2025년 2월 말 극장개봉 예정이라는 기사를 접한 필자는 영화 개봉 일만 두 손 모아 기다렸고, 3.1절 연휴 기간에 집 근처 영화관에서 퇴마록을 관람하고 왔다.

 



< 요즘 3040은 다 봤다는 퇴마록1), 한국형 블록버스터 급 흑역사로 남은 98년 개봉 퇴마록 >

 

  퇴마록은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화려한 영상미와 함께 속도감 있는 전개로, 후속편을 내놓아야 감독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결말까지 오래간만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봤다는 감상평을 적어본다. 사실 퇴마록의 영상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안성기, 신현준, 추상미 주연으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개봉했으나, 영화계와 퇴마록 팬에게는 ‘흑역사 of 흑역사’ 급 졸작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폭삭 망한 영화 퇴마록 이후로 나온 작품이 이번 극장판 애니메이션인데, 퇴마록 팬들에게 17년 전 흑역사를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원작을 접하지 않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평이 좋다고 하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킬링 타임용으로 관람해보시길 추천한다. - 손익 분기점이 100만 명이라 많은 분 들이 봐주셔야 후속 작이 나올 수 있다.

  안 좋은 여론을 뒤집으려면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암 치료도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증식하고 주변 조직으로 침습·전이하는 암 조직을 치료하려면 이것들을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강력한 치료법으로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가 꼽혔는데, 최근에는 면역치료와 방사성의약품 기반 테라노스틱스 등 정밀의료 기술이 각광 받고 있다. 특히 2018년과 2022년 상용화된 루타테라(Lutathera)와 플루빅토(Pluvicto)의 성공은 방사성의약품 개발 춘추전국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에 개발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들은 주로 베타선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했는데, 베타선보다 LET (Linear Energy Transfer)가 높고 비정이 짧아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기술이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다.

  그동안 진단·치료용 방사성의약품과 관련 기술에 대해 많이 다루었지만, 이번에는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관련 내용을 여러 편에 거쳐 아주 약간 깊이 있게 다뤄보려 한다.

 

 

 

  알파입자(α-particle)는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입자로, 헬륨 원자핵을 의미한다. 알파입자의 주된 장점은 매우 높은 선형 에너지 전달과 생물학적 효과비이다. 베타입자는 0.2 keV/㎛ 수준의 LET로 암세포 DNA의 단일가닥절단(Single-Strand Breaks, SSB) 기전을 이용하는 반면, 알파입자는 베타입자 보다 높은 50~230 keV/㎛ LET로 DNA 이중가닥절단(Double-Strand Breaks, DSB)을 유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기존 베타입자 치료와 X선 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저산소성 종양 사멸에도 효과적이다.2)

 




< 방사선 종류에 따른 LET와 RBE 관계, 방사선 종류에 따른 LET 특성3) >

 

  알파입자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연구에서 주로 활용되는 동위원소는 211At, 225Ac, 223Ra. 212Pb, 213Bi, 227Th이 있으며 해당 동위원소들의 특징은 아래와 같다.4)

 

<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 특징 >

 

(1) 211At (아스타틴)

  짧은 반감기(7.2시간)로 표적치료에 활용하기 적합하며 방사선치료에 저항성이 있는 두경부암, 뇌종양에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타선 방출이 없어 부작용이 적은 대신 PET 촬영은 불가능하며, 표적치료를 위한 결합체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2) 225Ac (악티늄)

  α 입자 4개를 방출하는 붕괴 사슬로 인해 높은 DNA 손상을 유발해 강력한 치료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PSMA-617과 결합하여 전립선암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고 반감기(9.9일)가 길어 치료 시간이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생산량이 적어 공급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3) 223Ra (라듐)

  골격 친화성이 높아 뼈에 직접 결합하여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특징이 있으며,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개발된 Xofigo(2013년 FDA 승인, 알파입자 방출 약물)는 전이성 골암 치료에 사용된다. 표적 치료를 위한 리간드 개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으며, Xofigo 투약 시 무증상 골절, 골전이 부위가 아닌 정상 뼈조직 골절이 발생함에 따라 골보호제를 필수로 투여하는 방법으로 치료 권고가 변경되었다.

 

(4) 212Pb (납)

  β 붕괴 후 212Bi 전환 뒤 α 입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체내 α 입자 생성기 역할을 한다. 비교적 긴 반감기(10.6시간)로 치료 효과 유지가 가능하며 면역 치료제와 항체 결합 치료제와 결합하여 활용할 수 있지만, 붕괴과정에서 β-입자가 방출되어 부작용 위험이 있다.

 

(5) 213Bi (비스무스)

  225Ac 붕괴 생성물로 방사성 발전기에서 생산기 가능하며 급성 백혈병, 림프종 등 혈액암 치료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다. 짧은 반감기(45.6분)로 신속 제조 및 투여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6) 227Th (토륨)

  225Ac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표적 단백질과 결합을 할 수 있어 선택적 치료가 가능하다. 긴 반감기(18.7일)로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방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로 인한 독성문제와 추가적인 표적 단백질 결합 연구가 필요하다.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는 기존의 치료법에 비해 크게 세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 저산소 방사선 저항성 극복, 둘째 전이암 치료에 효과적, 마지막으로 골수에 미치는 독성 거의 없다는 점이다.

 

(1) 저산소 영역 방사선 저항성 극복

  종양 내 산소분포는 방사선치료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인이다. 종양조직 내 산소가 전혀 없는 상황은 산소결핍(Anoxia)이라고 하며, 산소공급이 원활한 상황은 산소정상상태(Normoxia)라고 한다. 산소공급은 종양 내부에 생성된 혈관과의 거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산소공급이 원활한 영역은 혈관에서 70 ㎛에서 90 ㎛ 이내로 알려져 있다.

  산소정상영역에 비해 저산소영역은 방사선치료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소효과증강률(OER, Oxygen enhancement ratio)이 높은 베타선(OER 2.5)의 경우 산소가 적은 영역에서는 치료 효과가 감소하지만, OER이 1인 알파입자는 종양 조직 내 산소상태와 무관하게 치료 효과가 동일하다.

 

< 방사선 종류 별 OER과 LET 관계 그래프, chatGPT가 그려줬다. >

 

(2) 전이암 치료에 효과적임

  1 cm3 정도의 암 조직은 대략 50만 개에서 100만 개의 암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PET 장비 공간분해능이 4 ㎜ 정도로 가정하면, 1 cm3 정도 되는 암 조직은 충분히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PET 영상은 원발 종양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혈액이나 림프액을 통해 다른 장기나 조직으로 이동하는 암 세포 인 순환종양세포(CTC, Circulating Tumor Cells)들을 검출할 수 없으므로 전이암 치료를 위해서는 순환종양세포 진단 및 치료법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임상에서 활용하고 있는 액체 생검을 활용하면 혈액 중 순환종양세포 진단이 가능하기에, 이를 치료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암세포 하나의 크기가 대략 10 ㎛ 정도이며, 알파입자 비정은 약 50 ㎛ 정도이므로, 암 전이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순환종양세포를 치료하는 방법으로 표적치료제와 결합한 알파입자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일 가능성이 크다. 표적치료제(항체)는 특정 순환종양세포 항원과 쉽게 결합할 수 있고, 강력한 알파입자 에너지는 암세포 DNA를 파괴할 수 있어 소량의 암세포에도 치명적인 손상을 줄 수 있다.

 

(3) 골수에 미치는 독성 적음

  방사면역치료는 항종양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안정성을 입증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다. 방사면역치료 시행 시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토하기 위한 선량평가를 진행하는데, 일반적으로 의료영상이 기반인 영상기반선량평가(Image based dosimetry)를 수행한다.

  환자 치료를 할 때마다 영상기반선량평가를 통해 다른 정상 조직들에 일정 한도 내의 피폭 선량이 유지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한데, 특히 방사선 민감도가 높은 조직인 골수의 방사선량을 계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알파입자 비정은 50 ㎛인 반면, 임상에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주로 활용되는 베타입자 최대 비정은 2.3 ㎜이다. 이러한 비정 차이는 골수모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131I-CD33 약물은 골수 절제를 일으킬 수 있으나, 213Bi-CD33약물은 골수모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해 허용 가능한 범위의 혈액암적 독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로 발표된 바 있다.6)

 

 

  이처럼 알파입자 치료에는 많은 장점이 있지만,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되어야 하는 영역들도 존재한다.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1) 항체 전달 과정 연구, (2) 고형암 치료 적용 연구, (3) 병용치료 기법 연구이다. 각 연구영역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항체 전달 과정 연구

  종양 조직에 항체가 전달되는 과정은 크게 △1단계(Blood flow);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항체 의약품을 정맥주사 시 혈류를 따라 흘러가는 단계, △2단계(Extravasation); 항체의약품이 순환하다가 혈관에서 빠져나오는 혈관외유출 단계, △3단계(Diffusion); 혈관에서 빠져나온 항체가 종양에 도달하는 단계, △4단계(Local binding/metabolism); 종양에 발현돼있는 항원에 결합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항체가 종양에 전달되는 속도는 핵의학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18F-FDG에 비해 매우 느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F-FDG 혈관외유출(2단계) 속도는 1 ㎛/s인 반면, 항체는 0.003 ㎛/s로 약 333배 느리고, 18F-FDG 확산(3단계) 속도는 500 ㎛2/s 인 데 반해 항체는 10 ㎛2/s로 약 50배 느리다. 이 때문에 18F-FDG는 정맥주사 후 1시간 이내에 종양에 섭취되지만, 항체는 50~90시간이 소요되므로 항체 전달 속도와 방사성의약품 반감기 등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

 

< 방사면역치료 시 고려해야 할 종양미세환경 모식도8) >

 

(2) 고형암 치료 적용 연구

  항체가 종양 조직에 도달한다 해도 대부분은 종양 조직 표면에 머무르게 된다. 항체가 종양 내부로 침투하는 깊이는 종양 표면으로부터 100 ㎛ 정도로, 종양 조직의 비균질성, 높은 내부 압력, 종양 내부조직 및 세포외 기질(Extra Celluar Matrix, ECM) 등이 종양 내부로 방사성의약품 침투를 어렵게 한다. 이 같은 고형암의 특징 때문에 방사면역치료 개념이 등장한 지 20년이 넘었음에도 임상에서는 림프종 등의 혈액암에 국한하여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최근에는 종양미세환경 연구를 통해 약물 전달 기술과 이에 대한 모델링 기술 확립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3) 병용치료 기법 연구

  고형암 치료에 방사면역치료 기법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병용 치료(Combination therapy)를 고려할 수 있다. 방사면역치료 시행 시 병용치료제도 함께 사용한다면 다양한 종양 조직의 물리적 장벽과 신호 전달 체계를 쉽게 통과해 방사면역치료제가 종양 내부로 깊숙이 침투할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알파입자 방출 방사면역치료제와 함께 사용될 병용치료제는 ①고형암 세포외 기질 분해, ②세포층 투과성을 조절하는 세포 연접, ③종양 압력 감소 ④ 신생혈관 성장 억제 등이 주요 연구주제가 될 것이다.

 

  춘분(春分)이 코앞인데 때 아닌 북극한파로 눈 폭탄이 내렸다. 하얀 설경이 아름답긴 했지만, 언제쯤 봄꽃 소식이 들려올까? 라는 생각도 머릿속을 스쳤다. 4월부터 여름 시작이라는 기상청의 무시무시한 날씨 예보가 있긴 했지만, 하루빨리 날씨가 풀려 찰나의 봄을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봄꽃이 피길 손꼽아 기다리는 필자처럼 ‘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를 손꼽아 기다려주시는 독자분이 있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라본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 KDB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덧글달기2025-04-14 10: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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