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5년 04월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박구선 이사장
“혁신의 중심에서 첨단의료산업의 도약을 이끌겠습니다”
지난 1월 20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MEDI hub, 이하 재단)은 5대 이사장 취임식을 열고 첨단의료산업의 혁신성장을 이끌 새로운 3년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호에서는 “재단은 기업의 ‘디딤돌’이자 혁신의 ‘용광로’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한 박구선 K-MEDI hub 이사장을 만나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한 첨단의료산업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K-MEDI hub의 주요 성과와 향후 발전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 신약·의료기기 R&D의 허브, K-MEDI h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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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산업이 차세대 국가 성장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첨단의료산업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 중에서도 재단은 국내 첨단의료기기 및 신약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떠오르며, 국내외 기업들의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K-MEDI hub는 2010년 대구 동구에 자리잡은 첨단의료복합단지(대구 메디밸리)의 핵심 지원기관으로 출범했다. 이후 꾸준히 인프라와 기능을 확장하며, 현재는 ▲신약개발지원센터 ▲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전임상시험센터 ▲의약생산센터 ▲전략기획본부 등 5개 핵심 조직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400여 명의 석·박사급 전문인력이 재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민간 기업과 학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위험·고비용 분야에서 국가 차원의 R&D 및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재단은 R&D 기획부터 전임상, 인허가, 생산지원, 시장진출까지 전주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라며 “기업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 ▶ 혁신신약 개발 지원과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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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성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사례는 최근 떠오르는 국내 혁신신약 ㈜유한양행의 ‘렉라자(LECLAZA)’ 개발에 기여한 것이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는 지난해 8월 국산 항암제로는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고, 올해 3월에는 렉라자를 복용한 4기 폐암 환자가 완치 판정을 받으며 다시 한번 가능성을 입증했다. 재단은 이러한 렉라자의 후보물질 ‘레이저티닙(Lazertinib)’의 초기 개발을 지원했다. 2014년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당시 벤처기업 제노스코(GENOSCO)에 분자설계를 무상으로 지원했고 그 결과, 폐암 치료제의 선도물질인 레이저티닙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레이저티닙은 기술이전을 통해 유한양행과 바이오텍 얀센(Janssen)을 거쳐 1,544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항암치료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와 함께 의료기기 융복합 R&D 성과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케이메디허브는 2023년 국내 최초의 복강경 수술 협동로봇 ‘이롭틱스(EROPTIX)’가 식약처 인허가를 획득하는 과정에서 기술 검증, 임상평가 등 전방위적 지원을 제공했다. 이 수술 로봇은 최소 침습 수술을 보다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향후 국내외 병원 시장에서의 활발한 활용이 기대된다.
- ▶ 국가 첨단의료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라는 뜻을 이어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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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이사장 임명 배경에 대해 “첨단 의료분야 과학기술 정책연구에 오래 몸담은 만큼 재단에서 국가 첨단의료산업 활성화에 이바지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박구선 이사장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대해 급변하는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풀을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재단은 △핵심 연구인프라 활성화 △신규 인프라 구축 연착륙 △행복한 일터 만들기를 3대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케이메디허브는 현재 신규 인프라 4개를 구축하고 있다. 올해에만 심뇌혈관 의료기기 연구개발 특화시설 ‘미래의료기술연구동’, 보건의료인 교육훈련 전문시설 ‘의료기술시험연수원’, 의약품 자동생산시설 ‘제약 스마트팩토리’가 문을 열 예정이다. 또 2026년에는 디지털 치료제, AI 신약 등 신기술분야 창업·보육시설인 ‘메디밸리 창업지원센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특히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성과평가국장으로서 연구관리 선진화를 이끌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원장으로 근무하며 과학기술 분야 협력사례를 많이 만들어 온 박구선 이사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재단의 특화 분야를 발굴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연구기관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이라며, “특히 재단의 가장 큰 자산인 직원들이 행복하게 만족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조그만 이야기(小談)도 허투루 듣지 않고 직원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재단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 ▶ 케이메디허브의 경쟁력은 ‘IT 기반 의료기기’와 ‘화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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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첨단의료산업 지원기관 하면, 대부분이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떠올린다.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과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은 쌍둥이 재단이지만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오송은 바이오, 대구 경북은 케미컬과 IT에 특화되어 있다”라며 박구선 이사장은 “가장 큰 차이점은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오송은 바이오신약, 바이오 의료기기 중심의 연구개발이 활성화되지만, 대구경북은 합성신약과 IT 의료기기 개발을 위한 연구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저분자의 비교적 단순한 구조인 케미컬 신약, IT 기반의 웨어러블 의료기기, 미니피그 등 생물안전 2등급(ABSL2) 중심 비임상, 개량신약 임상시료 생산은 물론 서로 연계하여 지원도 가능하다.
“2000년대에 들어 바이오신약이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합성신약은 글로벌 신약 시장의 80% 비중을 차지한다. 거대한 기회의 장이다”라는 박 이사장은 “의료기기 분야는 어떤가? IT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헬스케어는 미래 의료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IT는 우리가 자랑하던 최고기술 보유국가다. 대구경북은 이를 기반으로 무한히 뻗어나갈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이 말하는 대구경북만의 또 다른 경쟁력은 바로 ‘결집력’이다. “재단의 연구자들은 오송이나 다른 기관보다 협업이 잘 된다”라고 말하는 박구선 이사장은 “이는 기관이 하나 되어 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재단은 신약과 의료기기 모두 연구개발하기에 특유의 결집력으로 서로 다른 두 분야를 융복합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혈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 개방 기술과 약물전달시스템(DDS, Drug Delivery System) 기술을 융복합해 효과적인 중추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는 것을 일례로 들었다.
- ▶ 첨단의료 혁신도시로의 발돋움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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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해 최근 대구시가 첨단의료산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대구 종합의료클러스터 조성 추진 협의체’를 가동하면서 대구·경북지역의 첨단의료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구 종합의료클러스터는 전통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뿌리산업에서 혁신산업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지역 산·학·연·병 개방형 혁신의 장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박 이사장은 “종합의료클러스터는 지역 의료산업과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빠른 발전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에서, 재단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상생과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케이메디허브는 방사성의약품 연구를 기반으로 한 협업 네트워크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월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연구센터와 재단 전임상센터가 양 기관 최초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공동세미나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협력의 개시를 알렸다. 이미 지난해 의약생산센터의 방사성의약품 물성 연구 지원을 시작으로, 현재 신약개발지원센터는 방사성 리간드(Ligand) 치료제 개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원자력의학원과 함께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하는 박구선 이사장은 “가까운 시일 내 실질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한국뇌연구원,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등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으며, AI 신약개발과 디지털 치료제, 헬스케어 빅데이터 등 미래형 의료기술로 협력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 ▶ K-MEDI hub는 기업의 디딤돌, 국가 혁신성장의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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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이사장은 임기 동안 ‘3C(Change, Challenge, Chance)’, ‘3O(One-team, One-stop, One-shot)’, ‘4S(Start-up, Skill-up, Step-up, Scale-up)’를 핵심 운영 전략으로 삼아 재단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 이중 3C는 변화(Change)를 주도하고, 도전(Challenge)하며, 새로운 기회(Chance)를 창출하는 재단의 미래 비전을 의미한다. 또 3O는 기업지원에 있어 재단 내부역량의 결집과 협업(One-team)을 강화하고,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체계(One-stop, One-shot)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마지막 4S는 기업 발굴 및 유치에서부터 창업(Start-up), 성장(Skill-up, Step-up),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Scale-up)까지 기업의 성장 전주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혁신과 도약을 이끄는 것을 목표한다.
“과학기술 분야에는 복리(複利)의 원리가 작용한다. 핵심기술을 개발하면 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기술을 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박 이사장은 “그렇기에 올해는 연구역량 축적은 물론 핵심 기반 기술 확보를 위해 신규 연구개발사업 기획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3C’, ‘3O’, ‘4S’ 전략을 통해 재단을 미래 첨단의료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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