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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호
R&D는 민주주의를 먹고 산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 김정영2025-01-06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 2023년)’을 딸과 함께 보고 나오면서, 계엄령은 우리 사회에서 다시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답변했던 주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1980년 군사정권의 계엄령은 정보통신이 매우 제한된 것이었고, 북한군이 내려와서 우리 사회의 비상시국이라는 거짓말이 통했던 시대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망과 스마트폰 제조국이다. - 심지어 군대의 사병들조차 스마트폰은 다 가지고 있다. - 그래서 거대 군사의 움직임은 파편화되고 조직화된 인터넷과 유튜브 공간에서 금방 알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사실상 어떠한 권력도 군 병력을 동원한 매우 낡은 방식의 쿠데타와 계엄령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에 더 큰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사실상 친위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런 혼돈의 상태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국회 앞으로 몰려든 수천 명의 시민들과 국민의원들의 침착한 대응으로, 그 계엄령 상황은 12월 4일 새벽 1시에 철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現대통령의 탄핵 이후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국정은 혼돈스럽기만 하다. 특히 계엄령과 함께 동반된 주식, 코인, 환율 등의 불안정한 경제로 인한 우리나라의 물적·정신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 2025년 1월 6일자 환율은 1달러당 1,470.5원을 보여주었고, 우리 경제의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말하는 1,450원을 이미 넘었다. - 이러한 경제적 불안정은 R&D 투자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를 돌아보면, 그 위기 극복을 위해 모든 기업은 예외 없이 R&D 예산을 삭감하였다. 또한 국가 출연연구소도 역시 기본적인 R&D 예산은 유지했지만 각종 복지 혜택이나 수당이 사라지면서 국가 과학자의 대학·해외연구소 이동이 잦아졌다. 한마디로 경제적 위기는 R&D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것은 중·장기적 경제성장이 약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우리 R&D 예산은 카르텔을 언급하며 이미 삭감되어 실행되고 있었다.

 

 

  결국 고환율은 R&D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 중에 하나이다. 대부분 기초 및 응용연구 기자재를 해외에 상당부분을 의존하는 우리나라 과학계를 고려했을 때 일부 국산화만으로 모든 R&D 소모품을 충당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R&D 예산 축소와 함께 고환율은 실질적인 R&D 예산의 추가적인 삭감과 다름없다. 2025년 우리나라 과학계는 또 한 번의 위기에 봉착했다. - 국제기준 및 공무원 규정 등을 준용한 우리나라 과학 에산 체계는 고환율로 인한 경제적 효과로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 인턴 등의 자리를 또 한 번 밀어내게 생겼다. 정부의 현실파악 부족으로 진행된 2024년 의료대란과 같이, 2025년 R&D 예산도 R&D의 전공의와 같은 현상을 빚어낼까 매우 우려스럽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의 성장은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빨랐고, 그 바탕에는 민주주의 정신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일어나는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열정페이’를 요구할 젊은이도 없고, 유럽과 같이 우리 경제를 지탱하며 같이 움직일 외국인 노동자도 부족하다. 또한 여성의 사회 진출은 핵가족 상황에서 더욱 어려워진 육아로 인해 발목이 잡혔다. 이러한 거대 사회현상을 돌파하려는 노력으로 청년일자리, 정년연장, 노동환경 개선 등이 민주주의 정착과 함께 진행되다가 멈추었더니... 코로나 판데믹에서도 그 명성을 쌓아올린 국가 경쟁력이 빠르게 약화되고, 그 여파가 도미노처럼 과학계로 전달되어 젊은 과학자들이 실험대를 떠났다. 급기야 단기간 시장경쟁력이 없는 R&D에 투자하지 않는, R&D 예산 삭감정책이 등장하면서 우리 과학계의 기초/융·복합 분야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켰다.

 

  역사적으로 독일과 일본의 제국주의, 소련의 스탈린주의, 북한의 김일성 주체사항 등의 국가적 실패는 인본주의를 근간으로 한 R&D 투자가 없는 경제적 실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실패를 토대로, 오늘날 미국이나 서유럽이 가지는 R&D 경쟁력은 정치적 안정과 매우 유관하고, 그들의 경제적 성장도 R&D 투자와 일치한다는 것은 역사적 교훈이다. 결국 어느 사회가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절차가 투명해 지고 합리적 설계가 만들어졌을 때, R&D도 그것을 바탕으로 더욱 크게 성장한다는 진실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다. - 작년 과학기술 분야 국감 내용만 보아도 R&D가 민주주의를 먹고 자란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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