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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호
지역혁신법, 부산의 세계과학기술로 도약을 꿈꾼다
정대하(동남권원자력의학원), 김정영(한국원자력의학원)2026-09-08

  부산의 이번 여름은 정말 뜨거웠다. 우리나라의 국민 피서처가 아닌 세계적인 여름철 관광도시로 거듭난 시점이다. 덩달아 부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앙정부의 여러 정책들이 발표되었고, 부산항을 출발한 콘테이너 선박은 우리가 한번 가지 못한 북극항로를 거쳐 유럽으로 항해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시는 무언가를 위해 거침없는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 동남권원자력의학원도 새로운 시대의 전환점이 되기 위해 열심히 현장을 지키고 연구하고 있다.

 


< 출처: 동아일보, 2026.8.21 >
 

  이와 더불어, 부산 지역 과학기술 정책의 판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6년 4월 23일 「지역 주도 과학기술 혁신 촉진에 관한 법률안」 (이하‘지역혁신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었다고 밝혔다. 이 법은 국무회의 의결과 공포를 거쳐 2027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그 배경으로 “부처별 정책 및 사업이 중앙정부 중심으로 여러 법률에 근거하여 산발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일관성이 부족했고, 지역 특성에 맞는 집행에 한계가 존재했다”라고 진단했다.

  이보다 앞선 2022년 초, 부산광역시는 「제2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23~’27년)」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과학기술로 앞서가는 혁신 허브 도시 부산’을 비전으로 삼아, 4대 전략과 15대 중점 추진과제를 담은 5개년 로드맵이다. 지역혁신역량지수 9위에서 5위로의 도약, 지역내총생산 대비 R&D 투자 1.85%에서 2.3%로의 확대, 이공계 인재 유출입지수 0.26%에서 0.3%의 개선을 목표로 명시하고 있다.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원(BISTEP)을 간사기관으로 한 전문가 수립위원회 운영, 공청회, 부산과학기술진흥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쳤다는 점에서 지역의 독자적 노력이 이미 상당히 축적된 계획이다. 위 두 문서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방향은 ‘지역 자율’이다. 중앙정부는 법적 틀을 새로 세웠고, 부산은 그보다 먼저 구체적 실행 계획을 만들어 놓았다. 문제는 이 두 흐름이 이제 어떻게 만나야 하는가이다.

  지역혁신법의 골격을 들여다보면, 시·도지사가 5년마다 지역과학기술혁신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제6조), 지역 과학기술 자문회의를 시·도지사 소속으로 두며(제10조), 과기정통부 장관과 협의하여 지역별 과학기술 전담기관을 설치·지정할 수 있는 근거(제11조)를 마련했다. 또한 총액 배분 방식의 블록펀딩형 자율 연구개발을 허용하고, 인접 시·도지사와 협력하는 초광역권 연구개발 사업 제안 권한도 부여한다(제15조).

  이 조항들을 부산의 종합계획과 나란히 놓으면 겹치는 지점이 적지 않다. 부산은 이미 부산과학기술진흥위원회라는 심의·의결 거버넌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산과학기술고등교육원(BISTEP)을 과학기술 정책 전담기관으로 운영해 왔다. 제2차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 역시 `23~`27년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법이 요구하는 5년 주기 계획 수립 의무와 시기가 정확히 겹친다. 부·울·경 협력을 통한 초광역 연계 전략은 부산 종합계획 안에 이미 하나의 축으로 내장되어 있다.

  그렇다면 지역혁신법과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을 연계시키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까?

  첫째, 기존 종합계획을 지역혁신법 상 계획의 ‘선행 이행 계획’으로 공식 인정하는 협의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은 2022년 말 수립을 완료한 5개년 계획이다. 법이 시행되는 2027년 1월 이후 새 의무가 발동한다고 하더라도, 기존 계획의 이행 실적과 데이터를 다음 계획 수립의 근거로 자동 연계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하위법령 제정과 각종 시책 수립 과정에서 지방정부 및 현장과 긴밀히 소통하겠다”는 방침이 실현되려면, 이미 계획을 운영 중인 광역지자체와의 과도기 연계 방식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시행령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

  둘째, 기존 전담기관을 지역혁신법 상 전담기관으로 우선 지정하는 경로를 명확히 해야 한다. 법 제11조는 과기정통부 장관과 협의하여 지역별 과학기술 전담기관을 설치하거나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을 포함해 전국 8개 광역지자체는 이미 자체 과학기술정책 전담기관을 운영 중이다. 새 전담기관을 처음부터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된 역량과 조직을 가진 기존 기관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기능을 고도화하는 방향이 효율적이다. 만약 지정 기준과 절차가 불명확할 경우 지역별로 유사 기관이 병립하거나 기존 기관의 역할이 불안정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셋째, 부·울·경 초광역 연계를 지역혁신법의 초광역권 연구개발 사업 제안 제도와 명시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부산의 종합계획은 디지털·에너지 전환 분야에서 부·울·경 공동 R&D와 초광역 혁신 플랫폼 구축을 전략 과제로 담고 있다. 지역혁신법은 인접 시·도지사가 협력하여 초광역권 연구개발 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했다(제15조). 이는 제도와 계획이 서로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접점이다. 부·울·경이 공동으로 사업을 제안하는 실천적 시범 모델을 만들어, 법 시행 초기부터 제도 활용의 선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혁신법의 의의는 분산되었던 지역 과학기술 정책의 법적 구심점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법이 만들어진다고 해서 현장의 노력이 자동으로 정렬되는 것은 아니다. 부산은 이미 계획을 수립하고, 전담기관을 운영하고, 초광역 협력을 설계해 왔다. 이 축적이 새 법률의 틀 안에서 정합성 있게 인정받지 못하면, 지역은 또 다른 행정 부담을 떠안게 된다. 법 제정의 취지대로 지역 자율형 연구개발 체계를 실현하려면 정부는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선행 계획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기존 전담기관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며, 초광역 협력의 실질적 경로를 열어야 한다. 부산의 종합계획과 국가 법률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이 법률의 살을 채우고 법률이 계획의 지속성을 보증하는 구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연계·통합이다.

 


< 출처: 뉴스1, 2026.6.10 >


나아가 지역혁신법이 부산의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에 활기를 불어넣고 각 지역 방사선의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기관들에게 또한 체계적인 R&D 지원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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