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 2026년 08월호 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의 새로운 시대 | 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 | 2026-08-05 |
|---|
80년을 이어온 방사성요오드 치료
갑상선암과 핵의학의 인연은 깊다. 최근 암 치료 분야에서 특정 표적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같은 표적을 이용해 치료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가 주목받고 있지만, 갑상선암에서는 이미 80년 가까이 이러한 치료가 시행되어 왔다. 그 중심에는 방사성요오드 I-131이 있다. 갑상선세포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들기 위해 혈액 속 요오드를 적극적으로 섭취하며, 유두암과 여포암을 포함한 분화갑상선암도 상당수에서 이러한 특성을 유지한다. I-131을 투여하면 방사성요오드가 갑상선암 세포에 모이고, 여기서 방출되는 베타선이 종양에 방사선 에너지를 전달한다. 이를 이용해 수술 후 남은 갑상선 조직을 제거하거나 재발 위험을 낮추고, 전이 병소를 치료해 왔다. 특히 요오드를 잘 섭취하는 전이성 갑상선암에서는 일부 환자의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암이 진행하고 탈분화되면서 갑상선세포 고유의 특성을 잃으면 요오드 섭취가 감소한다. 방사성요오드 영상에서 병변이 보이지 않거나, I-131을 섭취하더라도 치료 후 암이 계속 진행하는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I-131 반복 치료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 연구가 새로운 방사성동위원소와 새로운 종양 표적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의 치료 변화
진행성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에서는 렌바티닙이나 소라페닙과 같은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가 대표적인 전신치료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RET, NTRK 등 특정 유전자 이상을 확인해 이에 맞는 표적치료제를 선택하는 정밀의료도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치료는 암의 진행을 늦추는 데 효과적이지만 장기간 투여가 필요하고, 고혈압, 피로, 설사 등의 부작용과 약제 내성이라는 한계가 있다.
암세포의 요오드 섭취 능력을 회복시킨 뒤 다시 I-131을 투여하는 ‘재분화 치료(redifferentiation therapy)’도 연구되고 있다. BRAF나 MEK 신호를 억제하면 일부 환자에서 갑상선세포의 특성과 요오드 섭취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원리다. 실제 임상연구에서 일부 환자의 요오드 섭취 회복과 치료반응이 보고됐지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며 환자 선정과 치료 방법도 아직 충분히 표준화되지 않았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최근 특히 관심을 받는 치료가 아스타틴-211(At-211)을 이용한 표적알파치료와 FAPI 방사성리간드치료다.
At-211과 FAPI로 확장되는 동위원소치료
아스타틴은 요오드와 같은 할로젠 계열의 원소다. 방사성동위원소 At-211을 나트륨 아스타타이드([²¹¹At]NaAt) 형태로 투여하면 갑상선세포의 할로젠 수송 특성을 이용할 수 있다. I-131과 가장 큰 차이는 방출하는 방사선이다. I-131이 주로 베타선을 방출하는 반면 At-211은 알파선을 방출한다. 알파선은 조직 내 이동거리가 매우 짧지만 높은 에너지를 전달해 세포의 DNA에 강한 손상을 일으킨다. 2025년 발표된 Alpha-T1 연구는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분화갑상선암 환자 11명에게 [²¹¹At]NaAt을 투여한 최초의 전향적 인체 임상시험이다. 일부 환자에서 갑상선글로불린 감소와 영상학적 치료반응이 관찰됐으며, 고용량에서는 혈구감소 등의 독성도 확인됐다. 아직 1상 임상시험 단계이므로 치료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고, 적절한 환자 선정과 투여량, 반복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짧은 반감기와 제한된 생산시설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갑상선암에서 알파선을 이용한 새로운 방사성동위원소 치료가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평가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FAPI 방사성리간드치료는 At-211과 다른 표적을 이용한다. FAPI는 섬유아세포활성화단백질(fibroblast activation protein, FAP)을 표적으로 하며, FAP은 여러 암의 종양 주변 암연관섬유아세포에 많이 발현된다. 따라서 갑상선암 세포의 요오드 섭취 능력과 관계없이 종양 미세환경을 이용해 방사선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 먼저 FAPI PET/CT로 종양의 섭취를 확인하고, 충분한 섭취가 있는 환자에서는 같은 표적물질에 Lu-177과 같은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해 치료한다. 초기 FAPI 화합물은 종양에 머무는 시간이 짧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를 보완한 Lu-177-EB-FAPI와 FAPI dimer 등이 개발되고 있다. 2023년 Lu-177-EB-FAPI 초기 임상시험에서는 평가 가능한 12명 가운데 3명에서 부분반응, 7명에서 안정병변이 관찰됐다. 2025년에는 여러 치료를 받은 갑상선암 환자 73명의 장기 관찰 결과도 발표되면서 비교적 장기간의 질병 조절 가능성이 제시됐다. 아직 초기 또는 단일기관 연구가 대부분이지만, 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가 요오드 섭취 여부를 넘어 종양 미세환경을 포함한 새로운 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새로운 표적을 향하는 갑상선암 치료
I-131은 암 치료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방사성동위원소 치료 중 하나다. 동시에 방사성요오드 불응성 갑상선암은 치료용 방사선을 종양에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표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재분화 치료는 소실된 요오드 섭취 능력을 회복시키려는 접근이고, At-211은 갑상선의 할로젠 수송 특성을 이용해 알파선을 전달하려는 치료다. FAPI는 종양 미세환경의 FAP이라는 새로운 표적을 이용한다.
At-211과 FAPI 치료는 아직 초기 임상연구 단계이며 적절한 환자 선정, 최적 투여량,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 흐름은 갑상선암 동위원소치료가 중요한 전환점에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방사성요오드 섭취 여부가 치료 가능성을 결정했다면, 앞으로는 개별 종양의 다양한 표적을 영상으로 평가하고 이에 적합한 방사성의약품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치료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갑상선암에서 시작된 테라노스틱스의 역사는 이제 I-131을 넘어 새로운 방사성동위원소와 새로운 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 덧글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