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6년 08월호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 이병철 회장
독성으로 멈춘 ‘파이프라인’, 방사성의약품으로 깨운다!
이병철 회장에게 듣는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의 역할
난치암 치료에서 탁월한 임상 성과를 보인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는 새로운 작용기전과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신규 항암 표적을 발굴하고 신약 후보물질을 설계·선별하는 연구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제7기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를 이끄는 이병철 회장(분당서울대학교병원 교수)은 “First-in-Class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젊은 연구자들이 두려움보다 호기심을, 관습보다 창의성을 선택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호에서는 이병철 회장을 만나 국내 방사성의약품의 경쟁력 강화와 학문 발전을 위한 학회의 역할을 들어보았다.
- Q.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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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한 약물의 체내 분포를 활용해 진단 및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과 상용화를 연구하는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는, 관련 분야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함께하는 전문 학술단체입니다. 학회의 시작은 2010년 2월 출범한 ‘방사성의약품화학연구회’입니다. 이후 2014년 2월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로 정식 창립했으며, 화학·생물학·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방사성의약품 연구’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다학제적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태동 16년을 맞은 우리 학회는 지난 5월 제7기 이사진을 새롭게 출범했습니다. 회장인 저를 비롯한 임원진은 ‘국가 의료·복지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방사성의약품 연구 성과를 창출한다’는 학회의 설립 취지에 맞춰 다양한 학술 및 연구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학회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저는 선배 연구자들이 쌓아온 학회의 전통을 이어받아, 춘계학술대회와 추계심포지엄을 통해 학생과 연구자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외 저명한 방사화학자와 관련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회원 간 학술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고, 이러한 연구 성과를 세계방사성의약품학회 등 국제 무대에 지속적으로 소개하며 우리나라 방사성의약품 연구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 Q. 최근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분야에서 주목받는 기술과 연구는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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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의약품 신약의 산업화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임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알츠하이머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은 국내 개발 의약품을 포함해 약 4종에 이릅니다. 방사성의약품을 활용해 아밀로이드 플라그를 영상화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성이 확인됐고, 이에 따라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것이 방사성의약품 산업화 가능성을 넓힌 첫 번째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난치암을 대상으로 한 방사성의약품치료(Radiopharmaceutical Therapy, RPT)와 방사성리간드치료(Radioligand Therapy, RLT)가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임상시험과 제품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기술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혁신신약, 즉 First-in-Class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공급 인프라를 확충하고 새로운 작용기전 발굴 연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신속한 임상시험과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는 다학제적 산·학·연 융합 연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Q. 방사성의약품이 중단된 파이프라인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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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되더라도 임상시험에 진입하지 못한 채 개발이 중단되거나 글로벌 제약회사로 기술 이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술이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발이 중단되는 가장 큰 이유는 독성 때문입니다. 반면 방사성의약품은 주성분이 나노몰 이하 수준으로 투여되는 특성이 있어 일반의약품에 비해 독성(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절대적으로 낮으며 오직 약물의 약동학(PK)만을 활용하는 의약품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됐던 신약 후보물질을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활용할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즉, 제약회사들이 독성 문제로 개발을 포기하고 보관해 둔 파이프라인을 다시 검토해 방사성의약품으로 재창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방사성의약품이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독성이라는 한계에 막혀 개발이 중단된 후보물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다시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바로 방사성의약품이라고 봅니다.
- Q. 국내 방사성의약품 산업의 경쟁력과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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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의약품 산업의 경쟁력은 단기간에 확보되는 것이 아닙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국가 방사선 기반시설인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중심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인프라를 꾸준히 구축해 왔으며, 국내 자급률 100%를 목표로 준비할 만큼 산업 기반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RI신약센터는 국내 유일의 방사성동위원소 활용 신약 연구개발(R&D) 및 방사성의약품 개발 평가기관으로, 독보적인 비임상시험 역량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성과의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규제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핵의학회와 협력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불필요한 규제를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선 건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한핵의학회와 한국방사선진흥협회와 함께 ‘방사성의약품 동등성 재평가 제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식약처가 마련 중인 방사성의약품 및 진단용 의약품 가이드라인 제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First-in-Class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인프라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지만,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 Q. 지속적인 방사선기술개발사업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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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연구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셀비온과 퓨쳐켐 같은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방사성의약품 산업 생태계가 어떻게 구축될 수 있었는지 궁금해 합니다. 저는 그 가장 큰 배경으로 과거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을 꼽고 싶습니다. 사업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꾸준한 연구 지원이 이어졌고, 많은 연구자가 이를 기반으로 방사선기술 개발에 매진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축적된 연구 역량이 셀비온과 퓨쳐켐 같은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으로 이어졌고, 당시 연구자들이 오늘날 기업의 CEO와 산업을 이끄는 핵심 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방사선기술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방사성의약품 연구가 수년간 위축됐고, 국제 경쟁력도 점차 약화되고 있습니다. 전문 인력 양성 역시 연구사업과 함께 동력을 잃은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연구 기반과 상용화 인프라를 상당 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는 이러한 기반 위에서 세계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AI 기반 연구 역시 중요하지만, AI를 포함한 방사성의약품 개발 전 분야에서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에게 꾸준한 연구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현재 관련 논의와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젊고 도전적인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이 조속히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도 이러한 연구 환경 조성과 제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 Q. AI 기반 기술이 향후 방사성의약품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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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을 활용한 방사성의약품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AI는 신규 항암 표적 발굴과 리드 화합물 설계·선별 등 방사성의약품 개발 과정의 효율성과 속도를 높이는 핵심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난제 해결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RACE’ 컨소시엄입니다.
서울대학교병원(강건욱 교수·임상시험, 윤혜원 교수·전임상평가), 서울대학교(이병철 교수·최적 리간드 합성), 한국과학기술원(김우연 교수·AI 활용 리간드 발굴·디자인), 그리고 방사성의약품 전문기업 퓨쳐켐이 공동으로 참여해 췌장암과 삼중음성유방암을 겨냥한 차세대 방사성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RLT 모달리티 기반의 신규 항암 표적’을 발굴한 뒤, AI를 활용해 해당 표적에 결합하는 리드 화합물을 설계·선별했습니다. 이후 합성 가능성이 높은 후보물질을 실제 합성하고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해 동물모델에서 표적 선택성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특히 AI를 활용해 약 1,200개의 후보물질을 단기간에 분석하고, 그중 합성 가능성이 높은 5개 화합물을 선별해 실제 연구로 연결함으로써 1년여 만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기존 방식으로는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는 신약 개발 과정을 AI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단축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AI와 방사성의약품의 융합은 혁신 신약 개발을 앞당기고 K-의료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 Q. 제7기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의 운영 방향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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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의약품 시장은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혁신 기술과 신약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학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그것이 학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수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연구과제를 함께 공유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이슈를 논의할 때 학문도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학술대회·심포지엄을 통한 활발한 소통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 대한방사성의약품학회 제7기 이사진은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준비했습니다.
첫째, 학회와 회원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학회 홈페이지를 새롭게 개편했습니다. 둘째, 젊은 연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확대하고 학회를 널리 알리기 위해 LinkedIn과 Instagram 등 공식 SNS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셋째, 학회의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 회원들의 폭넓은 참여를 이끌기 위해 학술대회와 심포지엄, 국제행사를 더욱 내실 있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11월 5일 과총회관에서 개최되는 2026년 추계 심포지엄에서는 학회의 역할과 비전을 심도 있게 소개하고, 노바티스(Novartis)와 GE헬스케어(GE Healthcare) 등 글로벌 제약회사의 방사성의약품 개발 현황과 국내 연구개발 지원 현황을 회원들과 공유할 계획입니다.
이와 더불어 젊고 도전적인 후배 연구자들이 창의적인 성과를 펼칠 수 있는 ‘열린 학문적 광장’을 만들고, 산업계와 임상 현장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창출하시는 연구자 회원님께 학회가 중요한 초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 Q. 국가 방사성의약품 산업 발전을 위한 학회 내외부의 주요 활동을 소개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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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회는 자체적인 학술 활동뿐만 아니라 의료 방사선 분야 전문 학회와 정부출연연구기관, 병원, 정부 관계기관 등과 오랜 기간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며 국내 방사성의약품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우선 내부적으로는 매년 춘계 학술대회를 개최해 회원들이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학술 교류와 친목을 다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추계 심포지엄에서는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최신 연구 동향과 산업 이슈를 공유하고, 학회의 미래 비전과 발전 방향을 함께 논의하고 있습니다.
대외 협력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한핵의학회와는 2년마다 공동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학문적 교류와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년 대한화학회에서는 방사성의약품 특별 세션을 마련해 연구 저변을 확대하고 관련 분야를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이와 함께 방사화학 분야 국제학술대회 유치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자력의학원은 우리 학회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방사성의약품 연구 기반 조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에 필요한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공급함으로써 국내 방사성의약품 개발 역량 향상에 크게 기여했으며, 지금까지 우리 학회 회장을 두 분이나 배출하는 등 학회 발전에도 큰 역할을 해왔습니다. 또한 국가RI신약센터는 ‘찾아가는 전임상시험서비스 이음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의 연구를 적극 지원하며,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상용화와 연구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학회는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연구개발부터 산업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습니다.
- Q. 끝으로 방사성의약품 분야의 젊은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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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의약품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전략 바이오·의료기술 개발 사업’의 핵심 분야 중 하나로, 짧은 개발 기간과 상대적으로 낮은 투자 비용으로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세계적으로 유망한 신약 분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미 글로벌 제약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역량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방사성의약품은 단순한 진단과 치료를 넘어 미래 의료를 이끌 핵심 분야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시작하는 연구와 진료는 작은 첫걸음일 수 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을, 관습보다는 창의성을, 그리고 혼자보다는 협력을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젊은 연구자 여러분의 열정과 도전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고 대한민국 방사성의약품 산업과 K-의료기술을 세계로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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