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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한중일공동체와 방사선의학임일한2016-07-14

  

  2016 7월 중국 선양에서 한중일 핵의학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이번 학회의 특징은 일정 주제에 대하여 한중일 3국의 연구자들이 강의를 하는 형식이 기본적이었는데, 3국의 발표가 약간은 다른 색깔을 갖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중국의 경우에는 아직은 고도의 핵의학 기술로 보이지는 않으나 이미 많은 부분에서 우리 나라의 기술 수준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히 공학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를 능가하는 듯한 모습이 위협적이었으며, 임상 시험을 자유롭게 하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수의 환자를 갖고 있는 힘을 보여주었다. 일본의 경우는 지금껏 축적되어온 기술 수준이 깊다는 인상을 주었다. 경청하면 그들이 연구하면서 극복해낸 노하우를 얻을 수 있어서 맛있는 강의를 잘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실용적인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었고, 중국보다는 임상 시험 환자가 적지만 일본보다는 좀 더 편한 조건으로 임상 시험을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중일 3국의 경우 많은 공통분모가 존재하여 친근함을 더하여 준다. 한자 문화권이기에 말은 못 알아 듣더라도 글자로 의사 소통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생긴 것은 3개국이 약간은 다르기에 열심히 살피면 한중일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분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는 서로 유사하게 생겼다. 문화적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한중일 3국이 공동체를 이룬다면 모두 번영을 이루지 않을까? 무역의 촉진, 인력의 자유로운 왕래, 효율적인 생산 네트워크의 형성이 상호 이득을 줄 것이다. 이미 유럽의 경우 1950년대 초반부터 지역 통합을 시도하여 지금은 EU를 구성하고 있어서 하나의 연방을 이루고 있으며, 북미지역의 경우에는 1990년대 초반에 출범한 NAFTA가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우리도 친해지려는 마음만 있다면 한중일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서울대 핵의학과 정준기 선생님의 수필집 '의학의 창에서 바라본 세상'에 보면 1998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한중 핵의학 학술대회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은 이미 1994년 부터 중국과 중일 핵의학회를 창설하여 왔지만, 우리나라가 이곳에 참여하려 할 때 일본측의 반대로 따돌림을 당했다는 이야기이다. 일본 기업체에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중일 핵의학회를 개최한 것이기에 한국이 끼어드는 것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한중일 3국이 공동체를 형성해 나갈 때에도 셈법은 복잡하리라. 동아시아의 몇 가지 특수성이 이러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첫째, 역사적으로 일본의 식민 지배나 침략에 대한 갈등해소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아직 영토 분쟁이 있는 지역이 존재한다. 둘째, 한중일 공동체에 대한 주변국 미국, 호주, 러시아 등이 중요한 이해관계국이라 이들과의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셋째는 최근 글로벌 파워로 떠오른 중국과 국제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일본의 경쟁 관계가 있다.

 

결국은 한중일 3국이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하여는 이것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쉽이 요구된다.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공동체 형성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이득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대의를 생각하는 존재가 있어야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중간자적인 존재로서 우리나라의 역할이 크다고 이야기한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통합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정치, 경제적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럽 통합 당시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을 이끌어 낸 벨기에와 같은 리더쉽을 기대한다고 한다. 한중일 공동체를 이끌어 낼 훌륭한 정치가가 머지 않아 나타나지 않을까 꿈도 꿔본다.

 

  한중일 공동체도 좋지만, 같은 민족인 북한과도 아직 통일을 하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 약간은 창피하게 느껴진다. 또한 1973년 힘들게 유럽 연합에 합류했던 영국이 올해 브렉시트 파동을 일으킨 것을 보면 통합이란 만만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핵의학 장비가 중국과 일본에 널리 수출이 되고, 중국과 일본의 우수한 방사선의학 장비들이 좋은 가격에 수입이 된다면 어떨까. 아시아 방사선의학 전문의 자격이 있는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고령화된 일본과 우리의 경험을 요구하는 중국에 취직하는 기회가 더 많아진다면 한중일 공동체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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