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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식물 예찬임일한2017-05-19

 

<브리슬콘 소나무>

 

 

올해 대한핵의학회 춘계학회는 무주리조트에서열렸다. 학회에서 대절한 버스를 타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4월말 산에서 보이는 옅은 형광색의 신록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이양하 선생님의 신록예찬이 떠오르게 되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는 신록예찬이라는 글이 재미없다 생각했었는데, 졸업한이후 어린 나무의 새 잎에서 발하는 진정 아름다운 초록을 보면서 그의 글이 떠오르고 같은 생각을 동시대인과 나누는 것을 봤을 때 교과서에 실리는글의 힘이란. 신록예찬에서 작가가 예찬하는 '처음 태양의세례를 받아 청신하고 발랄한 담록(淡綠)을 띠는 시절'이 주는 즐거움이 이렇게 크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차리는 구나 생각했다.

 

식물에 대하여 어린 시절에는 큰 관심이없었다. 과학 서적에서도 식물보다는 동물편이 더 흥미로웠고, 전통적인생각에서도 모든 학문의 아버지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은 '동물보다 열등하고 영혼이 없는 존재'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식물은동물보다 더 강인하다.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동물들이 식물을 먹고 공격할 수 있기에 더 강한 것처럼보일 수 있지만 수명도 식물이 훨씬 길고, 거대한 개체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사람이 이제 100살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 하지만, 우리나라에 있는 용문산 은행나무는 1100년을 살아온 것으로 추정되고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살고 있는 나무로 알려진 미국 캘리포니아의 브리슬콘 소나무는 4800살로 지금도 살아있다고 하니 우리가 하루 하루, 일년 일년의일들에 일희일비하고 있을 때 이 나무들은 별거 아닌 일로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 우리를 위안하고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말을 들으며 자라왔고, 이전 과학자들도 인간이 진화의 최종 존재로서 가장 복잡한 생명체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불과 10여년 전에는 인간의 유전자가 3만개에서 14만개 정도로 추정되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사람이 침팬지와 유전자 염기서열이 98.8%가 같은 유사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고 있고, 사람의 유전자는 22000여개임이 밝혀졌다. 식물의 경우는 동물보다 더 유전자 수가많아서 쌀의 경우 37000여개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소나무의경우 50000여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전자의갯수의 많고 적음이 더 정교하다 어쩌다 절대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유전자가 가장 많은 것은 아니다.지구를 지배하는 것은 사람일까?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의 무게를 모두 100그램으로 한다면 식물의 무게가 99.5-99.9그램이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무게를 다 합해도 0.1-0.5그램에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식물들은 스스로 태양을 이용하여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지만, 동물의 경우에는 식물이 없다면 몇 주, 몇달 정도밖에 버틸 수 없다고 한다.

 

누군가 말했던 종족의 우상을 우리는 벗기가어렵다. 나를 중심으로 세상은 돌아가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세계를 그리는 데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자존감은 반드시 가져야겠지만, 자신의 우수성만을 생각해서도 안될것이다.

 

연록색의 신록에 감탄하는 것은 어쩌면 머나먼지구의 생성과 생명체의 진화, 우리의 존재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외감에서 생기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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