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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강건너 잔치구경-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의 신기원임일한2017-02-08


<Lu-177 Dotatate 치료 유무에 따른 신경내분비 종양 생존>

  80년대 브라운관 너머의 서양은 실제 밥을 먹던 우리의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곳이었다. 좁은 골목에서 테니스공을 던지며 뛰어 놀던 우리에게 푸른 잔디 밭에서 리틀 야구를 하고 있던 서양 소년들의 모습과 고등학생이 되면 머리를 빡빡 깎고 도서관에 처박혀 있어야만 하는 우리에게 남녀 쌍쌍이 모여서 춤추고 즐기는 파티를 하는 그네들의 모습은 지리적 거리만큼이나 생경하게 느껴졌다. 브라운관 속의 세상은 강건너 세상이며, 꿈같은 공간이었다.

 

  미국과 유럽의 연구자들이 치료법이 별로 없는 신경내분비 종양에서 Lu-177 Dotatate를 이용하여 3상 임상시험을 하고 그 유효성을 밝혀내어 NEJM에 싣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이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페인, 스웨덴, 이탈리아, 네덜란드의 25개 기관에서 참여한 다기관 임상시험이었다. 이 임상시험은 중간장관에서 발생한 신경내분비 종양을 대상으로 116명은 Lu-177 Dotatate 치료를 받았고, 113명은 기존의 치료만을 받고서 비교하였을 때, Lu-177 Dotatate를 이용하여 치료할 경우 치료후 20개월 시점에서 65.2%의 환자에서 병의 진행이 관찰되지 않았기에 대조군의 10.8% 보다 월등히 치료효과가 우수함을 알 수 있었다. 이전에도 독일에서 다기관 임상시험으로 3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Lu-Dotate의 유효성을 보여준 임상시험을 발표하였는데, 이것을 확증했다고 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파티가 한창이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즐거움을 나눌 수 없다. 비슷한 시도를 몇년전 국내 연구자들이 준비하였지만, 우리나라 식약처에서는 안전성에서 확신이 되지 않아,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임상시험을 실시하지 못하게 했다. 이미 유럽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Lu-177 Dotate의 치료를 받아서 중대한 위험이 없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지만, 우리는 강 건너 잔치를 구경할 수 밖에 없다.

 

  살리도마이드의 사례에서 FDA직원의 결단은 국민의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인구에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1954년 독일 그뤼넨탈이라는 제약회사에서 개발된 살리도마이드는 처음에는 호흡기감염 치료제로 사용되었다. 그 뒤 임산부의 입덧 감소에 살리도마이드가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고 이 약은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원칙에 맞게 심사를 한 프랜시스 켈시에 의해서 회사가 6번이나 신청서를 제출하였지만 승인되지 못했다. 추후에 다른 동물에서는 부작용이 크지 않으나, 사람이 수태 이후 약 42일 정도까지 이 약을 복용할 경우 사지가 없던지 있더라도 심한 기형이 생긴다는 것이 밝혀졌다. 당시 유럽에서는 8천명이 손, 발에 기형이 생겼지만, 미국에서는 단 17명만 발생했다는 것으로 엄정한 의약품 심사기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심사자들의 어려움을 극복케하기 위하여 연구자들은 새로운 제도를 선제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임상시험을 일정 수준 진행하고,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단계적인 임상시험을 우리나라에서도 진행할 수 있는 형태의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연구자들이여, 의학연구뿐아니라 제도도 연구해야만이 우리도 잔치에 합류할 수 있으리라. 

  • 서효정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7-02-08 15:42:22

  • 낡은 찻잔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7-02-08 15:4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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