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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더 좋은 생애 말기 돌봄을 해주는 나라임일한2017-01-13


<2010년 죽음의 질 지수 조사 결과>

자료 : 정은선, “영국의 생애말기 돌봄 전략”, 「HIRA 정책동향」 제8권 3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14

 

인턴을 하던 시절 이해할 수 없는 한가지 일이 있었다. 임종을 앞둔 환자가 (보통은 보호자가 의사표명을 함) 집에 가서 운명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사실 진행이 많이 된 암환자라 할지라도 의사가 신이 아닌 이상 언제 환자가 사망할지 정확히 아는 것은 힘들다. 그래서 의사가 환자에게 퇴원 일시를 정해주는 것이 아닌 보호자에 의하여 귀가가 이루어지게 되고, 보통 이런 경우 환자의 호흡등을 곁에서 자세히 살피면서 환자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환자집의 마루를 지나서 안방에 도착하고, 이부자리에 누울 때 환자들이 소천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당시에는 이 정확한 소천 타이밍과 집에서 운명의 필요성에 의문을 가졌다. (중환자를 힘들게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동안 온갖 치료를 받으며 고초를 겪고, 몇달 동안을 집이 아닌 전쟁터와 같은 병원에 있다가 익숙한 집의 냄새와 따뜻한 예전 보금자리에 누우면 환자가 커다란 만족을 가지고 죽을 수 있었구나 이해가 된다.

 

가족의 임종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환자가 임종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임종이 다가오면 손과 발부터 시작하여 점차적으로 피부의 색이 하얗게 변하게 되고 환자는 점점 음식이나 수분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환자의 가슴에서 돌 구르는 듯한 가래 끓는 소리가 들리게 되는데, 이는 수분섭취가 적어지고 분비물을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게 된다. 점점 근육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점차 잠자는 시간이 많아지게 된다. 최후까지 유지되는 감각은 청각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문가들은 죽어가는 이에게 가장 큰 선물은 그가 준비가 되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죽을 수 있게 허용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달 말랑말랑 인터뷰에서는 원자력병원 혈액종양 내과 나임일 과장님을 모셨다. 나선생님은 FDG PET/CT을 이용한 이레사 치료 효과 예측등에 관해 좋은 연구를 하셨는데, 2015년에 원자력병원 호스피스 센터장을 맡게 되셨다.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7월부터 말기암 환자가 호스피스에 입원하였을 때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연구소가 2010년 OECD 40개국을 대상으로 '죽음의 질 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32위를 차지하였다.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에 대한 평가는 양호하였으나 말기 치료의 비용, 이용 편의성, 의료의 질에서는 현저한 저하가 관찰되었기에 우리의 인생을 마무리할 때에 대하여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영국은 이번 조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애 말기 돌봄 전략'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전에는 영국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관심이 없었지만, 1년에 걸쳐서 생애말기 돌봄 전략을 개발하였고 계속적인 정부 정책으로 세계 최고의 국가로 태어날 수 있었다. 이들은 좋은 죽음에 대하여 정의하기를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과 존경을 유지한 채, 가족과 친구와 함께, 고통없이 죽어가는 것이라 4가지로 요약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망 1개월 전에도 약 57.8%의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망전 3개월간 사용한 의료비가 전체 의료비의 35.9% 차지하여 환자의 생존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죽음의 질이 좋아지지도 않으면서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잘먹고 잘 사는 문제 뿐 아니라 잘 죽는 문제도 해결해야 될 것이고, 이러한 문제는 개개인이 해결하기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국가가 적극적인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 특히 계속되는 전문가 공청회 등으로 현명한 정책이 잇달아 나와야 할 것이다.  

 

요즈음 언론에서는 국정농단 사태에 따라 수백억원이 오가는 이야기를 한다. 이런 부조리가 판치기 전에도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이 복지 정책에 대하여 제대로 효과적으로 집행이 되지 않음으로 정부 정책에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정부가 생애 말기 돌봄 발전을 위하여 좀 더 노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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