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의 현실>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지는 10월이 되면, 매년 빠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노벨상 수상자를 스웨덴 노벨위원회에서 발표하고, 그 전에 우리나라 언론들은 모두들 입을 모아 한국인 노벨상 후보를 이야기하며, 매년 올해에도 노벨상을 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반성을 나타낸다. 올해에 노벨생리의학상은 일본 도쿄 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71) 명예교수가 선정되었다. 오토파지 (autophagy, 자가포식) 현상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하고 그 기능을 규명한 공로로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을 위하여, 이맘때 항상 기획 기사를 내보내는데, 이번에 과학 동아에서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노벨상 과학부문(물리, 화학, 생리의학) 수상자 104명의 관련 핵심 논문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85% (88명/104명) 정도의 연구가 외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이 88명의 연구비를 분석하였을 때, 상향식 (bottom-up) 형태의 연구비를 받은 사람이 69% 이고, 하향식 (top-down) 형태의 연구비를 받은 사람이 6.8% 였다.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하는 연구 자율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노벨상 수상이라는 같은 문제에 대하여, 다른 신문사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이 기대되었던 원로 교수님께 인터뷰를 받아서, 연구비 1억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으며 연구 중심 대학을 선별해 집중적인 지원을 해야만 우리나라도 노벨상을 탈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니, 어쩌면 같은 질병에 다른 처방을 받는 기분이다. 기초 과학이 강력한 일본처럼 일정 액수의 연구비를 성실하게 연구하는 연구자에게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방식과 큰 연구비가 필요한 연구에 일정 부분 투자를 해야만 한다는 답이 도출된다.  

  정부에서도 노벨상을 목표로 하여 연구비 집행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이전에는 노벨상이라고 간절히 목 매이더만,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이후에는 첫 과학 노벨상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상자가 나오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연구비 집행과 장학제도, 정책 결정에 노벨상 수상자 분석등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고려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GDP 대비 연구비가 4.29%(63.7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연구비는 기초연구 보다는 응용 연구, 설비 투자에 집중이 되고 있다. 노벨상이 주로 기초 연구에 주어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우리는 출제 경향은 보지 않고 열심히 공부만 하는 범생이 아닌가 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이 다른 나라와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응용 연구에 집중해야만 하는 것이며 노벨상은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안 받는 것일 수도 있다. 자원이 한정되어 있고, 사람만 많으며 머지 않아 심각한 노령화가 눈에 보이는 나라에서 먹고 살 것을 걱정한다면 돈 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그른 일은 아닐 것이다.

  어릴 적 동화속 공주는 왕자님과 결혼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이 나지만, 어쩌면 둘이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은 결혼 이후의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고등학교 때에는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대학에 가고 보니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닌 것 같다. 연구의 목적도 노벨상 수상이 될 수는 없다.

  아직도 노벨상에 목숨을 걸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바라보고 있으면, 한국 축구가 생각나기도 한다. 착실하게 투자하여 축구 실력을 키우거나 즐겁게 축구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지, 요행으로 월드컵 4강에 나간다고 해서 FIFA 랭킹도 4등이 되지는 않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구를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운이 좋으면 노벨상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