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 2025년 05월호 제74화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과 측정 | 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 | 2025-05-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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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원리가 발표된 해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UN에서는 2025년을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로 지정했다. 필자는 올해가 양자과학 기술의 해 인 것을 몰랐는데, 이제는 서점인지 기념품 가게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진 알라딘에서 양자과학 기술의 해를 기념하고자 도서 마일리지로 슈뢰딩거 고양이 티셔츠를 구매할 수 있는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섯 고양이를 부양하고 있는 집사로서 이런 이벤트를 놓치는 것은 말이 안 되기에 양자역학과 블랙홀 관련 도서 두 권을 구매했다. - 티셔츠를 받기 위해 책을 샀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해일 수 있다.
< 세계 양자과학 및 기술의 해 기념 알라딘 이벤트1), 필자는 알라딘으로부터 땡전 한 푼 받은 것이 없다.
둘 중 어떤 고양이 티셔츠를 받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 슈뢰딩거 고양이 컨셉을 충실히 따랐다. >
사실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양자역학을 비판하기 위해 슈뢰딩거가 고안한 사고(가상)실험이다. 외부와 차단되어있고, 외부에서 내부를 관측할 수 없는 상자에 들어간 고양이가 1시간 뒤에 죽을 확률이 50%라면, 고양이가 1시간 뒤에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상자를 까봐야 알 수 있으며, 그전까지는 살아있는 상태와 죽어있는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즉 중첩상태인 것이 말이 되느냐? 라는 것이 슈뢰딩거의 주장이었다. 양자역학을 까기 위해 고안된 이 사고실험이 오늘날에 이르러서 양자역학을 잘 설명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고실험 중 하나 이자 과학계를 대표하는 밈(meme)이 될 것이란 걸 슈뢰딩거는 알았을까?

< 인터넷에 검색되는 슈뢰딩거 고양이 밈 중 일부 >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후 ‘관측’은 관찰하여 측정하는 개념을 넘어서서 물질의 상태를 결정하는 양자역학의 공리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되었다. 어쨌거나 관측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행위이며, 물리·화학·생물 분야가 망라된 방사선의학 분야에서도 첨단 장비 등을 통해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관측한다. 특히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체내 독성반응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를 진단하거나 치료하기 위한 최적의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방사성의약품을 투여하는 것은 결국 인체 내부가 내부피폭 상태가 되는 것인데, 내부피폭은 외부피폭에 비해 훨씬 적은 선량으로도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며, 비정이 짧고 에너지가 큰 알파입자를 이용하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경우 베타선이나 감마선 방출 방사성의약품에 비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커지므로 방사선량 측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호에서는 알파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 측정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한 알파입자에 대해 빠르게 짚고 넘어가겠다. 알파입자(Alpha particle)는 주로 원자번호 83번 이상의 무거운 핵종에서 원자핵이 알파 붕괴를 하며 방출되는 이온화 작용이 강한 입자방사선으로 양성자 두 개와 중성자 두 개로 이루어진다. - 헬륨 원자핵 구조와 같다. - 알파입자는 무겁고 비정이 짧아 투과성은 약하지만, LET와 RBE가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알파선의 특징을 고려하여 적절한 검출기와 검출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파입자를 검출하는 방법은 전리작용을 이용하는 방법과 섬광체 여기작용을 이용하는 방법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로 기체와 고체의 전리작용을 이용하여 알파입자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기체의 전리작용을 이용한 알파입자의 검출기는 대표적으로 전리함, 비례계수기, GM계수기 등이 있다. 이 중 전리함(Ionization chamber)은 높은 전위차를 띄는 양 전극으로 구성되며, 불활성 기체가 충전되어 있다. 전리함에 입사된 방사선이 기체를 이온화시키면서 전자와 양이온이 생성되고, 생성된 이온쌍을 수집 및 증폭시킨 전류값을 신호로 출력해서 계측한다. 반도체 검출기는 고체의 전리작용을 이용하며, 근본적으로 전리함과 원리가 같다. 다만 전하 운반체가 전자와 양이온이 아니라 전자와 정공인데, 전하 수집 시간이 짧아 때문에 측정이 빠르고 전자와 전자-정공쌍(EHP, Electorn Hole Pair) 생성에 필요한 평균에너지가 낮아 입사된 방사선의 에너지 대비 많은 하전입자를 생성해서 에너지 분해능과 위치 분해능이 우수하다. 반도체 검출기 종류 중 하나인 표면장벽형 검출기의 경우 표면에서의 에너지 손실이 작아 알파입자 검출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에너지 스펙트럼 왜곡 현상이 적은 이온주입형 검출기(Passivated Implanted Planar Silcon: PIPS)가 개발되어 보다 정확한 알파입자 검출이 가능해졌다.
두 번째로 섬광체 여기작용을 이용하여 알파입자를 검출하는 방법이다. 섬광물질은 방사선과 반응하여 들뜬상태에서 다시 바닥상태로 되돌아가며, 이러한 과정에서 방출되는 가시광선을 통해 발생된 빛을 측정하여 방사선을 계측한다. 섬광물질은 고체, 액체, 기체 또는 유기 및 무기 형태로 다양하지만, 알파입자 검출에 사용되는 섬광체는 알파입자의 에너지 흡수에 대한 발광효율이 높고 우수한 특성을 가진 무기 결정형 섬광물질인 ZnS(Ag)를 주로 사용한다.
< 검출원리에 따른 방사선 계측기 분류 >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표지물질로 활용된다.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방사능은 의사가 처방한 방사능 값의 10% 이내여야 하는데,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는 2번의 알파 붕괴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방사능을 정확히 측정해야 한다. 앞서 간단하게 언급했던 이온주입형 검출기(PIPS)는 알파입자를 직접 계측하여 에너지 스펙트럼을 획득하고 선량을 측정하는 장비로, 정교한 알파입자 에너지 스펙트럼을 획득할 수 있다.

< (왼) Canberra PIPS SPD-100-12 알파분광분석장비, (오) Capintec CRC-55tR Dose calibrator >
알파 붕괴 시 방출되는 감마선을 측정하여 방사능을 측정하는 검출기는 대표적으로 Dose calibrator, Gamma-well counter, High-purity germanium (HPGe) 검출기 등이 있다. 병원이나 연구기관에서 주로 사용되는 Dose calibrator는 기본적으로 아르곤(18Ar) 가스가 충전된 실린더 형태의 전리함인데, 방사성동위원소 시료의 방사능이 1 MBq 이하의 적은 양에서는 방사능 측정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방사성동위원소 시료의 방사능이 1MBq 이하 인 경우 주로 섬광계측기를 이용하여 감마선을 측정한 후 방사능을 계산하며, 이때 기하학적 효율이 거의 1에 가까운 Gamma-well counter를 주로 활용한다.

< (왼) Wallac 1480과 2480, (오) Gamma-well counter >
기다림 끝에 필자가 받은 고양이는 유령 고양이였다. 살아있는 고양이 티셔츠도 받고 싶었지만, 필자가 택배 상자를 열어 고양이 티셔츠를 관측하는 순간, 고양이가 살아있는 고양이 일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물욕을 접었다. - 이미 살아있는 고양이들을 많이 모시고 있다.

< 유령 고양이로 관측된 필자의 사은품, 구매한 책은 언젠간 읽을 것이다. >
알파입자는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가지지만 파동성과 관련된 특징들은 계측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미미해서 계측기에 나타나는 값은 입자성 중심의 정확한 에너지 스펙트럼이다. 양자역학이 지배하고 있는 물리 세상에 사는 이상, 우리는 대박과 쪽박인 상태가 항상 중첩된 채로 살아가고 있다. 웹진을 봐주시는 분들은 쪽박 관련 영향이 아주 미미하고, 대박 중심의 행복한 나날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1)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84870
2) 정밀종양의료를 위한 표적형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 2019, 한국원자력의학원
3) 정밀종양의료를 위한 표적형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 2019, 한국원자력의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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