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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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②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1-06-03

  영감(靈感)은 창작활동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거 많은 예술가들은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영감을 얻고자 노력했으며, 과학자들도 영감을 통해 자연의 신비를 밝힌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코펜하겐 학파 수장 중 하나인 닐스 보어(1885~1962)는 머리를 식힐 겸 떠났던 노르웨이 스키여행에서 하이델베르크 행렬방정식과 슈뢰딩거 방정식과의 관계를 설명해 준 ‘상보성 원리’ 영감이 떠올라 양자역학 이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여행 외에도 많은 과학자와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었던 방법이 바로 수면이다. 발명왕으로 불렸던 토마스 에디슨 손에 쇠구슬을 들고 잠을 잤고,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손에 수저를 든 상태로 안락의자에 앉아 낮잠을 자는 방식으로 영감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어떻게 수면상태에서 쇠구슬과 수저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을까? 선잠에 들어가면 손에 힘이 빠지면서 쇠구슬이나 수저가 땅에 떨어지게 되는데, 그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순간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바탕으로 발명활동과 예술 활동을 이어나갔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투스 케쿨레 폰 슈트라도니츠(1829~1896)가 자신의 꿈속에서 본 우로보로스(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을 통해 벤젠의 분자구조를 밝혀냈다는 일화는 교과서에 토막상식으로 실릴 만큼 유명한 일화이다.

 




< 수면을 통해 영감을 얻었던 토마스 에디슨1)과 살바도르 달리2) 그리고 아우구스투스 케쿨레3)

 

  최근 필자도 그들과 유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잠에서 갑자기 깨어난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SF소설로 쓰면 재미있을 것 같은 소재가 번개처럼 전두엽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그리고 이건 대박이다! 라는 부푼 마음을 안고 다시 잠을 청한 뒤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전날 밤 머릿속에 떠오른 소재를 정리해 보았는데, 테넷과 어벤저스가 적절히 섞인 내용인 것을 깨닫고 필자만의 신기한 경험으로 간직하기로 했다. 이처럼 실험과 지식을 통해 쌓인 노하우와 경험치도 중요하지만,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영감은 연구를 하다 막힌 부분을 한 번에 뚫어주는 역할을 한다. 방사선의학 연구자분들도 연구가 잘 안 풀릴 때는 ‘달콤한 수면’을 통해 영감을 얻어 보시는 건 어떨까? 이번 화에서는 지난 화에 이어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세부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알파선을 주로 방출하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주로 핵폐기물 재처리를 통해 얻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를 둘러싼 여러 가지 여건 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생산 할 수 있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종류는 제한적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구진들의 노력 끝에 사이클로트론과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한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반이 구축되어 운영 중에 있다. 특히 원자로를 이용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면 비방사성동위원소들의 분리가 어려워 방사성동위원소의 순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반면 사이클로트론으로 생산하는 경우 입자를 충돌시켜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기 때문에 화학적 분리가 가능하여 고순도 방사성동위원소를 얻을 수 있다.

 

1. Copper-67(Cu-67) 반감기: 2.5일, 주요 방출 방사선: β선(141keV), γ선 (157keV)

  Cu-67은 Cu-64와 함께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금속성 방사성동위원소 중 하나로 베타선과 감마선을 동시에 방출하기 때문에 진단용과 치료용으로 모두 활용될 수 있다. Cu-67의 방사화학적 반감기는 62시간으로 생물학적 반감기도 방사화학적 반감기와 비슷하여 종양조직에 충분한 조사량을 줄 수 있다. 특히 방사면역치료에서 가장 유망한 베타선 방출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며 비호지킨 림프종, 호지킨 림프종,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포함하는 암 치료 인상연구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있으며 대장암 치료를 위한 임상시험도 수행 중에 있다.

  Cu-67은 주로 Zn-68이나 Zn-70에 알파선이나 양성자선을 충돌시켜서 생산하며,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로 활용되기 적합한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고가의 생산비용과 까다로운 공정으로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국내 연구진들은 사이클로트론을 기반으로 한 Cu-67 생산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Cu-67 생산 표적 및 분리장치4) >

 

  금속성 방사성동위원소는 다른 방사성동위원소와 달리 항체나 펩타이드 등과 직접 결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금속원자를 잡는 유기분자인 킬레이트를 이용해야 하므로, Cu-67용 킬레이트 및 항체·펩타이드 개발과 방사성의약품 합성 기술 연구를 통해 차세대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이 머지않아 이루어 질 것이라 기대된다.

 

2. Tin-117m(Sn-117m) 반감기: 13.6일, 주요 방출 방사선: γ선 (314.58 keV)

  Sn-117m은 표적물질을 Cd-116을 이용하여 알파입자를 가속하여 얻을 수 있다. 이 방사성동위원소에서 활용되는 140 KeV의 불연속 에너지는 단일 에너지 컨버젼 일렉트론(평균 범위는 300 μm)을 통해 얻어진다. 임상에서 Sn-117m은 뼈통증 완화, 심장혈관 진단,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미국 제약회사인 Clear vascular에서는 Sn-117m을 이용한 반려동물 관절염 치료제를 상용화하여 현재 유통하고 있다.

3. Astatine-211(At-211) 반감기: 7.2시간, 주요 방출 방사선: α선 (5.5~9.2 MeV)

  At-211은 알파입자를 적절한 에너지로 가속시킨 뒤 표적물질인 Bi-209에 충돌시키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이때 가속되는 알파입자의 최고 에너지는 약 28 MeV이다. Bi-209에 알파입자를 충돌시키면 At-210과 At-211이 얻어지는데 생성비율은 약 1:10,000 정도이다.

  At-211은 알파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주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으로 제조되어 암 치료에 활용된다. 알파선 방출 방사성 동위원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에 비해 수십~수백 배 높은 에너지와 짧은 비정으로 정상 세포손상을 최소화 하고 암 세포만 파괴하기 때문에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 이미 유럽등지에서 전이·말기 신경내분비암 및 전립선암 등의 치료에 활용하는 등 At-211를 이용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을 암 치료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으나 짧은 반감기로 인해 국내 수입이 어려워 연구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내연구진들에 의해 At-211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졌다. 한국원자력의학원 RI응용부 연구팀은 의료용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Bi-209에 알파입자를 조사하여 At-211을 획득하였고 이후 분리 정제 과정을 거쳐 비임상 연구 수행이 가능한 정도의 생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후 추가적인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향후 At-211을 임상에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량을 증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용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At-211 생산과정 모식도>

 

4. Actinium-225(Ac-225) 반감기: 10일, 주요 방출 방사선: α선 (5.935 MeV)

  Ac-225는 인공적으로 생산되는 Actinium 동위원소들 중에서 반감기가 가장 길고 붕괴하면서 알파입자를 방출하기 때문에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로 활용하기 적합하다.

  Ac-225은 Th-229의 자연붕괴 이용, Ra-226(p,2n)Ac-225 핵반응 이용, Th-232(p,4n)Ac-225 핵반응 이용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생산된다. 각각의 방법 모두 장단점이 있으나 비용과 인프라 문제로 Ra-226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널리 활용된다. Ra-226을 이용하여 Ac-225를 생산할 때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Ra-226의 회수율을 고려해야 하는데,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액체 타겟 시스템을 발전시켜 Ra-226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과 파우더 형태 타겟의 문제점을 개선한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5) 그러나 미국, 독일과 같은 방사선의학 선도국가에서는 이미 백혈병, 신경내분비암 등에 Ac-255 방사성의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 현재 Ac-225 방사성의약품 임상시험 현황6) >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있는 연구용 원자로에서 생산되고 있는 방사성동위원소는 Mo-99, I-131, Ir-192, Lu-177, Y-90, C-14 등이 있는데 이번 호에서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위해 활용되는 원자로 생산 방사성동위원소 위주로 알아보고자 한다.

 

1. Yttrium-90(Y-90) 반감기: 2.7일, 주요 방출 방사선: β선(934 KeV)

  Y-90은 베타선을 방출하는 Y-90을 항체에 표지하여 치료에 활용하는 방사성의약품인 제발린(zevalin, Y-90 ibritumomab tuixetan)은 방사성동위원소 Y-90을 킬레이트 결합항체(cold vial)에 주입하여 그 안에서 반응을 일으켜 사용한다. 임상에서 간암환자 치료목적으로 마이크로스피어에 Y-90이 포함된 방사성의약품도 국내에서 각광받고 있다. 서울대병원에서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보스톤사이언티픽의 테라스피어(TheraSphere)를 이용한 방사선색전술(TransArterial RadioEmbolization; TARE)을 400건 가량 시술한 결과, TARE 시술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0%로 나타났다고 밝혔다.7) 작년 12월부터 의학적 판단에 따라 간암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선별급여가 적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환자 본인 부담률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 Luttatium-177(Lu-177) 반감기: 6.7일, 주요 방출 방사선: β선(150 KeV), γ선 (112 KeV, 208 KeV)

  Lu-177은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중 하나로 안정원소인 Lu-176을 이용하는 직접생산법과 Yb-176을 이용하는 간접생산법으로 생산한다. 직접생산법은 간접생산법에 비해 Lu-177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비방사능이 낮고 불순핵종인 Lu-177m이 동반생성 되는 문제점이 있어 미국, 호주,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간접생산법으로 Lu-177을 생산하는데,8) 작년 10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간접생산법으로 Lu-177 생산에 성공했다는 언론보도가 발표되어 우리나라에서도 Lu-177을 임상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9)

  Lu-177은 감마 및 베타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핵종으로 진단과 치료에 동시에 활용 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Lu-177을 이용한 임상적용 가능 표지화합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화학적 특성이 유사한 표적물과 불순 핵종과 목적 핵종을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생산 기술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미 희귀질환인 신경내분비암 치료에 Lu-177을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 연구진들도 Lu-177을 표지한 항체가 종양 성장 억제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3. Iodine-131(I-131) 반감기: 8일, 주요 방출 방사선: β선(606 KeV), γ선 (365 KeV)

  I-131은 원자로에서 중성자의 핵반응에 의해 생성된다. 자연계에서는 U-235의 붕괴로 인해 생성되기도 한다. Iodine은 갑상선에서 합성되는 T3, T4 호르몬의 주재료이며 이 때문에 표적장기인 갑상선에 흡수되는 비율이 타 장기에 비해 4,000~5,000배 높다. 갑상선에 흡수된 I-131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은 갑상선 조직을 파괴시키기 때문에 갑상선 암이나 갑상선 기능항진증 환자 치료에 주로 사용된다.

 

4. Holmium-166(Ho-166) 반감기: 26.6시간, 주요 방출 방사선: β선(666 KeV), γ선(0.81 MeV, 1.38 MeV)

  Ho-166은 원자로에서 안정된 원소인 Ho-165에 중성자를 조사하여 활성화시킨 방사성 동위원소로 Y-90과 거의 동일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감마선을 통한 진단도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1991년에 이러한 Ho-166의 특성을 활용해 간암 치료에 이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었으며 Ho-166을 이용한 간암 치료연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10) Ho-166은 Lu-177과 마찬가지로 진단과 동시에 치료가 가능한 테라노스틱스 방사성동위원소로 각광받고 있는데 작년 10월,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Lu-177과 Ho-166을 기존 생산법보다 방사성동위원소 순도가 높은 방법으로 생산하는데 성공해서 7개 기관(한국원자력의학원 등)에 연구용으로 시험보급 된 바 있다.11)

 

  국내 최초, 세계에서 4번째 발명한 치매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인 ‘알자뷰’가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퓨처캠의 공동연구로 시판허가를 받은 지 햇수로 4년차이다.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와 이를 이용한 방사성의약품 개발은 여느 선진국 못지않지만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과 임상적용은 미국, 독일에 비하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하지만 따라잡아야 할 선도국가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방사성동위원소와 방사성의약품 시장과 연구개발 분야가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 물은 반 밖에 남은 것이 아니다. 반이나 남은 것 이다. - 연구진들의 피, 땀, 눈물 그리고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우리나라 방사성의약품이 세계를 호령할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https://ko.wikipedia.org/wiki/토마스_에디슨, 위키피디아
2) https://mk.co.kr/premium/life/view/2020/05/28260, 매일경제
3) https://ko.wikipedia.org/wiki/아우구스투스_케쿨레, 위키피디아
4) 차세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Cu-67 “암세포 80% 사멸”, 원자력신문, 20.3.3
5) 정밀종양의료를 위한 표적형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9
6) 정밀종양의료를 위한 표적형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의약품 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9
7) 효과적이고 부작용 적은 방사선색전술, 비용 부담까지 줄었다., 청년의사, 21.3.9
8)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Lu-177 생산 및 임상적용 표지화합물 연구, 한국원자력연구원, 2010
9) 국내 최초, 고순도 진단치료용 동위원소 2종 생산, 서울경제, 20.10.21
10) Clinical experiences of liver cancer treatment using Ho-166-Chitosan agent, 제45차 대한핵의학회 춘계학술대회, 연세대학교 이종태
11) 국내 최초, 고순도 진단치료용 동위원소 2종 생산, 서울경제, 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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