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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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①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1-05-04

  ‘마부위침(摩斧爲針)’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말로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로 성공에 이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 이 사자성어를 보니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을 받아 방송계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한 아이돌 그룹이 떠올랐다.

 

 < 역주행의 서막을 알린 브레이브걸스 유튜브 동영상1)과 Rollin’ 앨범표지2)

 

  브레이브걸스는 국방TV의 위문열차 프로그램 단골 초대가수로 활약하며 ‘군통령’ 타이틀을 거며 쥐었으며, 2017년 발표한 Rollin’으로 이른바 ‘밀보드(밀리터리 빌보드차트)’ 1위 입성하는 등 국군장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일반 대중들의 선택은 받지 못했다. 4년간의 노력이 물거품 되려는 찰나, 아이돌그룹 무대영상과 누리꾼들의 반응을 편집하는 유튜버가 게시한 영상이 화재가 되면서 각종 인터넷 사이트는, 물론 케이블 방송과 공중파 프로그램에도 입성하였고 각종 음원차트들을 석권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쏴 올렸다.

  많은 사람들은 이 역주행 열풍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씨스타 뒤를 이어 여름을 대표하는 아이돌그룹으로 자리 잡아 긴 무명생활을 이겨낸 대가를 거두길 바라고 있다. 그룹 활동을 위해 백령도 위문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녀들의 노력이 끝내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는 인터넷 기사들과 댓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역주행과 노력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브레이브걸스 신드롬을 보며 불현 듯 국내 연구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안 나올 때도 있고, 심지어 연구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방사선의학 분야는 방사선이라는 양날의 검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임상에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야 하므로 연구진들의 고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병의 진단·치료에 필수적인 분야이며 향후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기에 많은 방사선의학 연구진들은 오늘도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노력한 만큼 돌려받는 방사선의학 연구성과의 ‘떡상’을 기대하면서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에 대해 여러 회에 걸쳐 알아보고자 한다.

 

 

 

  방사성동위원소는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인 앙리 베크렐이 자연계에도 방사능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발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 후 모든 우라늄 화합물과 금속 우라늄에서도 방사능을 띈다는 것이 발견되었고 프랑스 물리학자 피에르퀴리와 마리퀴리 부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 의해 방사성동위원소가 발견되었다. 1900년대 초반까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자연계에서 나온 것에 국한되었으나, 1934년 제1차 세계대전 시기 이후 인공 방사성동위원소가 만들어지기 시작해 2000년대까지 인류는 총 2,700여종의 방사성동위원소들을 개발하고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 고순도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할 때에는 여러 물질들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의 화학적 처리를 통해 정제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상기 방사성동위원소는 알파입자, 중성자, 베타선, 감마선, 엑스선 등과 같은 방사선을 방출한다. 이들 중 알파입자, 베타선, 감마선을 방출하는 일부 동위원소는 의료용으로 활용되는데, 투과력이 낮고 세포 이온화 능력이 우수한 알파입자·베타선 방출 동위원소는 주로 치료용으로 활용되고, 투과력이 높고 알파입자·베타선에 비해 이온화 능력이 떨어지는 감마선 방출 동위원소는 주로 진단용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은 연구용 원자로나 전자석 기반의 가속기(주로 사이클로트론)를 이용하여 생산된다. 여기서 연구용 원자로를 이용해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경우 우라늄이 중성자를 흡수해서 핵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데 한 번에 여러 종류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 할 수 있지만 다른 방사성동위원소들도 만들어지게 되어 순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하여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경우 표적물질에 양성자, 중양자, 알파입자 등을 충돌시켜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고순도 방사성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설비인 사이클로트론과 원자로 비교3)>

 

 

 

 

  현재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대부분 진단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진단용에 비해 종류나 사용량이 적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는 대개 짧은 반감기를 가지고 있으며 보통 베타선 또는 알파입자를 방출한다. 임상에서는 주로 베타선 방출 핵종이 많이 활용되며 대표적으로 I-131, Y-90, Lu-177, Cu-67, Re-188, Sm-153 등이 있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들은 갑상선 질환, 골전이, 내분비계 종양, 림프종과 같은 여러 질환을 치료하는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는 세포독성이 강하고 표지화합물과 결합이 어려워 베타선 방출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해 널리 이용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정밀의료 개념으로 알파입자 방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주로 난치암 치료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Ac-225, Bi-213, At-211, Th-227, Ra-223 등도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IAEA와 맺은 핵폐기물 재처리 불허규정으로 인해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 한계가 있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종류4)>

 

 

 

 

  앞서 간단히 언급하였듯 방사성동위원소는 연구용 원자로나 가속기를 이용한 두 가지 방식으로 생산되는데, 여기서는 가속기의 종류 중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방법을 다뤄보려 한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대표적인 가속기인 사이클로트론(Cyclotron)은 원형가속기 중 하나로 미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로렌스(Ernest Lawrence, 1901 ~ 1958년)에 의해 1932년 발명되었다. 또한 본인이 발명한 사이클로트론 외에도 로렌스는 Americium(Am), Berkelium(Bk), Californium(Cf), Lawrencium(Lr) 등 4개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발견하기도 했다. 현재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가속기는 사이클로트론이다. 상용화 된 사이클로트론은 전자를 가속시키는 에너지 영역에 따라 일반적으로 대형(Ep > 50 MeV), 중형(20 MeV ≤ Ep < 50 MeV), 소형(12 MeV ≤ Ep < 20 MeV), 초소형(Ep ≤ 12 MeV)으로 분류된다. 방사성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들은 대부분 소형/초소형(8 ~ 18 MeV)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하여 주로 짧은 반감기(2시간 이내)의 진단용 방사성동위원소(C-11, F-18 등)를 생산한다. 의학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중형(30, 50 MeV) 사이클로트론은 비교적 긴 반감기(4일 이내)를 가진 Cu-64, Zr-89, I-123, I-124,. Tl-201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표적물질(원료물질: O-18, Xe-124, Tl-203, Ni-64 등)이 필요하다. 사이클로트론이 유발하는 자기장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가속된 하전입자(양성자, 중양자, 알파입자)는 표적물질과 강하게 충돌하면서 방사성동위원소를 만들고 순수한 방사성동위원소를 얻기 위해 추가적인 화학처리를 거치게 된다. 화학처리법으로는 용매추출, 침전, 이온교환, 증류 등이 있으며 이 과정은 비방사능이 높은 고순도의 방사성도위원소를 얻기 위해 필수적이다.

 

<국내외 기관에서 보유 중 인 사이클로트론, 왼쪽부터 30MeV IBA, 13MeV KIRAMS, 50MeV Scanditronix5) >

 

  지난 금요일(2021년 3월 19일)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관련된 단비 같은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전립선·신경내분비 암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중 하나인 At-211의 생산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대량 생산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At-211을 이용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및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짧은 반감기(7.2 시간)로 인해 수입이 어려워 국내 공급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원자력의학원 연구팀의 꾸준한 노력으로 비임상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의 At-211 생산기술을 확보하여 암환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와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신약이 개발되는 그날 까지 웹진 구독자 분들의 많은 응원 바란다. ■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https://youtube.com/watch?v=cfHWlqJkEf4, 유튜브 비디터(VIDITOR)
2) https://www.insight.co.kr/news/327432, 인사이트
3)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방사성의약품 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7
4)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방사성의약품 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7
5) 난치암 환자들을 위한 방사성의약품 치료, 한국원자력의학원,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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