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본문글자크기
기사의 제목, 출처, 작성일 정보 안내
제13화 방사선의학의 미래(1) - 암과 방사선의학 ③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0-03-31

 

  전 지구촌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중국 우한에서 집단발병 한 이후 유럽, 북미, 아시아, 그리고 중동지역 까지 ‘코로나19’가 전파되었으며 우리나라는 1월 말에 첫 환자가 나온 이후 소강상태에 돌입하는 듯 했지만 특정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환자수가 급증하게 되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결국 3월 11일, ‘코로나19’ 발생 71일 만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판데믹’을 선언했다. - 필자 또한 눈물을 머금고 유럽여행을 취소하였다 - 21세기 들어서 인류는 감염병과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2013년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2018년 니파바이러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까지 위에 열거된 감염병들의 공통점들은 바로 야생동물, 특히 박쥐와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 박쥐의 배설물로부터 돼지에게 바이러스가 전달되었다고 가정한 영화의 한 장면1)>

 

  박쥐는 지구상에서 절대로 사라져서는 안 될 대체 불가능한 5종(種) 중 하나로 선정 될 만큼 매우 중요한 생물 중 하나이다.2) 박쥐는 곤충이나 과일을 주식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해충개체 조절과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며 박쥐의 배설물은 동굴 생태계 유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3) 정글이나 동굴과 같이 사람의 손길이 닿기 힘든 곳에 살던 박쥐가 환경오염과 난개발로 인해 문명 세계와 가까워지게 되면서 신종 전염병 매개체가 돼버린 것은 어쩌면 인간이 자초한 일인지도 모른다. 박쥐가 21세기 신종 감염병들의 매개체 일 것이라고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박쥐는 어떻게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반응을 작동시키는 인간의 면역체계와는 달리 박쥐는 병원균에 감염되지 않아도 세포에서 지속적으로 면역물질을 생성한다. 박쥐는 면역물질이 항시 분비되지만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과도한 면역반응은 일어나지 않아 면역 반응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박쥐는 야간에 장거리비행을 하는 특성 때문에 체온이 다른 포유류에 비해 2~3도 높아 면역체계가 항상 활발히 작동해서 병원균에 감염이 되어도 멀쩡할 수 있다.4) 이러한 특성들 덕분인지 박쥐는 같은 크기의 소형 포유류에 비해 평균수명이 몇 배 이상 길다고 한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질환 연구는 바이러스 매개체와 그 바이러스로 인해 발병하는 질병 유발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하는 미시적 분석과, 유기체에서 유기체로 옮겨가는 전염경로를 분석하는 거시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방법은 비감염질환인 암에서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 방사선의학기술은 암의 미시적 분석을 위한 최적의 기술이며, 암 진단 및 치료에서도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암 정복을 위한 방사선의학 미래기술들에 대해 알아보자.

 

 

 

1. 개인맞춤형 방사선치료 방사선치료분야는 환자의 임상적인 병리학적 특성들을 고려하여 방사선치료 적용을 결정해 왔다. 하지만 동일한 특성을 가진 환자들 중에서도 치료에 대한 반응이나 부작용의 정도는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개인맞춤형 방사선치료기술 개발이 새로운 연구개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기관에서는 유전체 분석, 바이오마커 개발연구 등을 통해 방사선치료 효과를 예측하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토대로 미래에는 방사선에 민감하거나 내성이 있는 환자들을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이를 통해 암 치료 시 환자 개인별로 적절한 방사선량을 조사하여 방사선치료 환자 생존율 증대, 방사선치료 비용 절감, 환자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본다.

 

2. 중입자치료 고에너지 X선은 세포 내 DNA 이중나선을 파괴할 수 있지만 Build-up 구간 이후에는 깊이에 따라 전달되는 방사선량이 감소하기 때문에 심부종양 치료 시 정상조직에도 방사선피폭이 많이 발생하였다. 하지만 양성자와 같은 입자방사선의 경우 Bragg peak 효과로 인해 종양조직에 대부분의 방사선량을 전달할 수 있어 기존 X선 치료에 비해 방사선량은 줄이면서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탄소 중입자, 양성자, X선의 인체 내 깊이에 따른 방사선량5) >

 

양성자치료 보다 Bragg peak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서 더욱 우수한 치료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 바로 중입자치료이다. 현재 독일과 일본 등에서 탄소입자를 이용한 중입자치료를 시행하고 있으며 기존 X선 치료보다 임상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6)7) 하지만 치료설비 비용과 시설유지의 어려움 등이 있어 임상적인 활용은 널리 확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들은 향후 중입자치료 관련 연구진들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 중입자치료 원리 >

 

3. 분자생물학 암 치료에 이용되는 전통적인 세포독성 약물은 급속하게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는 능력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이런 초기 약물들은 DNA합성이나 세포분열을 표적으로 삼고 있으며, 그에 따라 위장관 장애, 면역억제, 정상조직 손상 등의 부작용을 야기한다. 때문에 방사선치료 효과는 높이고 정상조직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신약을 만들기 위해 분자생물학과 방사선치료를 접목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종양 생존 및 성장에 필요한 유전자나 단백질 억제, 미토콘드리아 대사기능 조절을 통한 방사선치료효과 증진, 다른 질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을 암 치료에 활용하는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암 면역주기 연구를 통한 면역치료 등 분자생물학을 응용한 새로운 치료법들은 종양세포에는 방사선 치료효과를 증진시키고 정상조직은 방사선손상에서 보호하는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할 것이다.

 

4. 나노기술 나노기술은 특히 항암화학치료분야에서는 상당히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하고 있다. 나노물질이 종양 내부에만 선택적으로 축적되고 정상조직에는 적게 분포하는 등 암 진단 및 치료에 적용하기 위한 이상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사선치료 분야에서도 영상·진단·치료계획 뿐 아니라 나노물질을 활용해 방사선증감 효과를 유도하여 암 치료효과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방사성동위원소가 표지된 나노의약품을 연구 개발하는 ‘방사선나노의학(Radionanomedicine)’이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는데, 지질(lipid) 분자로 나노물질을 만들고, 나노분자 주변에 킬레이터를 붙이고, 그 킬레이터에 방사성동위원소(진단: Ga-68, Cu-64, Zr-89 등, 치료: Lu-177, Y-90 등)를 표지하여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8) 또한 산화 하프늄이나 금 나노입자를 방사선치료 증감제로 이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에 있으며 몇몇 종양에 대해서는 임상연구도 진행되었다.9)10)

 

< 방사선치료와 나노기술의 적용11) >

 

5. 다양한 방사성동위원소 생산기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영상검사는 생리학적 기전을 영상화 할 수 있고 극미량으로 충분히 의료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분자영상기술의 핵심이다. 또한 치료와 진단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어 개인맞춤형 치료 적용에도 적합하다. 미래 분자영상기술의 발전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인프라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의 개발과 생산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주로 사이클로트론을 통해 이뤄지는데 사이클로트론은 양성자, 중양자, He-3, He-4 등 다양한 종류의 하전입자를 조사할 수 있어서 여러 종류의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 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와 개인 맞춤형치료 트렌드는 의료비용을 증가 원인이 될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비용 절감 기술 개발과 짧은 반감기(6시간)로 인해 수입이 불가능한 의료 방사성동위원소의 생산기술(국산화) 확보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 사이클로트론 종류 및 생산 할 수 있는 방사성동위원소12) >

 

6. 유전체의학 2003년 인간게놈 연기서열분석이 완료되면서 유전체의학은 의료 전반에 큰 족적을 남겼다. 염기서열 분석 비용은 2년마다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어 의료계의 ‘무어의 법칙’을 연상시킨다. 이미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개인별 유전자검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종양의 분류, 암 치료반응 예측·예후인자, 새로운 암 치료법의 개발, 암 치료 감수성 조절 등유전체의학과 암 치료를 접목시키려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유방암 예후를 예측하는데 사용하는 Oncotype Dx가 대표적이며, 대장암, 급성 골수성 백혈병,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의 예후를 예측하는데도 유전자 발현 신호가 활용되고 있다. 방사선치료분야에서도 두경부암·유방암 등에서 유전자 발현에 따른 방사선감수성의 차이를 예측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며13), 최근에는 수술 전에 방사선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 간의 유전자 발현 차이를 연구한 결과도 발표되었다.14)

 

7. 3D 프린팅 기술 3D프린트는 의료분야에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다. 주로 인공조직 및 장기 배양, 인체 보형물 및 삽입물 제작 등에 활용되고 있는데, CT 또는 MRI 등의 영상장비로 물체의 3D 스캔 및 내부구조 확인이 가능해서 활용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현대 방사선치료는 방사선치료계획 소프트웨어로 계산한 방사선량이 환자에게 정확하게 조사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환자 정도관리(QA)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화된 도형 및 인체 팬텀을 이용한 기존 QA방식은 실제 환자에게 조사되는 방사선량과 선량분포가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3D 프린트 이용 환자 맞춤형 팬텀을 제작하여 이러한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QA 팬텀 뿐 아니라 방사선치료 시 사용하는 보상체 제작에도 3D 프린트를 이용할 수 있다. 현재는 연구목적 및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3D 프린트를 활용하고 있지만 3D 프린트 기술의 발달과 보급이 진행된다면 방사선치료 분야의 환자맞춤형 의료를 실현 할 수 있을 것이다.

 

 

< 3D프린트 기술로 제작한 방사선치료 보상체15) >

 

  방사선의학은 암 진단 및 치료 이외에도 감염병과 다른 질병들 연구에도 널리 이용될 수 있는 기술이며 다른 과학기술 분야 쉽게 융합할 수 있기 때문에 4차 산업 시대에 특히 각광받는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호에서는 암과 관련된 방사선의학 기술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였지만, 방사선의학과 융합할 수 있는 기술들과 연구 분야는 무궁무진 하다. - 대표적으로 딥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이 있다. – 방사선의학의 미래, 그 첫 번째 시리즈 연재가 마무리 되었다. 두 번째 시리즈물 연재에 앞서서, 다음호는 좀 더 가벼운(?) 주제로 찾아뵙고자 한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스티븐 소더버그, ‘컨테이젼’ 2011
2) 한겨례, ‘절대 사라지면 안되는 생물은 영장류·박쥐·벌·균류·플랑크톤’, 2008.11.16
3) 네이버 지식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ld=1098401&cid=40942&categryld=32621)
4) 전자신문, ‘[KISTI 과학향기] 박쥐는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운반할까?’, 20.3.95)
5) 한국원자력의학원, 미래사회의 방사선의학, 2016
6) S.H. Patel, Z. Wang, W.W, Wong et al, Charged particle therapy versus photon therapy for paranasal sinus and nasal cavity malignant disease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 analysis, Lancet Oncol, 15(9):1027-1038
7) T. Ohno, Particle radiothrapy with carbon ion beams, EPMA J, 4(1);9
8) DS. Lee et al, Radiononomedicine: widened perspective of molecular theragnosis, 2015, 11(4):795-810
9) L. Maggiorella, G. Baroush & C. Devaux et al, Nanoscale radiotherapy with hafnium oxide nanoparticles, Future Oncol, 2012(8):1167-1181
10) B. Jeremic, A.R. Aguerri & N. Filipovic, Radiosensitization by gold nanoparticles, Clin Transl Oncol, 2013(15)593-601
11) Presentation NBTX Chicago Jung 2013, NANOBIOTIX 그림 재구성
12) 한국원자력의학원, 미래사회의 방사선의학, 2016
13) J. Pramana, M.W. van den Breke & M.L van Velthuysen et al, Gene expression profiling to predict outcome after chemoradiation in head and neck cancer, Int. J. Radiat. Oncol. Biol. Phys, 2007, 69(5):1544-1552; S.A. Eschrich, W.J. Fulp & Y. Pawitan et al, Validation of a radiosensitivity molecular signature in breast cancer, Clin. Cancer Res, 2012, 18(18):5134-5143
14) SCJ. Bosma et al, Response to preoperative radiation therapy in relation to gene expression patterns in breast cancer patients, Int. J. Radiat. Oncol. Biol. Phys, 2020, 106(1):174-181
15) 한국원자력의학원, 미래사회의 방사선의학, 2016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28.79.88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