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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PI PET이 FDG PET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21-07-27

  학창시절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던 오락실 게임이 있었다. 자신의 캐릭터를 골라서 상대방과 1대 1로 격투를 하는 게임인데, 학원 1층에 위치한 오락실에서 이 게임을 얼마나 잘 하는가를 놓고 친구들과 자존심 대결을 벌이던 기억이 생생하다. 최근에 이 게임을 온라인에서 해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을 설치한 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가장 자신 있는 캐릭터를 선택하여 온라인 상의 상대방과 대결해보았다. 학창시절에 거의 매일 하던 게임이니 자신감이 충만해있었던 나는, 그러나 곧바로 좌절을 맛보게 된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상대방 캐릭터가 나를 붙잡고 환영한다는 듯 공중으로 띄우더니, 이후 단 한번도 땅에 내려주지 않고 계속해서 주먹과 발로 번갈아 가며 때려대기 시작했다. 나는 공격이나 수비는 고사하고 땅에 발 한번 못 붙여보고 KO패를 당하고 말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이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를 시작한지 몇 년이 되어서 지금은 소위 ‘고인 물’들만 남아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고인 물’은 한 분야에 정통한 것을 넘어서 나와 같은 초심자들은 아예 범접할 수 없는 괴력을 지닌 장인들을 일컫는 신조어이다. 문제는, 이런 고인 물들이 장악한 분야에는 새로운 인력들이 들어오기 어렵다 보니 현재 상태에 정체되어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는 점이다.

 

PET영상의 ‘고인 물’ F-18 FDG

  F-18 FDG는 1976년에 개발된 PET용 방사성의약품이다. F-18 FDG는 포도당 유사체인 FDG에 양전자를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 F-18을 표지한 것으로 암, 뇌신경계, 염증의 진단, 치료반응 및 재발 평가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이후 표준적인 영상진단 방법의 하나로 자리잡아왔고, 오늘날 핵의학을 대표하는 방사성의약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PET용 방사성의약품에는 F-18 FDG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뇌신경계로 보자면 아밀로이드나 타우영상이 있고, 전신 영상으로 아미노산 대사나 저산소증을 평가하는 PET용 방사성의약품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8 FDG의 적수가 될 만큼 널리 이용되고 실제 임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F-18 FDG야말로 PET영상계의 ‘고인 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F-18 FDG는 어째서 ‘고인 물’이 되었을까? F-18 FDG PET이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암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현대의학에서 암을 진단하고 치료 후 반응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몸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영상진단이 필수이다. 이를 위해 CT나 MRI를 촬영하면 mm 단위의 이상소견까지 찾아낼 수 있고, 이를 근거로 치료방침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암은 CT나 MRI로 평가가 가능한 모양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다른 장기에 전이되어있을 수도 있고, 치료에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예컨데, CT에서 암 주변 림프절의 크기가 커져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림프절에 암세포가 자라고 있을 수 있고, 치료 후 종양의 크기 변화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종양 내에 많은 암세포들이 죽고 그 공간이 섬유조직들로 들어차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명확하게 진단하도록 해주는 것이 F-18 FDG이다. 즉, 해부학적 변화가 나타나기 전에 포도당 대사를 활발히 하는 암세포의 분포나 활성도를 평가함으로써 암 진단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18 FDG에는 약점이 있다. 우선, 암 외에도 염증이 있는 부위에는 포도당 대사가 증가할 수 있어서 암과 염증의 감별이 어렵다. 또한, 암의 종류에 따라서 포도당 대사가 활발하지 않은 경우가 있고 이런 종류의 암에서는 F-18 PET의 유용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정상적으로 FDG 섭취가 높은 부위인 두경부, 비뇨기계 및 위장관에 대해서는 암이 정상 구조물의 높은 FDG 섭취 때문에 구별되지 않는 단점도 존재한다.

 

F-18 FDG PET보다 예민한 FAPI PET

  FAPI (Fibroblast activation protein inhibitor) PET은 최근 핵의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 받는 영상진단법이다. 암세포는 증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변환경을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데, 그 중 하나가 섬유아세포를 활성화시켜서 암세포 주위에 체내 면역세포를 못 들어오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혈관이 잘 자라서 암세포에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도록 하는 특수한 조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섬유아세포의 활성화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암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이 섬유아세포를 표적하는 FAPI에 PET용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하여 PET을 촬영해보면 암조직(엄밀하게 말하면 암세포 자체가 아닌 암세포 주변의 특수조직)이 매우 높은 섭취를 보이게 된다.

  특히 FAPI PET이 주목 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FAPI PET은 FDG PET과 비교하여 정상조직 대비 암조직에 높은 섭취를 보인다. 따라서 암환자에서 두 영상을 모두 촬영해보면 FAPI PET 영상의 진단 예민도가 FDG PET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둘째, FAPI PET은 FDG PET의 섭취가 낮은 암종에서도 비교적 높은 섭취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예컨데 FDG 섭취 정도가 비교적 낮은 갑상선암, 간암, 비뇨기계암 등에서 특히 FAPI PET의 유용성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암이 FAPI PET에서 높은 섭취를 보일수록 면역체계를 회피하는 특수조직을 만들어내는 섬유아세포의 활성도가 높다는 의미이므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항암면역치료의 대상선정이나 반응평가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FAPI PET 영상은 FDG PET과 마찬가지로 암뿐 아니라 다양한 염증반응에서도 높은 섭취를 보일 수 있다는 한계가 존재하며 이는 영상해석과정에서 주의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 넘게 PET영상의 ‘고인 물’로 군림해온 F-18 FDG에 견줄만한 새로운 PET 영상법이 등장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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