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 이것만 알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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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2020년 방사선의학 핫이슈한국원자력의학원 김희진, 김정영 공저2021-01-05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검사가 유행하고 있다.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마이어스와 브릭스가 고안한 성격유형검사인데, 비교적 간단하게 인터넷으로도 해 볼 수 있어서 인기가 높다. 사람에 따라 이러한 성격유형검사도 유사과학영역에 속한다고 여길 수 있지만 혈액형 별 성격유형이 심리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유행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대학교 심리검사로도 활용되는 MBTI는 나름(?) 과학의 영역에 한 발 걸치고 있다 생각된다. MBTI는 4가지 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지표가 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외향적인 사람인지, 조용하고 내적 활동을 즐기는 내향적인 사람인지를 E-I지표로 볼 수 있는데, 지난 주말에 뜬 한 기사사진을 보고 우리나라에 야외활동을 즐기는 활동적인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활동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전부 이 시국에 야외활동을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안에만 있기 답답한 마음을 꾹 누르고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준수하는 활동적인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도 막을 수 없었던 이들의 열정!1)>

 

  그들의 열정에 화답이라도 하듯, 12월 12일 일일 확진자수는 기어코 1,000명을 넘어섰다. 주말이 되면 삼성 헬스어플이 측정해주는 걸음 수가 100보 이하로 급격히 감소하는 필자이기에 코로나 시국에 위와 같은 현상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2020년 우리 모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서로의 욕망을 자제하는 슬기로운 코로나시대 생활도 선택해 봄이 어떨까.

  코로나시대를 맞이한 2020년에 방사선의학 관련 뉴스는 무엇이 있었을까. 어김없이 돌아온 연말,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의미로 올 한해 방사선의학과 관련된 언론 보도들을 필자만의 엄정한(?) 기준으로 방구석에서 선정해 보았다.

 

 

  병원에서 보통 많이 시행하는 일반 X-ray검사는 질병 진단에 기본이 되기 때문에 대학병원 및 종합병원 뿐 아니라 개인병원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의 특성 상 촬영 후 방사선 피폭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진들은 방사선 피폭량은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 병원에서 사용하는 X-ray 촬영 장치는 필라멘트를 2,000도 까지 가열한 뒤 발생하는 열전자를 텅스텐 타겟과 충돌시켜서 방사선을 발생시키는데 정밀한 제어가 어려워 방사선 방출이 필요이상으로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기반의 디지털 방식은 일정 값 이상의 전기를 탄소나노튜브에 걸어주면 즉각적으로 전자가 발생하는 현상을 이용하여 전기신호로 전자방출을 제어해서 방사선을 방출시키기 때문에 피폭량이 최대 90%까지 줄어들며, 반응 속도도 빨라서 움직임 노이즈를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화질도 개선된다고 연구진들은 밝혔다.

  국내 7개 기업이 이 기술을 이전받아 치과용 엑스선 촬영 장비를 개발해 수출하는 등 상용화에 들어갔는데 디지털 엑스선 장비 상용화가 성공한 것은 우리나라가 첫 사례로 미국, 일본, 독일 등 일부 선진국이 점령했던 의료기기시장을 우리나라가 선점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구진은 해당 기술은 의료용 외에 공항보안 검색용 장비, 디스플레이·반도체 검사장비 등 산업분야에서도 널리 활용될 수 있다 로 일반 X-ray 장비보다 고출력의 방사선을 방출하는 CT장비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기초과학연구원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과 박경표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방사선 인체 노출 시 발생하는 과량의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는 나노입자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나노입자를 극소량 투약하는 것만으로 방사선에서 전신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제를 개발 한 것인데 패혈증, 알츠하이머 치매 등 활성산소 관련 질병에 치료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세륨산화물(CeO2)과 망간산화물(Mn3O4)을 활용해항산화 성능이 최대 5배 이상 높은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입자와 인간 소장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방사선 보호효과를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방사선으로 인한 DNA 손상, 세포자살, 스트레스 등의 부작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동물실험에서도 방사선 보호효과가 높다는 것을 입증했다.

  현택환 단장은 개발한 나노입자가 방사선 피폭에서 인체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보호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의학적 활용 뿐 아니라 원전 사고 시 방사선 피폭을 감소시켜 줄 보호제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치료기기는 의료용 선형가속기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엑스선을 이용하며 생물체가 받는 방사선량은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두 방사선의 발생기전과 에너지가 서로 다르다 보니 방사선 의료기기들의 선량을 측정한 뒤 관계식을 이용해 보정하는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선량과 장비 선량 교정 시 불확실성이 높았다.

  이에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흑연을 이용한 열량계를 개발하여 이를 통해 선형가속기 엑스선 측정표준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연구진들이 개발한 흑연 열량계는 방사선을 흡수한 흑연의 온도 상승정도를 토대로 선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 기술을 자체적으로 보유한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일본 뿐 이었으나 우리나라도 기술보유국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연구진들이 개발한 흑연 열량계5)>

 

  연구팀은 이 기술을 통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방사선 의료기기의 측정 표준 개발되어 병원 별 방사선 품질 격차가 해소되고 더 정확한 방사선치료가 가능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사선치료는 대부분 암을 치료할 때 적용되는 치료법이다. 그런데 한 달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방사선으로 심장기능을 교정하는 임상 시험이 국내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서 심장병 환자들에게 한줄기 희망이 되고 있다. 저명한 학술지 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2017년 말기 심실빈맥 환자에게 SBRT를 적용한 빈맥 발생빈도가 90%이상 감소했다는 결과가 발표되었고,7) 작년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심실 빈맥 환자들에게 고선량의 방사선(25Gy)을 조사한 결과 72%의 환자가 1년 동안 생존하였으며 두 종류의 항부정맥제(antiarrhythmic medication)을 사용하는 환자는 59%에서 12%로 감소했다고 발표된 바 있다.8)

  서울대병원에서는 해당 결과들을 토대로 더 이상의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심장병 환자의 심장 환부에 고선량의 방사선을 1회 조사하여 부정맥 증상을 완화시키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순환기내과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진들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이 임상시험이 성공하게 된다면 말기 심장병을 앓고 있는 수 많은 심장 이식 대기자들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심장병 환자들에게 희망의 소식인 한편 방사선치료가 암 치료 뿐 아니라 다른 질환 치료에도 적용하는 연구가 보다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양대학교 김찬형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방사선량 평가용 인체 전산 모델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ation Protection)의 차세대 국제 표준 인체 전산 모델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ICRP는 방사선 안전 및 방호에 관한 기준과 지침을 개발하고 국제사회에 권고하는 방사선 방호 관련 국제 전문기관인데, 이전에 사용하던 국제 표준 인체 전산모델은 2009년 독일 헬름홀츠 뮌휀 연구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장기 표면이 매끄럽지 않거나 방사선에 민감한 세포층은 모사하지 못했다.

 

<김찬형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ICRP 차세대 국제 표준 인체 모델10)>

 

  김찬형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장기 조직을 모사할 수 있는 차세대 메시형 인체 전산 모델을 제시했다. 김찬형 교수는 이번에 ICRP에서 채택된 새로운 모델은 방사선 방호 뿐 아니라 방사선 진단·치료 등 의료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으며 비방사선 분야에서도 전파-인체 간 상호작용, 자동차 충돌 모의실험, 가상공간 수술 등에서 다양하게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AI기술을 의학 분야에도 적용하는 융·복합 연구가 한창인 가운데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효과를 AI로 예측하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국소 진행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림프절 이나 유방 내 다른 조직으로 전이된 상태를 의미하는데, 재발과 전이 위험이 커 항암치료로 종양크기를 줄인 뒤 외과적 절제 수술을 시행한다. 이 때 수술 전 항암요법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PET/CT와 MRI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PET/CT검사에서는 항암치료 전/후 암 대사 감소율을 알 수 있으며 MRI 검사로는 암 크기 등과 같은 병태 조직학적 변화를 평가 할 수 있기에 두 의료영상을 활용한다. 그러나 결과 차이와 상대적으로 작은 표본크기로 인해 두 영상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에 한국원자력의학원 우상근 박사·김현아 과장 연구팀은 컨볼루젼 신경망 네트워크(CNNs; Convolution Neural Networks) 딥러닝 기법을 이용해서 국소 진행형 유방암 환자들의 PET/CT와 MRI영상을 분석하여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유방암 환자 56명의 PET/CT와 MRI영상으로 치료반응을 예측한 결과 전문의는 PET/CT 84%, MRI 61%의 정확도를 보인데 비해 인공지능 모델은 PET/CT 97%, MRI 85%의 정확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로 유방암 환자들의 종양 크기와 범위 뿐 아니라 치료반응까지 예측할 수 있어 의료진들이 치료방향을 조속하게 설정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언급하며 유방암 환자들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은 전 세계인들 모두에게 잃어버린 1년으로 기억 될 것이다.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에 코로나19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년간 이어진 우울한 시기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는 많은 연구자들 덕분에 올해도 좋은 연구들이 많이 보도되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각종 모임과 송년회가 이어질 시기이지만 코로나 시국에 유난히 조용한 연말이 되었다. 하루빨리 백신과 치료제가 나와서 평범한 시절로 돌아가길 바래본다.■ (다음 회에 계속 됩니다.)

 

 

 

 

1) 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0121520201215152407889625.jpg, 아주경제
2)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63246&ref=A, KBS, 20.1.16
3) https://view.asiae.co.kr/article/2020070611021070275, 아시아경제, 20.7.6
4)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3099300063?input=1195m, 연합뉴스, 20.8.13
5) https://news.kbiz.or.kr/news/articleView.htmlidxno=71132, 중소기업뉴스, 20.8.13
6)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052572&plink=ORI&cooper=NAVER, SBS, 20.11.1
7) Philip S Cuculich et al, Noninvasive ardiac Radiation for Ablation of Ventricular Tachycardia, N Engl J Med, 2017; 377(24): 2325-2336
8) Clifford G. Robinson et al, Phase Ⅰ/Ⅱ Trial of Electrophysiology-Guided Noninvasive Cardiac Radioablation for Ventricular Tachycardia, Circulation, 2019, 15;139(3): 313-321
9)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3099300063?input=1195m, 연합뉴스, 20.11.29
10) https://www.yna.co.kr/view/AKR20200813099300063?input=1195m, 연합뉴스, 20.11.29
11) https://news.joins.com/article/23937347, 중앙일보, 2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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