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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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폴리페서, 그리고 과학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09-21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에 “과학기술의 혁신과 발전, 사람에게 투자해 이루겠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아래와 같이 과학발전의 비전을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정책을 살펴보면, 첫째, 국가적인 과학인재 양성프로그램(여성과학기술인의 육성방안 포함), 둘째, 중견 과학기술인 중심의 장기연구과제 육성, 셋째, 기초과학 예산 확대(기초연구비 2020년까지 4조원 수준 도달, 연구자 주도 자유공모비율 40% 이상 확대), 넷째, 과학기술 연구과제의 평가방식 혁신 등의 공약이 있었다. 아무래도 다른 대통령 후보들(제19대 선거)에 비해 준비기간이 많았던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우리나라 과학자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 주었다. 또한 과학계가 가장 크게 직면한 인력양성 문제와 장기적인 연구사업 등에 대한 높은 해결의지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정치적 구호와 함께 시너지효과를 가지면서, 과학기술계는 문재인 후보의 신뢰와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오늘 과학기술계는 혼돈스럽기만 하다. 물론 과거 정부의 수많은 적폐 안에서 과학기술계는 상대적으로 투명하게 지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은 지난 10년간 과학철학은 온데간데없이 실용화, 창조과학 등과 같은 기업 중심의 투자와 성과물로 추진되어, 특히 기초과학 분야와 국가출연연구소는 심하게 손상을 입었다. 특히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가 합쳐진 교육과학기술부가 탄생하면서 대학 중심의 과학기술 제도가 만들어져 국가출연연구소의 중심연구가 흔들거렸고,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창조과학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기초과학 분야가 퇴보하는 씁쓸한 풍경들이 자주 보였다. 여기서 PBS(연구과제중심제) 제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국가출연연구소의 인건비, 소위 월급의 제도는 과학자들이 가진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없애버렸다. 결국 이러한 급여구조는 정부의 특정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이, 언제든 연구비(예산)를 통해 국가출연연구소 내 과학자들의 생존과 연구방향 등을 쉽게 결정지을 수 있다. 그래서 지난 해 국정감사에서 ‘앵벌이 과학자’라는 말이 탄생하지 않았는가.

   

 <과학기술연구과제에서 연구원의 직급 구조>

  

  우리나라 과학기술연구에서 어떤 연구팀이 연구비를 수주하지 못하면 사실상 그 연구팀은 해체수순(인력청산)을 밟아야 한다. 이러한 PBS 제도는 연구의 실패와 새로운 기술도전을 허락하지 않게 한다. 허나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과학기술정책을 필요에 따라 추진할 수 있는 매우 좋은 환경인 셈이다. 만약에 우리의 과학기술정책을 잘못 디자인되면? 오랜 시간 양성한 인력과 선도하는 기술력은 자연스럽게 모두 잃어버리는 위험성이 높다(그래서 선진국의 과학기술정책은 매우 장기적이고 폭넓게 균형 발전을 지향한다). 

 

  불행히도 지난 10년간 우리 과학기술계의 젊은 인재들은 선진국으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자신이 쌓아놓은 전문성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주변을 돌아보라, 현재 우리 사회에 과학자의 명예와 존경이 있는지. 오호통제(嗚呼通哉)라, 이런 피폐한 과학기술계에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으로 고용노동부에서 국가출연구소들의 정규직 전환계획의 요구는 매우 긍정적이면서 동시에 매우 슬픈 일이 되어가고 있다(김연균 기자, ‘출연연 정규직 전환 ’갈팡질팡‘...R&D인력 불안한 나날, 정보통신신문(2017.8.22), URL: http://www.koit.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552’이라는 기사를 읽어보라).

 

  사실상 PBS 제도는 각 연구소들의 정규직 인건비 재원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러므로 국가연구비 제도의 총괄적인 개편 없이 정규직 전환이라는 것은, 과적차량이 되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연구비의 수주가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인 ‘슈퍼스타K’과 같은 무한 경쟁인 환경에서, 다시 말해 탈락하는 연구팀들이 다수이고 수주하는 연구팀은 소수인 환경에서 과학자의 월급을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인가(그래서일까, X-선생은 마음이 아파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다). 

 

  이런 암울한 형국에, 과학기술을 총괄하는 부서들 곳곳에서 폴리페서(polifessor)들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등장했고, 심지어 황우석 사건의 연류 되거나 창조과학을 주창하는 교수들이 우리나라 과학기술(4차 산업혁명과 같은)의 미래를 책임지겠다고 등장하기도 했다. 왜? 늘? 과학기술은 특정한 대학의 교수들로 장·차관에 배치되는 것일까. 정치권의 지역 안배처럼 학벌, 소속 및 전공에 대한 균형 있는 지휘관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섣부른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천은 과거 비정규직 법안이 과학기술계 핵폭탄을 터뜨려, 다수의 과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연구의 길을 포기하는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전제조건은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과학기술요소 확보에 있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범부처적 컨트롤타워로부터 연구비/균형발전/인력양성이 총체적으로 기획됨이 올바르지 않겠는가. 지난 10년간 우리의 과학기술계는 이렇다 할 과학철학 없이 추진되었고, 범기관·학계의 과학자들이 모여 국가 미래연구전략을 수립이라고 할라치면 중간에 폴리페서들이 등장하여 무산 시키는 일을, X-선생은 여러 차례 목격하면서 희망보다 절망을 더 많이 느꼈다. 현 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과학정책 성공을 위해 긴 호흡으로 다시 한 번 재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경향신문의 박은하 기자가 쓴 기사(문재인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유독 헛발질하는 이유(2017.9.2), UR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9021706001&code=940100)와 오마이뉴스의 이창희 기자가 쓴 기사(‘일반공대 출신’무시하는 청와대에 묻습니다(2017.9.3), URL: http://omn.kr/o3em)를 청와대에서 읽어보기를 진심으로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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