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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육아, 그리고 과학의 불신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06-14

 

 보도자료, 2017530>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아시모) 소속 학부모 5명은 인터넷카페 ‘약 안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의 대표 김효진 한의사와 카페 중간관리자인 ‘맘닥터’들을 의료법 위반 혐의와 함께 질병에 걸린 아이들을 방치한 카페 일부 회원들에 대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신고했고(김준영 기자, ‘중앙일보’ 보도, 2017.5.16),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관련 기사들을 보도하였다(특히 5월 19일자, 경향신문에 김지윤 기자는 일명 ‘안아키’ 논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분석하였다). 또한 5월 21일, MBC 방송국의 ‘사사매거진 2580’에서는 직접 김효진 한의사 및 카페회원들과 인터뷰한 영상을 보도하였고, 소아과 의사 및 한의사와 같은 의료전문가들과 ‘안아키’에서 표방하는 자연주의 육아법에 대해 분석하였다.

 

  첨단과학이 지배하는 오늘날, 자연주의 육아법은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사실이며, 과학에 대한 반동이 아닐까 생각된다. 앞선 ‘안아키’와 같이 자연주의 육아법을 주창하고 실천하는 인터넷카페는 여러 개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과학적 근거가 빈약한 의료행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그렇다고 현재 과학적으로 입장된 것은 아니다)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카페회원들 중 상당수의 엄마들은 백신의 부작용이나 아토피 등과 같이 현재 과학적인 설명이 어려운 질병은 경험하면서 의료전문가들의 불친절하고 냉소적인 상담과 처방을 겪었다고 한다. 결국 자연주의 육아나 출산을 탄생시키는 요인은 불행히도, 그들의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현행 의료체계의 문제에서 출발한다.

 

  [김광래 기자, ‘약국신문’ 보도내용, 2011년 9월 28일]

 영유아 백신접종 이상반응 신고건수가 최근 3년간 3,068건, 사망 17건에 달해 철저한 원인규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영희 의원(민주당)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이상반응’ 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9월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에 신고된 백신 이상반응이 총 3,068건으로 집계됐다. 백신별로는 2009~2010년 신종플루의 급증에 따라 플루가 2,126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BCG 285건, 디프테리아·폴리오 160건, 일본뇌염 106건, 디프테리아 81건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신접종 후 부작용으로 사망했다고 신고된 건수는 17건에 달했다. 그러나 보상여부 및 보상금을 결정하는 질병관리본부 산하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보면, ‘사망’한 경우 보상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 9월 현재까지 보상신청을 한 ‘질병’의 경우 268건 중 52.2%인 140건이 보상받았지만 ‘사망’은 11건 중 단 2건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는 중요한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보건시스템은 거의 개인의 책임으로 주어진다. 여기서 첫 번째 소외감이 생기고, 임신한 몸으로 병원에 가면 많은 환자를 상대하는 의사와 5분 이내로, 마치 로봇과 같은 말투로 짧은 상담과 결과만을 통보받는다(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만난 낯선 의사에게, 만나자마자 자신의 현재 건강상태를 빠르고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산모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이어지는 출산은 매우 기계적으로 진단과 처방으로 진행된다. 또한 병원시스템 안 의사는 산모에게 극도로 제한된 정보만 제공되며, 이것은 의학적 지식을 요구하는 현상에서 산모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두 번째 불신이 싹트고, 출산 시에 산모나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개인의 신체적 특이성으로 돌리고 의료행위의 잘못을 덮는 쪽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세 번째 불신이 싹이 트인다.

 

  우리 사회에서 병원을 상대로 의료소송을 하는 사례들(故신해철의 죽음 등)을 보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기 십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의료사고에 대해 과학적 판단하고, 그것을 사례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할 식약처와 같은 국가적으로 법의학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늘 느낀다. 이것은 단순히 법적 분쟁을 넘어 의료사고를 과학적 가치로 환원되고 보존되어야, 숭고한 희생으로 온전히 남을 수 있고, 또한 개인의 의료사고 입증을 국가가 자연스럽게 도와줄 명분이 생기지 않는가.

 

  여기서 X-선생은 자연주의 육아법으로 다시 돌아온다. 자연주의 육아법은 의외로, 그 단어 안에서 과학적 오류를 이미 지니고 있다. 자연주의를 표방하면서 살았던 시대의 인류,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과학기술의 발달하지 않아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시대의 인류가, 현대 의료체계의 인류보다 과연 건강했을까. 물론 현대 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질병들은 아직까지 많고, 그 한계도 뚜렷하다. 그렇다고 현대 의료기술을 부정하고 과거로 선택하는 삶은 쉽게 납득하기는 어렵다. 14세기 페스트는 유럽 인구의 절반 이상이 죽었고, 19세기 우리나라 역시 천연두로 인해 서울 인구의 절반 정도가 사망했다.

 

  우리 사회는 상기 2011년 보도자료처럼 의약품이나 의료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설명하는 것에 너무나 인색하며, 부작용이 발생한 사람들에 대해 지원하는 체계도 전무하고, 관련 예방연구도 거의 없다. 여기에 제약회사와 의사간 리베이트 문제나 의료를 상업적 모델로 인식하는 정부정책 등은 현대 의학을 장사치로 만들어 버린다. 만약 (1)지역별 보건소 중심으로 출산과 육아를 전담하는 주치의와 의료팀이 있다면, (2)그래서 임신과 더불어 산모가 주치의로부터 컨설팅(질병이나 예방)을 받는다면, (3)백신이나 의약품의 부작용을 사전에 인정하고 국가적인 지원시스템이 마련되어있다면, (4)그 지역별 보건소 중심으로 출산과 육아의 SNS을 운영하고, (5)그 전문인력을 국가가 양성하고 지원하다면, 자연주의 육아로의 회기가 존재했을까. 

 

  과학과 경제가 눈부시게 발달하는 오늘날, 인류사에서 유아사망률이 높았던 시대로 회기 하는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는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단순히 개인의 경험에 의해 발생한 불법 의료행위나 아동학대만의 관점으로 귀결되는 것은, 이 과학의 시대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언론(건강프로그램을 가장하여)을 통해 환자에게 공포심을 주어 과잉으로 약이나 치료행위를 하여 잇속을 챙기는 사례들을 근절하는 노력과 출산 및 육아를 과학적으로 돕는 국가적 시스템의 설계와 설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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