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선생의 과학레시피

본문글자크기
기사의 제목, 출처, 작성일 정보 안내
지식의 반감기김정영(선임연구원, 한국원자력의학원)2017-04-12

  자연이나 인공 환경에서 방사성동위원소는 원자핵으로부터 특정 에너지(방사선)를 발산하며 안정한 원소로 변해 간다. 이 때 방사성동위원소의 절반이 모두 안정한 원소로 변한 시점을 반감기라고 한다. 예를 들어, 핵의학 검사에서 종양이나 치매 등의 생물학적 영상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첨단기기인 양전자단층촬영술(PET, Positron Emission Tomography)에 필수적인 방사성의약품 FDG는 F-18(총질량이 18인 불소)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한다. 여기서 F-18 원소는 방사선을 방출하고 안정한 O-18 원소(방사선 방출이 완전 없는 상태)로 변한다. 그리고 F-18 원소량이 절반만큼 O-18 원소로 바뀌는 데 110분 정도가 소요된다. 이때 F-18의 물리적 반감기는 약 110분로 정의된다. 결국 F-18 원소의 활발한 에너지는 110분이 지날 때마다 자연스럽게 절반씩 사라지고 사라져, 나중에는 모두 O-18 원소로 변환되어 버린다. 

 

  이러한 현상은 방사성동위원소의 독특한 성질이기도 하지만, 최근 새뮤얼 아브스만(Samuel Arbesman)는 “The half-life of facts(지식의 반감기, 2014년)”라는 저서에서 과학계량학 연구에 의한 방대한 과학적 지식 또는 사실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쓸모가 없거나 오류로 판명되는 것들을 체계적으로 해설하고, 최초 지식의 양에 비해 절반 정도의 과학적 지식이 쓸모없게 되는 시점을 ‘지식(또는 사실)의 반감기’라고 설명한다.

  

<각 학문별 지식의 반감기, ‘지식의 반감기’ p61>

 

  우리 사회를 돌이켜 보면, 우리가 배우는 과학적 지식은 과학자의 길을 가지 않고서는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정지되어 버린다. 물론 대학을 이공계를 진학했다면 조금 더 연장될 뿐이지, 사실상 이 시점부터 과학지식의 반감기를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다시 과학적 지식을 접할 때는 가정을 꾸려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면, 우리는 진지하게 다시 과학을 접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 그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정도의 간격으로 접한, 교과서의 과학적 지식이 너무나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서 밖에 과학은 훨씬 더 빠르고 많은 양의 지식을 생성되고 소멸된다. 이것은 지구의 빠른 자전(약 465 m/s, 적도기준) 안에서 평온한 지구의 아침과 같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그 모든 과학적 지식이 다 필요한 것은 결코 아니다. 가량 지구의 자전이 매년 0.000017초 정도 느려지고 달과 거리가 매년 4 cm씩 멀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 생활과는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은 분명히 우리 삶을 역동적으로 바꾸고 있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제는 오래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삐삐(무선호출기)가 우리 사회에 등장했을 때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통째로 바꾸는 전조현상이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이 숫자로만 찍히는 무선호출기는 1983년에 서비스를 실시했지만, 본격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된 것은 1994년쯤으로 기억된다. 전화기에 상대방의 무선호출기 번호를 입력하고, 숫자이나 음성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이때 8282(빨리빨리), 1004(천사) 등은 대표적인 우리 사회만 가진 독특한 숫자 메시지로 유명했다. 그러나 무선호출기를 받으면 수신자도 전화기로 연락을 해야 해서, 당시에 공중전화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결국 공중전화를 빨리 하지 않는 이유로 살인까지 일어나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불과 3년 만에, 1997년 2월 시티폰의 등장으로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된다. 시티폰은 공중전화기 옆에 설치된 중계망을 통해 오늘날의 휴대폰과 같이 통화하는 방식이었고, 크기도 작고 휴대하기도 좋았다. 그러나 시티폰은 공중전화 근처 중계망에서 5대 이하만 통화가 가능하고, 시속 4 km/h가 넘으면(사실상 뛰면) 통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당시에 공중전화 근처에 서성거리며 시티폰을 통화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에 PCS(개인휴대통신서비스) 휴대폰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시티폰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본격적으로 개인 휴대폰 시대를 열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휴대폰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대중의 구매 열풍에 맞춰 다양한 휴대폰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휴대폰의 기능이 통화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음성인식, 문자메시지, 게임, 음악감상, 채팅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우리의 삶을 엄청난 속도로(정치까지) 바꾸었다. 이제는 지하철, 버스, 집, 학교, 회사에서, 심지어 화장실에서도 우리는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이때부터 지난 수세기 인류의 통신 중 가장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던 종이편지가 점점 감소되고, 우표의 발행도 급격히 줄었으며, 크리스마스마다 발행하던 크리스마스씰의 판매량도 급감했고, 이제 문자로(채팅으로) 가족의 안부를 전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심지어 물건의 구매방법, 가족의 대화방식, 남녀의 데이트나 이별 방식도 바뀌었고, 친구나 회사의 모임방식도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10년 뒤 2007년 1월 9일에, 스티븐 잡스는 아이폰을 공개한다. 물론 그 전에 스마트폰은 이미 등장하였지만 가장 진보하고 완성도 있는 형태였기에, 전 세계는 ‘아이폰’이라는 촉매에 의해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였다. 

 

  과거 과학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해 하드디스크, 5.25인치 플로피디스크, 3.5인치 플로피디스크, ZIP 드라이브, CD, USB 등이 있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한 클라우드 저장장치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데이터의 손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특히 과학자들은 이제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언제 어디서나 상호 간의 아이디어나 실험토의 등을 손쉽게 진행한다. 그리고 과학자들 간 소설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연구결과나 발표논문을 빠르게 접해볼 수 있다. 그래서 기술의 융합은 목표가 아닌 일상적인 과학의 연구방식이 되어 버렸다. 설령, X-선생이 5.2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가지고 연구를 한다고 할지라도, 이제 데이터를 읽거나 복사를 해 줄 컴퓨터는 주변에 없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는 CD를 읽거나 쓰는 하드웨어조차 없는 컴퓨터들이 너무나 많다. 최근 10년 이내 X-선생이 아는 연구자들 중 CD를 들고 와서 연구자료를 보여 준 과학자는 아무도 없다.

 

  또한 스마트폰은 인터넷과 연결됨으로 해서, 위키피디아 같은 방대한 정보를 너무나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요즈음 X-선생이 대학에서 강의하면, 청강하는 학생들은 강의에서 의심나는 지식에 대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확인한다. 이것은 과거 유교의 영향을 받은 우리 사회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문화적 변동이다. 스승의 지식을 의심하고, 바로 확인한다? 지식전달과 암기만 추구하는 학교에서 학제 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미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지식의 반감기’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우리 교육의 새로운 변혁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외우고 계산하고 풀이하는 지식을 가진 사람을, 우수한 학생으로 분류하는 우리의 교육체계는 안타깝게도 이제 미래의 인재를 발굴할 수가 없다.

 

  이제 과학지식은 특정 계층의 소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될 수 있는 것이고, 힘들게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을 떠난 지 10년이 되던 20년이 되던 언제든 과학적 지식을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 과학계의 행정은 과학기술의 역동성과 다르게 멈추어져 있다. 여전히 대학이나 연구소에서는 경제적 이유로 관련 학술저널지만 볼 수 있게 한다. 최근에 학술지조차 학문들 간에 과학지식을 자연스럽게 크로스오버 하는 것을 인정하는 반면에, 우리 과학행정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다. 

 

  세계적으로 과학논문은 1년(2013년 기준)에 220만여건(2,199,704, Science & Engineering Indicators,  2016년)이 발표되는 데, 우리 과학계는 간편하고 무료의 학술검색에 대한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투자에 매우 인색하고 모든 분야를 지원해 주지 않는다. 결국 우리 과학계는 한쪽을 감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최소한 대학이나 지역의 도서관에서 과학지식의 검색이 무료로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과학의 대중화와 새로운 경제적 성장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과학학술지의 검색은 우선적으로 초등, 중등, 고등학교 현장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가장 일차적인 과학계 현장에서 교사들이 최신 과학지식에 대한 동향을 파악조차 할 수 없는 현실로 어떻게 과학강국으로 가겠는가. 우리 주변을 잠시 돌아보라.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사라지는 직업들을 보라. 과거 과학적 지식의 반감기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달리 매우 짧아지고 있고, 새롭고 다양한 새로운 지식들이 새로운 동위원소의 발견과 같이 양적 증가를 폭발적이다.

 

  요즈음 북한의 핵무기 방어를 위해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종말단계 高고도영역 방어체계)를 가지고 논쟁이 활발하지만, X-선생은, 우리 사회의 미래 먹거리를 담당하는 과학계에 값비싼 사드보다 매우 저렴하고 강력한 과학지식을 관측할 수 있는, 국가적인 과학정보 레이다(과학 전문저널지 서비스의 무료화 및 확충)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은 과거 국가적인 국책사업보다 경제적이며, 우리 사회에 넓게 퍼진 가짜 과학지식을 소거하는 데 유용(사회적 손실 감소)하고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아인슈타인들이 탄생(집단지성의 양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X-선생은 우리 연구소에 과학을 좋아하는 시민들과 함께 방사선의학에 대해 질의응답, 논쟁과 토론을 자연스럽게 할 미래가 기대된다.(2017년 4월 12일)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5.202.214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