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특집
방사선의학의 창
- 2026년 02월호
한국의학물리학회 김금배 회장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과학, ‘의학물리학’
의학과 물리학을 잇는 학술 공동체, 한국의학물리학회 김금배 회장을 만나다
방사선은 현대 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핵심 도구다. 그러나 방사선이 환자에게 정확하고 안전하게 전달되기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과학적 검증과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 역할을 담당하는 학문이 바로 ‘의학물리학’이다. 지난 28년간 방사선치료 의학물리 분야에서 임상과 연구를 이어온 김금배 한국의학물리학회 회장(한국원자력의학원, 책임연구원)은 “의학물리학은 환자의 안전과 치료의 정확성을 떠받치는 기반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제는 학문 발전을 넘어, 사회적 역할과 제도적 기반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김금배 회장을 만나 한국의학물리학회의 정체성과 역할, 의학물리사 제도화의 필요성, 그리고 인공지능(AI)의 시대에 부합하는 의학물리학의 변화와 비전을 들어봤다.
- ▶ 환자 안전을 책임지는 학문, 의학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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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창립된 한국의학물리학회(KSMP)는 방사선을 이용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물리학적 원리를 적용하는 전문가들이 모인 학술단체다. 석·박사급 연구자와 임상 전문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의학과 물리학, 공학을 연결하는 융합 학문을 다루고 있다. 의학물리학회 김금배 회장은 학회의 설립 목적에 대해 “의학물리학의 발전을 통해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하며, “학문적 연구와 기술 개발은 물론, 의학물리사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방사선 진단과 치료의 정밀도를 높여 환자에게 안전하고 정확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학회의 핵심 사명”이라고 부연했다.
학회의 주요 활동은 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매년 춘·추계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 연구 성과와 임상 경험을 공유하고, 의학물리사 인증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방사선치료 기기의 품질관리(QA) 기준과 기술적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세계의학물리학회(IOMP), 아시아-오세아니아 의학물리학회(AFOMP) 등과 협력해 국제 교류를 지속해 왔다. 특히 2019년 의료입자방사선연구회(MPBRG)를 중심으로 PTCOG-AO 창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입자방사선치료 분야에서도 국제 협력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특히 학회는 의학물리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학회 산하에 10여 개 연구회를 두고 정책자문부터 표준화 연구, 선행 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 연구회는 의료방사선신기술, 전산모사, 입자방사선, 품질보증, 선량 표준화, 의료빅데이터·AI, FLASH, BNCT 등 관심 분야별로 연구 주제가 세분화돼 있다. 김 회장은 “연구회 활동은 회원들에게 전문성을 확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학회가 학문·임상·기술 생태계를 함께 넓혀가는 동력”이라고 강조한다.
- ▶ 국제 무대에서의 ‘학술 리더십’을 증명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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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연구 기반 위에서 학회는 이제 국제 무대에서의 학술 리더십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국제 학술대회는 단순한 행사 개최를 넘어, 한국 의학물리학의 연구 수준과 임상 역량을 국제적으로 검증받는 자리다. 동시에 향후 10년간 학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전략적 계기가 된다”라고 말하는 김금배 회장은 임기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국제 학술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꼽는다. 특히 김 회장은 2026년 9월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오세아니아 의학물리학술대회(AOCMP 2026)’와 2027년 9월 제주에서 개최될 ‘한일의학물리학회(KJMP)’를 통해 글로벌 리더십을 확립할 예정이다.
AOCMP 2026은 아시아·오세아니아 권역 연구자와 임상 전문가들이 대규모로 참여하는 국제 학술무대다. 김 회장은 이를 통해 방사선치료 품질관리와 안전 기준의 국제적 정합성을 강화하고, 국내 임상 환경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또 한일의학물리학회(KJMP) 역시 더 실질적인 임상 교류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일본이 축적해 온 방사선치료 임상 프로토콜과 품질관리 경험, 그리고 한국의 빠르게 성장하는 연구·임상 역량을 연계해 상호 보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제 학술대회를 산학 협력과 기술 교류의 장으로 발전시키겠다”라는 김 회장은 “젊은 연구자와 임상 의학물리학자들이 국제 무대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토론할 기회를 넓힐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 직업군 등재는 출발점, 이제는 ‘제도화’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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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물리사는 방사선종양학과의 팀 의료에서 방사선종양학 전문의, 간호사, 방사선사와 함께 방사선치료의 정확성과 안전성을 책임지는 핵심 인력이다. 장비 인수검사부터 치료기 사용 준비, 치료계획 수립과 자문, 선량 측정, 주기적 품질관리, 환자 맞춤 정도관리까지 치료 전 과정이 의학물리사의 전문 영역과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학물리학회는 오랜 기간 ‘의학물리사 제도화’에 힘써 왔다. 학회는 1990년대 후반부터 법제화를 추진해 왔고, 그 결과 2025년 ‘의학물리사’가 한국직업사전에 신규 직업군으로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직업군 등재는 출발점일 뿐”이라고 말하는 김금배 회장은 “의학물리사의 역할이 안정적으로 수행되지 않으면 치료의 정확성과 안전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며, 이는 결국 의료에 대한 신뢰와도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직 제도적 기반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의료현장에서 의학물리사의 직제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아 그들의 직업군은 교수직, 의학물리학직, 연구직, 일반직, 의료기사직, 의공기사직 등의 다양한 직업군으로 소속되어 의학물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역할과 책임, 보상 체계가 일관되게 정립되기 어렵다. 김 회장은 이를 “직군 정체성이 분절된 구조”라고 진단한다. 이와 함께 “역할이 제도적으로 확립돼야 의료기관도 인력 배치와 업무 기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젊은 인재들도 장기적인 교육·취업·경력 경로를 전망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특히 김 회장은 제도화의 필요성을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관리, 전문인력의 지속 가능한 공급, 근무 환경과 보상 체계의 합리화라는 세 측면에서 설명한다. 특히 방사선치료 품질관리는 업무 특성상 야간이나 주말 근무가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와 업무 부담을 줄일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 의학물리의 다음 표준을 만드는 AI·빅데이터·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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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학물리학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기술의 도입이다. 김 회장은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은 방사선 치료 계획 수립, 품질관리, 선량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한다. AI는 치료계획의 최적화와 오류 감소, 업무 효율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치료 정확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실제 임상 현장에 안전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의학물리학적 검증과 표준화가 필수적이다.
이에 학회는 의료빅데이터인공지능연구회를 비롯한 산하 연구회를 중심으로 혁신 기술의 임상 적용 방안을 연구하고, 정책 및 표준 제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의학연구소 운영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R&D 사업에도 참여하며, 디지털 시대에 의학물리학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 입자방사선치료 시대, 인재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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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자방사선치료(양성자, 중입자, 중성자 등)의 확산도 중요한 변화다. 김 회장은 “첨단 방사선치료 장비 도입이 확대되면서, 이를 안전하고 정확하게 운영할 박사급 의학물리 인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라고 말한다. 학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립암센터,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연세의료원 등과 연계한 임상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의학물리전문인 자격인증위원회(KMPCB)를 중심으로 방사선치료뿐 아니라 영상의학, 핵의학, 감마나이프, 보건물리 등 분야별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의학물리사는 진단과 치료 전 과정에서 물리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안전과 정밀도를 관리하는 전문가”라며 “표준 교육과 인증은 전문성의 공통 기반이자 사회적 신뢰의 담보”라고 강조했다.

- ▶ 의학물리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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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학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국원자력의학원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KOLAS 국제공인교정기관, IAEA DAN, IAEA/WHO SSDL 사업과 연계한 활동은 ‘선량 측정과 표준·교정’이라는 의학물리의 핵심 기반과 맞닿아 있다. 또한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핵의학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방사선치료학회, 대한방사선방어학회, 한국원자력학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학제 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의학물리학이 의료계의 핵심 파트너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미래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반영한 의학물리 생태계를 구축해, 향후 10년을 대비하는 기술적 초석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학회원들에게 “FLASH, BNCT, 의료빅데이터·AI 등 연구회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기술을 개발해 나간다면, 의학물리 분야는 더 안정적인 전문 직업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금배 회장은 마지막으로 정부와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보건복지부 등과 긴밀히 소통해 의료방사선 안전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미래 기술 도입과 의료기술 혁신을 위한 R&D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의학물리학은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과학입니다. 학회는 의학물리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며, 그 과정에 학회원과 관계 기관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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