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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광협 원장
보건의료의 미래를 생각하는 공공연구기관 ‘NECA’
과학적 근거 기반으로 ‘보건의료 정책’ 지원과 ‘보건의료 가치’ 실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광협 원장
    보건의료의 미래를 생각하는 공공연구기관 ‘NECA’
    과학적 근거 기반으로 ‘보건의료 정책’ 지원과 ‘보건의료 가치’ 실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한정된 의료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보건의료 정책결정자와 의료인,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번호에서는 ‘과학적 근거 제시를 통한 보건의료 가치 실현’을 미션으로 정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보건의료 평가 전문 연구기관’이라는 비전을 달성해 나가고 있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한광협 원장을 만나 보건의료연구원의 주요 사업과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 NECA, 정부·의료계·국민과의 가교역할 수행

한광협 원장

  2008년 ‘보건의료 기술 개발 및 보급’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이하 보건의료연구원)은 보건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고 경제성을 분석하여 관련 정책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의 가장 큰 역할은 의료기술과 관련된 평가 연구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연구’, ‘신의료기술평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 등을 주요 사업으로 펴고 있다.

  이중 ‘보건의료연구사업’은 보건의료기술에 대한 국가적인 근거를 개발하기 위한 사업으로 의료기술재평가사업, 정책연구사업, 임상근거연구사업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미 인정된 의료기술이지만 시대 변화 속에서 해당 기술이 현재에도 유효한지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고, 적합성 평가에 따라 더 효과적이고 검증된 새로운 기술의 이용을 확대해야 의료환경은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한광협 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임상적 유효성이 낮아진 과거의 의료기술에 대한 국가 보장성을 줄이고, 임상적 유효성과 비용효과성 등이 높은 의료기술의 국가 보장성은 확대하는 지원정책 방향 수립을 돕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정된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더불어 보장성 강화 차원에서 신의료기술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안하는 것 역시 보건의료연구사업의 주요 역할이다.

  보건의료연구원이 진행하고 있는 ‘신의료기술평가사업’은 국내에 도입되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국민에게 사용될 때, 그 기술이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의(과)학 문헌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사업이다. “국립 보건원이 독성검사, 바이러스의 유전형 검사 등과 같은 실험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이라면, 우리 연구원은 의료기술의 문헌고찰을 통한 연구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소개하는 한 원장은 “새롭게 출현한 의료기술이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이용될 수 있는지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해 검증해 주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 환자 중심형 의학 실현의 통로가 되다!

  보건의료 가치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의료비용 절감, 그리고 환자의 안전성 등 여러 부분이 고려되어야 하므로 한가지 효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의 로봇수술이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 수술 대비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지만, 수술 부위의 흉터도 적고 회복도 빠를 뿐만 아니라 발기신경을 걷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이용자들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로봇수술과 같은 의료서비스는 환자의 상황과 연령대, 처한 환경에 따라 다른 가치로 작용하기 때문에 그 고민은 이용자의 몫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보건의료는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 판단이 중요한데, 의료선진국으로 갈수록 국가에서 개인의 가치를 일일이 판단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보건의료연구원은 ‘가치’와 ‘근거’에 기반한 평가연구를 핵심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는 보건의료 행위는 물론이고 미래 의료기술까지도 어떠한 가치가 있는지 면밀히 평가하고, 가치 유무에 대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한광협 원장은 “우리 연구원 연구자들은 이러한 근거를 찾아내서 분석하는 역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부연했다.

  이의 일환으로 보건의료연구원이 펴고 있는 주요 사업이 바로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이다. 이 사업은 인허가 또는 신의료기술 평가 이후 보건의료 현장에서 통용되는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행위 및 의료서비스, 전달체계 등 다양한 의료기술의 효과성, 안전성,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근거를 생산하는 국가 지원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공익적 임상연구)를 말한다. 사업의 목적은 환자·국민의 보건의료 분야 미충족 요구 및 보건의료 현장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지원하는 근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다.

▶ 우리의 핵심 가치는 흔들려선 안 된다.

한광협 원장

  복지부 산하의 여러 기관 중에서도 보건의료연구원은 규모가 작은 기관에 속하지만, 보건의료의 가치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평가해 준다는 측면에서 국가 보건의료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평가와 규제 사이에서 무엇이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있어서 올바른 보건의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맞는 적절하고 실효성 있는 평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는 말처럼, 우리 연구원의 평가 업무는 보건의료에 있어서 올바른 가치를 판단케 하는 소금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한광협 원장은 “이러한 우리의 핵심 가치는 바꿀 수도 없고, 어떠한 외부적 변화에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로 설립 13년 차를 맞는 보건의료연구원은 수많은 보건의료기술의 가치를 평가해 왔다. 보건의료연구원의 평가 기준은 체계적인 문헌 고찰’로, 근거를 뒷받침할 만한 논문을 찾지 못한다면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수 없다. 또 근거가 있더라도 연구 방법이 조악하거나 증례가 충분하지 않다면, 논문의 객관성이 약하기 때문에 근거자료로 사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에서 신의료기술평가에서 탈락한 신청자 중에는 심사·평가 결과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홍보마케팅을 펴온 기업들이나, 우리 기관이 마치 바이오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것처럼 억울함을 토로하는 기업들과 마주할 때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회상하는 한광협 원장은 “제도의 한계성으로 인해 억울한 부분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보건의료의 가치를 평가한다’는 우리의 핵심 가치가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상담을 통해 근거를 면밀히 확인하고 추가 검토하는 과정을 거쳐 정확한 평가가 내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건의료연구원의 연구 결과가 보건의료 정책결정자에게 판단 근거로 제공되고, 진료 현장에서 환자치료법에 대한 의사결정을 지원하며 국민에게는 질환별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한 원장은 평가 기준 안에서 정확한 근거만을 토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국민의 건강한 삶과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을 위해서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로 디지털, 인공지능(AI), 로봇 등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들을 활용한 신의료기술평가를 신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문헌 부족으로 근거를 확보할 수 없어 신의료기술평가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에 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혁신의료기술평가’라는 별도 트랙을 만들어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있다. ‘혁신의료기술’은 안전성은 인정됐지만, 유효성에 관한 근거가 부족한 기술 중에서 잠재성이 인정된 의료기술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는 사용기간, 목적, 대상 및 시술, 검사 방법 등에 대한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임상에서 사용 가능한 기술을 의미한다.

  혁신의료기술로 인정이 되면 문헌이 없어도 먼저 시장에 진입한 후 근거를 쌓은 뒤 다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광협 원장은 “기술의 잠재적 가치를 판단하여 혁신성을 인정받은 의료기술은 시장에 선진입해 3년에서 5년까지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시장성을 확보하여 유효성의 근거를 쌓아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보건의료연구원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 맞춰 바이오산업 성장과 관련된 규제혁신과 평가 기간 단축 등의 요청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한광협 원장은 “평가 기간을 단축하게 되면 안전성 검사에 미흡할 수밖에 없으므로 ‘안전성’ 확보와 ‘규제혁신’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새로운 기술이 의료시장에 빠르게 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빠른 승인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의료현장에서 줄 수 있는 부담, 안전성 문제 등을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의료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제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하고 소비자 생각을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처럼, 보건의료연구원 역시 국민이 궁금해하고 관심이 있어 하는 부분들을 선행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보건의료연구원에서는 ‘의료기술평가 국민참여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은 오래전부터 질병에 따른 환자단체들이 해당 환자의 권익 보호와 치료 효과 개선을 위한 질병 연구 의뢰 등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는 한광협 원장은 “국내에서는 아직 이 단계까지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환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며, “이들 활동가를 국민참여단으로 참여시켜 보건의료의 가치를 실현하고, 그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국민참여단의 활동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광협 원장

▶ 원자력의학원 등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한국원자력의학원은 2014년, 정보·자료 및 연구개발물의 교류, 연구용역 등에 상호 협력 및 지원하기 위해 ‘업무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광협 원장은 방사선 치료 영역에 중입자 치료가 새로이 추가되면서 중입자 치료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를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원자력의학원과 협력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원장은 “우리는 의료기술평가 전문 연구기관으로 내부 직원들이 검토하고 자문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 일 수 있으므로 중입자 치료 분야에서 신의료기술을 평가하려면 전체적인 윤곽을 알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보건의료연구원은 평가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각 분야 의료전문가를 자문그룹으로 구성하여, 신의료기술 평가 시 자문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원장은 원자력의학원에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유관기관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NC과제(협력연구과제)의 참여도 제안했다.

  끝으로 한광협 원장은 앞으로의 추진 과제에 대해 “우리가 국가의 보건의료 체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며, 그 결과 고령화와 노인건강 문제가 중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고 한다. 남은 임기 동안 노인의 건강수명을 올릴 수 있는 연구에 집중하고 싶다는 한광협 원장은 “이 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면 노인들은 잦은 병원 이용을 줄이고 가족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며, 국가는 초고령화 사회에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는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가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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