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의학의 창

본문글자크기
  • 대한핵의학회 민정준 회장- 민정준 회장, “핵의학 발전 이끄는 헤드쿼터 맡겠다”
- 60주년 맞은 대한핵의학회, 핵의학 발전 위해 ‘통합 조정’ 역할 수행
- 연구자로서는 효율적이고 정립된 항암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싶어

    대한핵의학회 민정준 회장- 민정준 회장, “핵의학 발전 이끄는 헤드쿼터 맡겠다”
    - 60주년 맞은 대한핵의학회, 핵의학 발전 위해 ‘통합 조정’ 역할 수행
    - 연구자로서는 효율적이고 정립된 항암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싶어

  1961년 창립한 대한핵의학회는 올해로 60주년을 맞는 전문의학회이다. 사람의 나이로 따지면 회갑(回甲)을 맞은 대한핵의학회. 육십갑자의 ‘갑’ 이 되돌아온다는 뜻을 가진 것처럼, 한 라이프사이클이 지나고 새로운 라이프사이클을 맞은 대한핵의학회도 새로운 시대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호에는 지난 60년간 한국 핵의학 발전을 주도하며 대외적인 위상을 높여온 대한핵의학회가 준비하고 있는 미래와 새로운 미션에 대해 민정준 회장으로부터 들어보았다.

▶ 세계 최고수준의 핵의학 기술 보유국, 그 역사의 시작! 대한핵의학회

민정준 회장

  대한핵의학회는 지난 60년 간 안으로는 핵의학이 독립적인 의료분야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기여해 왔으며, 밖으로는 우리나라 핵의학의 위상강화와 세계핵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에 노력해 왔다. “창립 당시만 해도 대한핵의학회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하는 민정준 회장은 “1980년대에 진료과로서 규모나 인력구성을 갖추게 된 핵의학은 ’95년 전문의 제도가 처음 생기면서부터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부연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대한핵의학회도 전문의학회로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핵의학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90년대 부터 미국핵의학회에 핵의학 연구관련 논문을 제출하기 시작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독일, 일본 함께 세계 4강 의 논문 발표국으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핵의학분야 연구 활동이 적극적이고 폭넓게 진행되었다”는 민정준 회장은 “현재까지도 논문 발표 편수로 글로벌 선두그룹에 랭크되면서 20여년 넘게 연구력과 국제 활동력을 지속시켜오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 ‘올해의 국가 (Highlight Country)’로 선정된 한국 핵의학의 저력

  대한핵의학회는 6월 11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미국핵의학분자영상학회 연례학회(SNMMI Annual Meeting 2021)에서 우리나라가 ‘올해의 국가(Highlight Country)’로 선정되었다고 밝혔다. 미국핵의학회는 세계 핵의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학술단체로, 학회 규모 및 학술활동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대의 핵의학 리더 학회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독일, 중국, 캐나다, 프랑스와 함께 ‘올해의 국가’에 선정된 국가로, 세계 핵의학 발전을 이끄는 리더 국가라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또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비대면으로 개최된 미국핵의학분자영상학회 연례학회에서 우리나라는 이례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점이다. 민정준 회장은 “학술대회의 개막 플레너리 세션(Plenary Session)에 초대 받은 대한핵의학회는 우리나라 핵의학 수준과 학회활동에 대해 대대적으로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며 “특히 온라인에 마련된 전시부스를 통해서는 한국과 국내 핵의학 임상진료 역량 및 중요성을 세계무대에 다각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새로운 60년을 이끌 세 가지 포인트, ‘진료역량 강화·기술 국산화·대국민 홍보’

민정준 회장

  60주년을 맞는 대한핵의학회에게 2021년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60년을 향해 약진하기 위해, 새로운 미션을 정하고 나아가야 할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었다. 이를 위해 학회는 로고도 바꾸고, ‘See the Invisible, Cure the Impossible (보이지 않는 병을 찾아내고, 불가능한 것을 치료하자)’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 특히 학회는 대약진을 이끌 동력으로 ‘진료역량 강화’와 ‘기술 국산화’, ‘대국민 홍보’라는 이행계획도 수립했다.

  기초연구부터 시작해서 급변하는 진료환경에 대응해 역량을 강화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민정준 회장은 “글로벌 수준의 진료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해외 선진국에서 검증된 기술들을 국내에서도 보다 용이하게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불필요하거나 이중·삼중으로 정해진 어려운 규제들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용할 수 있는 치료기술 및 의약품, 기기 등을 최대한 핵의학 진료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하는 것이 단시간 내에 진료약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민 회장의 견해다. 이와 함께 민 회장은 국산화는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진료역량 강화방안이라고 강조한다. “연구자들에 의해 개발된 기술이 실용화를 위해 기업에게 이전되고, 기업은 국내 기술이 상용화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민정준 회장은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학회의 역량이 기초연구에서 중개연구로 영역을 넓혀가고, 기업으로 이전된 기술들이 완성도를 높여 다시 임상연구에 활용되면서 치료효과나 효능을 입증할 수 있도록 학회가 ‘헤드쿼터’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민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기술완성도가 높음에도 국내에서 상용되지 않는 기술들이 핵의학 임상분야에서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규제 개선에 앞장서 왔다. “데드 스페이스에서 사장될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 및 핵의학 진료기술들이 환자 치료에 이용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정리하는 일을 지난 7~8개월 간 집중해 왔다”는 민 회장은 “앞으로도 이러한 부분들을 개선해서 새로운 의약품들이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핵의학이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하도록 핵의학의 진료역량을 강화시키고,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더불어 핵의학 기술들이 국산화될 수 있도록 연구 활동과 제도개선 활동을 지원해 주는 것이 우리 학회의 역할”이라고 소개하는 민정준 회장은 “이와 함께 국민들에게 핵의학에 대한 중요성과 필요성, 안전성을 다각적으로 알리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도 전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이행전략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 실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핵의학회는 다학제·다기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학술단체중 하나로, 회원들의 공동연구뿐만 아니라 학회 내에서도 특별한 주제를 두고 다기관이 다학제 연구를 할 수 있게 하는 ‘임상시험네트워크’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 대형병원, 대학은 물론이고 한국원자력의학원과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다기관·다학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민정준 회장은 “특히 원자력의학원은 타 기관에 비해 외부연구자들이 인프라를 사용하는데 용이하게 돼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과거부터 원자력의학원의 인프라를 이용해 다양한 소동물 실험과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는 대한핵의학회는 최근에는 원자력의학원 국가RI신약센터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부연한다. 또 민 회장은 “앞으로 우리 학회 회원들과 핵의학분야 연구자들이 연구하는 신약 후보물질들이 국가RI신약센터에서 독성시험부터 임상시험까지 원스톱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의학원과 관련기관의 많은 협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분자영상 테라노틱스 연구의 선구자 ‘민정준 회장’

  한편 제25대 대한핵의학회 회장으로 학회를 이끌고 있는 민정준 회장은 전남의대와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핵의학과 교수이자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인 ㈜씨앤큐어의 창업대표이사이다. 뿐만 아니라 분자영상⦁테라노스틱스 권위자로, 지난 20여 년 간 동 분야의 학술연구 촉진과 국내 기술발전에도 기여해 왔다. 민 회장은 분자영상이라는 학문분야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인 2001년부터 2004년까지 UCLA와 스탠포드 대학에서 유학을 했었다고 한다. “새로운 학문분야가 만들어지는 광경을 보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하는 민정준 회장은 “미국에서 분자영상을 알게 되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우연히 세균 실험과정에서, 분자영상 기법을 이용해 세균이 암을 잘 쫓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분자영상기법이 없었으면 이러한 결과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하는 민 회장은 세균에 광유전자를 표지해 암 세포가 이식된 쥐에 조사해, 세균들이 암세포로 몰려들어 번식을 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나아가야 할 연구방향을 정했다고 한다.

  세균 자체가 암을 치료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단백질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민 회장은 2004년부터 자연스럽게 테라노스틱스 분자영상 분야로 연구를 확대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17년간 해당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2019년 8월에는 개발 기술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기술창업으로 진단 및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기업인 ㈜씨앤큐어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전남대학교로부터 기술이전 받은 감염병소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1상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악성흑색종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과 박테리아 항암치료제에 대한 독성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민정준 회장

▶ 진짜 연구자의 길을 걷고 싶다

  깊이 있는 연구에 집중하다보면 의도하지 않은 새로운 분야로 전개된 경우가 있다. 민정준 회장 역시 세포연구 과정에서 분자영상 테라노틱스를 알게 되었고, 현재 가장 큰 관심사는 ‘면역학 연구’라고 한다. 특히 박테리아 항암치료제가 강력한 면역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실험과정에서 계속 나오고, 최근 10여 년 간 암 면역치료가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연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핵의학계의 면역학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학회장으로서 학회 발전에 기여하고 학자로, 또 연구자로도 맡은바 소임을 다해야겠지만 특히나 참된 연구자로서의 삶에 충실하고 싶다”고 말하는 민정준 회장은 “박테리아를 이용한 항암치료 과정에서 매우 재미있는 면역반응들이 일어나는데, 연구자로서 이러한 현상을 규명하고 면역치료제의 이론과 실제를 정립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하며 “제가 연구하고 개발한 기술들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특정 적응증을 완화하거나 치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연구자의 삶에서 보람된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민정준 회장은 ‘내 인생에 영향을 미친 3인의 스승’으로 철부지 레지던트에게 연구에 대한 열망과 꿈을 갖게 해 준 ‘전남대 범희승 교수’와, 연구계획 수립부터 논문 작성방법까지 연구의 전주기를 트레이닝 시켜준 ‘서울대 정준기 명예교수’, 그리고 세계 수준의 시야와 배짱을 갖게 해주고 연구자들의 관계의 중요성을 깨우쳐 준 ‘고(故) 샘 갬비어(Sam Gambhir)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 덧글달기
    덧글달기
       IP : 3.129.13.201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