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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안혜연 소장 -여성의 가치를 키우고 과학기술의 미래를 여는 WISET
여성과학기술인을 더 큰 세상으로 이어주는 ‘W-Bridge’ 만들어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안혜연 소장 -여성의 가치를 키우고 과학기술의 미래를 여는 WISET
    여성과학기술인을 더 큰 세상으로 이어주는 ‘W-Bridge’ 만들어

   “70대의 양성평등과 2~30대의 양성평등 수준은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옛날 사고방식’으로 양성평등을 주장할 때가 많다. 이러한 착오는 젊은 남성들에게 ‘여성에게 플러스 혜택이 돌아간다’는 오해를 불러오고 또 다른 젠더갈등을 부축일 수 있다”고 말하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안혜연 소장은 “업무환경이나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여성’이 아닌 ‘사람’을 위한 업무환경 개선’과 ‘부족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에서는 WISET 안혜연 소장을 만나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여성’이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 여성과학기술인 종합지원 공공기관 ‘WISET’

안혜연 소장

  ’02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과 ’04년 제1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WISET(Women in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 지원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전문기관의 필요성을 키웠고, 4W사업(WIST, WISE, WIE, WATCH21)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이하 WISET)’가 ’11년 출범하게 되었다. 이후 ’13년에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WISET은 ’17년에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종합적인 여성과학기술인 지원기관’으로써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WISET은 여성과학기술인이 사회에서 요구하는 융합형인재교육(STEAM) 역량을 키우도록 교육하고, 산·학·연 각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환경을 마련해 주고 있다. “WISET은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는 석·박사 출신의 여성인력이 국가적으로도 인재손실의 원인이 됨에 따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되었다”는 안혜연 소장은 “공공기관으로 승격되면서 경력단절여성에 대한 지원을 넘어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을 모토로, 여성 과학기술인의 생애주기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 확대진행하게 되었다”고 소개한다.

▶ 왜 여성과학기술인이 필요할까?

  우리나라의 이공계열 여학생 비율은 과거 대비 4~50%까지 높아졌으나, 아직까지도 어렵게 공부한 전공분야로의 취업이 쉽게 연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디지털 전환 등의 시대적 이슈로 ‘핫’해지고 있는 전기전자 IT, 소프트웨어 등 공학 분야의 여성인력은 10%대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기전자, I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공학 분야는 여성이 아닌 ‘젊은 과학기술인’ 확보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여성이 과학기술분야로 가야 하는 이유는 ‘성비불균형’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이공계 및 과학기술분야에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안혜연 소장은 “인재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좋은 인력을 과학기술계로 보내야 한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전문가로 양성해,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것이 WISET의 궁극적인 지원방향”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취업자 수를 살펴보면 여성취업자 수가 남성취업자 대비 크게 감소했는데,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노동 수요가 축소된 산업에서 여성과 남성의 종사자 비중이 달랐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고용 충격이 컸던 상위 3개 업종인 교육, 숙박·요식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의 여성 고용 비율이 남성에 비해 월등히 높았기 때문에 여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안혜연 소장은 “전문 직업군에서의 실업률은 매우 적었으며, 이 수치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며 “다만, 경력단절 여성의 사회진출 기회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 소장이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지원시스템 확보에 집중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성들의 과학기술계 진출을 확산시키고 경력유지와 지속성장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취업지원뿐만 아니라 초·중·고 단계에서부터 교육을 통해 여학생들이 과학적 사고를 갖고,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과학기술계 진로 탐색에 대한 동기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단계별 맞춤 지원 프로그램 통해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 지원

안혜연 소장

  안혜연 소장은 취임 직후부터 ‘좋은 인력을 과학기술계로 보내야 한다!’는 모토를 만들고,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지원시스템을 통해 여성들의 과학기술분야로의 진입·성장을 촉진하는 단계별(진학·진로기-경력초기-경력유지·성장기)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WISET의 여성과학기술인 생애주기 지원시스템은 크게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와 유연성을 확보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교육’과, 수요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경력성장 단계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여 ‘과학기술분야 핵심인재’와 ‘리더’를 육성·지원하는 ‘취업지원’, ‘리더양성’으로 나눠진다.

  특히 WISET은 생애주기 지원을 통해 임신·출산·육아·가족구성원 돌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학기술인과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을 매칭하여, 경력단절 여성과학기술인이 R&D 분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리랜서 양성 프로그램’은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로 출퇴근을 어려워하는 여성과학기술인들에게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온·오프라인교육 일정, 찾아가는 맞춤형 교육정보에서부터 일자리지원사업 및 채용정보, 취업탐색멘토링 및 네트워킹 정보, 커리어컨설팅 및 역량진단에 이르기까지 WISET의 다양한 지원사업 및 프로그램은 최근 오픈한 여성과학기술인 성장지원 플랫폼인 W-Bridge(W-브릿지)에서 한 눈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관에서 일자리 중개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W-브릿지 플랫폼(www.wbridge.or.kr)을 오픈하게 되었다”는 안혜연 소장은 우리 기관의 정체성과 지원사업을 집약시켜 놓은 W-브릿지 플랫폼은 생애주기에 맞춰 여성과학기술인들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 인큐베이터“라고 설명한다.

▶ 여성과학기술인의 ‘위상 제고와 가치 창출’ 문화 조성

  안혜연 소장이 취임 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 중 하나가 ‘여성과학기술인의 위상 제고’와 ‘가치 창출’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한 것이었다. “많은 여성과학기술인들이 맡은바 영역에서 성공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하는 안 소장은 “여학생들에게 과학적 사고를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성과학기술인들이 얼마나 멋진 삶을 살고 있는지를 어릴 때부터 알려줘 진취적인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WISET는 여성과학기술인의 성공스토리를 발굴하고, SNS 채널 등을 통해 ‘쉬 디드 잇(She did it)’이라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특히 민간·공공 연구소에서 일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건설사, 제약사, 통신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하는 여성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돼, 여성과학기술인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공감도 이끌어내고 있다.

  “여성 스스로가 보호받는 대상에서 탈피하고, 불편해 하는 시선을 이겨낼 때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안혜연 소장은 “사회적으로 여성과학기술인의 성장·발전을 저해하는 제도가 많기도 하지만, 여성 스스로가 ‘나는 여자라서’라는 틀에 자신을 옭아매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이러한 굴레를 벗어야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으며,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WISET이 여성과학자들의 성공스토리를 발굴하고 멘토링을 활성화시키는 이유도, 여성들이 갇혀진 틀에서 나오게 하기 위함이라고 안 소장은 덧붙였다.

  물론, 여성스스로가 벽을 깨고 나온다 해도 한국사회에서 ‘여성 과학자’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 과학기술계 여성인력은 20%에 불과하며, 공학 분야는 10%로도 채 안 된다. 여자가 기계를 만들거나 관심을 두는 것을 ‘특이하다’고 규정하는 사회적 편견이 만든 현실이다. 특히 원자력, 방사선의료, 핵의학 등은 사회적인 편견과 오해로 인해, 여성과학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 중 하나다.

  “원자력이나 방사선이 여성에게 더 유해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사람에게 안전한가?’에 대한 우려를 가져야지 여성에게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잣대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말하는 안혜연 소장은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무방비하게 관리하고 활용하는 일부 분야 때문에 만들어진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철저한 관리를 통해 안전한 업무환경, 미래가치가 큰 직업, 전문영역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여성과학기술인의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WISET의 발전방향은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정책 연구기관’

  2019년 WISET의 3대 소장으로 취임한 안혜연 소장은 이제 1년 남짓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올해는 지난 2년간 기획, 개발, 추진해 온 다양한 사업들을 안정화 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이라는 안혜연 소장은 이와 함께 WISET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정책 연구기관으로 발전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이미 많은 정책연구기관들이 있지만, 포괄적인 정책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실제 여성과학인 육성을 위한 전문정책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안혜연 소장은 “우리 기관은 지난 10여 년간 여성과학기술인 지원사업 결과를 리얼 데이터로 가지고 있고, 이에 대한 분석데이터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기관보다 전문적인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WISET은 정책연구 진행 방향성을 세팅하고, ‘정책연구회’를 만들어 정책이슈 개발과 사업 운영에 대한 역할을 정립하고 있다.

  한편, 안혜연 소장은 기관장으로써의 역할뿐만 아니라 IT보안 분야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축적한 경험과 ‘여성과학자의 삶’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소개했다. “보다 많은 여성과학자들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안 소장은 “특히 2~30대 젊은 여성들이 시니어 세대의 경험을 알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젊은 여성과학자들이 겪을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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