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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신동오 박사 - 안전한 방사선치료의 길을 걸어 온 ‘37년의 경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의학물리학자 신동오 박사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신동오 박사 - 안전한 방사선치료의 길을 걸어 온 ‘37년의 경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의학물리학자 신동오 박사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여기 30년이 넘는 시간을 자신의 위치에서 환자의 안전과 진료효과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 온 전문가가 있다. 국내 4호 의학물리학자인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신동오 박사는 지난 2월 26일, 37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의 임상경험을 후배, 제자들과 나눠 의학물리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신동오 박사. 이번 호에서는 신동오 박사의 ‘37년 의학물리학자 인생’을 함께 회고하고, 의학물리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서도 되짚어 보고자 한다.

▶ 의학물리학자의 길을 걷다

신동오 박사

  여전히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암’을 정복하는 치료법의 하나인 방사선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첨단 치료법 및 의료장비가 지속적으로 개발·도입되고 있다. 특히, 근래 들어서는 IT융합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진단 및 치료용 방사선의료기기는 더욱 복잡·정밀해지고 있다. 이러한 의료기기들을 보다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문가가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하는 직업군이 바로 ‘의학물리학자(medical physicist)이다.

  의학물리학이란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물리학의 원리와 기술, 의료공학을 방사선종양학 및 핵의학, 영상의학 등 의과학 분야에 응용하는 최첨단 융합 학문이다. 이들 방사선의학 분야는 의학물리학이란 토대 위에서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방사선종양학과에 근무하는 ‘의학물리사’라고도 불리는 의학물리학자는 방사선종양학전문의에게 임상에 대한 자문을 제공하며, 첨단 방사선발생장비의 인수검사 및 사용준비, 치료계획, 성능검사를 비롯해 장비의 주기적인 품질관리, 방사선안전관리 등을 담당한다. 특히, 의학물리학자는 환자 치료의 정확도와 안전성, 객관성을 보장하고 최종적으로는 치명적인 의료사고로 부터 환자 및 병원 인력을 보호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한다.

  “1970년대, 80년대에 전자공학을 전공한 사람은 컴퓨터나 전자·정보통신,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신동오 박사.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산업체 근무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신 박사가 ‘의학물리’라는 학문을 처음 접한 것은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경희의료원에 방문했을 때였다. 

  “제가 졸업할 당시만 해도 의학물리라는 용어는 매우 생소했고, 관련 직업군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하는 신동오 박사는 1984년 3월 1일부터 경희의료원 방사선종양학과의 의학물리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임상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이후 신 박사는 실무경험과 일본 연수를 통해 임상에서 의학물리학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신동오 박사는 한국의학물리학회 회원 중 4번째로 ‘의학물리학자’의 길에 들어선 인물이다. 

  37년간 ‘의료기기 안전관리 관련 연구, 교육 및 기술 개발’과 ‘의료기기 정책 수립 및 제도 개선’ 그리고 ‘국내 의료기기 산업 발전 및 경쟁력 제고’에 기여해 온 신동오 박사는 과학기술부의 원자력중장기연구개발사업의 사전 연구 기획에 기획위원으로 3번씩이나 참여하였으며, ‘방사선 표준선량체계 및 정도관리 기반기술 개발’이란 기반기술 관련 연구과제 책임자로 연구 과제를 수행한 바 있다. 또한, 식품의약품안전청 용역연구과제 및 원자력안전재단의 방사선안전 및 규제기술개발 관련 연구과제 책임자 및 공동연구원으로 다수 수행 및 참여하는 등 안전한 방사선치료의 길을 열어왔다. 이러한 연구 활동으로 신 박사는 2001년 우수논문 전시상(대한방사선종양학회), 2012년 공로상(한국의학물리학회), 2018년 의학물리학자상(한국의학물리학회) 등을 수상하며 공로를 인정받기도 했다.

▶ “제 인생의 롤모델은 ‘후배와 제자’입니다!”

  국내 의학물리학 역사는 반세기에 불과하다. 50여 년 전 선형가속기를 도입한 국내 대학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서 물리학 전문지식을 갖춘 박사를 초빙하고, 이 전문가가 해외 병원에서 임상 연수 교육을 받은 후 국내 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의학물리학자라는 직업군도 생겨났다. 국내 의학물리학자 중에는 의학물리학 및 물리학 관련 분야를 전공자들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으며, 의학물리학자 대부분은 방사선치료 분야에 집중돼 있다.

  “1980년대 초중반만 해도 방사선치료기기나 치료기술이 해외 선진국에 비해 발전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하는 신동오 박사는 “특히, 국내에서는 의학물리 관련 전문서적이나 자료를 찾기도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임상과 관련해 궁금한 내용이 생겨도 물어볼 동료나 선배들이 없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일상다반사였다.”고 회상한다.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제게 있어서 의학물리는 삶을 지탱해 온 원동력이었다.”고 말하는 신 박사는 “의학물리학자로 37년을 살아오면서 제가 얼마나 성장·발전해 왔는지 평가할 수는 없지만, 임상에서 암 환자들이 물리적인 도움으로 치료가 잘 되어서 고마워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열악한 근무환경은 오히려 동료나 후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공감의 장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신 박사는 “의학물리학자는 임상 지원과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데, 기반 기술이나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동료나 선후배들과의 지속적인 협의나 공동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상 열린 마음으로 동료, 후배 때로는 제자들과 임상 경험을 나누고 소통해 온 신 박사는 자신의 롤모델을 ‘후배와 제자’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이들과의 소통·공감은 자신을 성장시켰으며, 긴밀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길을 또다시 개척하고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후배와 제자들이 학문적 이정표와 롤모델이라는 것이다.

▶ 37년 의학물리학자의 ‘회고’

  방사선종양학과에 근무하는 의학물리학자는 일과시간 이후에도 임상 지원이나 치료계획 등을 수립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며, 관련 연구과제도 다양하게 수행해야 한다. 수십 년 간 방사선치료효과 제고를 위한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해 온 신동오 박사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오랫동안 다수의 연구과제 기획이나 과제 도출, 수행할 수 있었던 경험이 저에게는 큰 행운이었다.”며, “특히 의학물리라는 학문을 후배와 제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어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이와 함께 신 박사는 “최근 의학물리학자는 기반 기술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관련 융합연구에서도 최종적으로 임상 적용에 목표를 토대로 두고 기본적인 임상 활동에 충실해야 산·학·연 다기관 공동 원천기술 및 핵심 요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연구 과제를 기획·평가하면서 연구사업 목표 및 성격에 따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인지’, ‘국부를 창출할 것인지’에 따라 기준 및 평가 지표가 달라야 하는데, 연구 목표 및 성과 지표를 동일한 잣대로 설정되는 상황은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경험으로 후배들의 연구 활동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신동오 박사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방사선치료 예측 및 영향 평가를 위한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 구축이나 의료동물치료용 암 치료기 연구개발에 참여하고 싶으며, 이러한 연구과제에서도 후배나 제자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미래지향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신동오 박사

▶ 방사선치료 트렌드를 읽는 연구자

  신동오 박사는 의학물리학자로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한 영상자문이나 치료계획 설계, 방사선 정도 및 품질관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구개발로 방사선치료 기술 발전을 이끈 연구자로도 유명하다. 대표적인 연구개발 성과로는 2014년 12월 발명한 ‘환자영상획득장치’를 들 수 있다. 이 장치는 일반적인 환자 치료 시 2차원 영상과 3차원 영상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 치료 등의 모의치료 계획에 최적화된 영상을 획득할 수 있게 한다.

  또 신 박사는 2017년 컴퓨터영상장치와 2차원 모의치료기가 융합된 ‘스마트 영상획득장치’에 대한 국제특허 출원을 진행했으며, 2020년에는 ‘방사선 촬영 및 치료장치’를 개발,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하였다. 특히 신동오 박사가 개발한 동물전용 중 에너지 X-선 암 치료기(그림)는 국내 동물병원에서 별도의 방사선 차폐시설이 필요 없는 동물전용 중 에너지 X-선 암 치료기로, 현재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고령사회의 진입과 1인 가구 급증, 소득 증가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보유하는 가구 수가 증가하고 있고, 국내외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신동오 박사는 “반려동물의 사망 원인 1위는 사람과 같이 ‘암’이며, 반려동물에 대한 인격화 흐름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 맞춤형 암 치료에 대한 반려인들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박사는 등록된 특허를 기반으로 조만간에 국내 ‘아우라케어’에서 세계 최초의 반려동물전용 자체 차폐된 중에너지 X-선 암 치료기기의 상용화 및 국내 의료기기 산업화 생태계 조성에 활용하고자 하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상용화 준비 중인 동물전용 중에너지 X-선 암 치료기의 모형
〈사진〉 상용화 준비 중인 동물전용 중에너지 X-선 암 치료기의 모형

▶ 인생 2막의 문이 열렸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는 신동오 박사는 “강산이 4번이나 바뀌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의학물리학자의 명함을 내려놓고, 퇴직 후 잠시 심호흡하면서 수영과 등산으로 건강을 챙기며, 평소 하고 싶었던 연구를 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은퇴 후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방사선의학은 의료방사선을 이용하여 환자의 질병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의료방사선 피폭이 동반된다.”고 말하는 신 박사는 “영상의학 분야의 영상품질관리원처럼 고정밀 방사선치료기기에 대한 품질관리뿐만 아니라 정밀치료에 대한 환자별 맞춤형 품질관리, 치료환자의 피폭선량 관리 등 국가적 차원의 기계적인 품질관리와 의료피폭 최적화, 영상선량 관리 등의 기반 기술 구축에 대해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상에서 자격을 갖춘 의학물리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물리에 대한 전문지식 함양과 다른 학문과의 차별성, 임상 대응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신동오 박사는 “임상 지원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구 개발에 대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의학물리학자에 대한 법적인 위상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의학물리학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의료방사선의 의학적 이용 증진’이나 ‘방사선 안전문화 구축 ’등에 대해 정부 관련 부처나 의료계에도 의학물리학자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하는 신 박사는 “최근 의료산업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빅 데이터나 인공지능, 웨어러블, 블록체인 기술들이 집약된 첨단 융합분야로 연구 개발에 관심 있고 창의적인 대학원생이나 후배들은 야심차게 도전해 볼만한 새로운 분야”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원자력의학원 방사선의학 웹진’ 외부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신동오 박사는 웹진이 방사선의학의 소통과 공감의 채널로 발전할 수 있도록 “구독자가 임상 및 연구개발에서 찾고 있는 필요한  최신 정보나 연구 내용을 포함하고, 방사선의학 관련 국가 정책이나 제도 개선이나 국민에게 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채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신 박사는 “웹진이 방사선의학의 이용 증진이나 방사선 안전문화 구축의 확산에 기여하고, ‘전문가들이 바라본 POST COVID19’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후배의학물리학자

    한국의 의학물리의 선구자 역할을 해오신 신동오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1-03-08 22:49:58

  • 동료의학물리학자

    한국 의학물리학계 임상과 연구를 선도하시던 신동오 박사님!!! 그 간의 의학물리학에 대한 열정과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1-03-10 09:29:20

  • 경희대병원 전 직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제2인생의 길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21-03-10 10:12:59

  • 경희대병원 전 직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제2인생의 길에 건강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021-03-10 10:13:19

  • 동국

    벌써 은퇴하신다니 세월이 참 빠르게 갑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게제2의 인생을 도모하시기 바랍니다.

    2021-03-27 17: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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