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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RI신약센터 임상무 신임 센터장-국가RI신약센터 임상무 신임 센터장을 만나다
‘10년 전 신약센터의 닻 올린 정책연구 사업책임자’에서
임상적용 플랫폼의 돛을 달 준비를 마친 ‘핵의학 전문가’

    국가RI신약센터 임상무 신임 센터장-국가RI신약센터 임상무 신임 센터장을 만나다
    ‘10년 전 신약센터의 닻 올린 정책연구 사업책임자’에서
    임상적용 플랫폼의 돛을 달 준비를 마친 ‘핵의학 전문가’

  2011년 6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기획조사 연구’ 과제의 최종보고서가 제출되었다. 당시 정부는 고부가가치 치료용 방사성의약품의 개발과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연구개발 플랫폼 구축에 대한 기획조사연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연구는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19년 8월 국가RI신약센터를 개소하기까지 지침서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약 10년 후인 2020년 12월, 당시 사업책임자로 플랫폼 구축 사업의 닻을 오렸던 한국원자력의학원 핵의학과 임상무 과장이 신임 센터장에 임명되면서 국가RI신약센터는 순항을 위한 돛을 달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임상무 센터장의 35년 핵의학 인생과 새로운 수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 내과 전문가가 핵의학 전문가가 되기까지

  물리학도를 꿈꾸던 임상무 국가RI신약센터 신임 센터장은 모친의 바람으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하게 되었고, 본과 4학년 때 들었던 핵의학 강의로 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핵의학전문의 제도가 없었던 1980년대에 핵의학은 내과의 한 파트였다. 국군수도병원에 핵의학과장으로 배치되어 3년간 핵의학과 의사로 군 생활을 한 임상무 센터장은 제대 후 1년간 서울대학 핵의학과에서 전임의를 지내고 1987년 3월에 원자력병원 핵의학과에 전문의로 뿌리를 내렸다. 그 이유에 대해 임상무 센터장은 “핵의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에 유일하게 사이클로트론을 도입한 곳이 원자력병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원자력병원행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원자력의학원은 1984년 국내 최초로 50 MeV 사이클로트론을 도입했으며, 1989년에는 사이클로트론을 이용해 국내 최초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기 시작했을 만큼, 핵의학·방사선의학 연구에 있어서 선도적인 기관이었다. “1992년에 ‘원자력 연구개발 중장기 사업’이 시작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 사이클로트론과 PET이 함께 설치돼 큰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원자력병원에는 PET 장비는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회상하는 임상무 센터장은 “PET 도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리는 자료를 직접 만들어 당시 우리 기관이 소속된 원자력연구소 정책입안자들에게 설명하고 다녔다”고 한다. 2년간의 노력 끝에 1995년 원자력 연구개발 중장기 사업에 ‘설비투자비용’으로 PET 도입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임상무 센터장은 서울대학교 이명철 교수가 ‘2단계 원자력 연구개발 중장기 사업’을 기획할 1996년, “당시 우리 기관에는 50 MeV 사이클로트론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빔 전류(beam current)가 낮아서 대량생산에는 부적합했다”고 말하는 임 센터장은 원자력병원이 방사성동위원소를 대량생산하기 위해서는 30 MeV 대전류 사이클로트론을 도입해야 한다고 여러 방법을 통해 30 MeV 사이클로트론 도입 필요성을 관계자들에게 알렸다고 한다.

  이러한 임 센터장의 노력으로 원자력병원은 1997년에 30 MeV 사이클로트론 도입 예산을 성공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이 30 MeV 사이클로트론은 현재 방사선비상진료센터 지하에 설치돼 있다. 특히 임상무 센터장은 국가적 차원의 방사선 재해대책 및 방사선피폭자의 응급진료를 담당할 연구센터 구축을 위한 정책연구를 기획·수행하고, 초대 센터장을 역임하면서 현재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기반을 닦아온 인물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펴 온 임상무 센터장은 지난 35년간 원자력의학원은 물론 우리나라 핵의학 발전에도 지대하게 기여해 온 인물이다. “선진국의 핵의학 관련 학술대회에서 발표되는 최신 논문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 도입의 길을 내가 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임 센터장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었고,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다시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 및 임상적용 플랫폼 구축’의 길을 함께 가다

임상무 신임 센터장

  방사선동위원소를 이용한 신약개발 지원과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추진되어 온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개념 치료기술 개발 플랫폼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8월, 국가RI신약센터(KRICP)가 개소했다. 국가RI신약센터(이하 신약센터)는 국내 제약사들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발굴에서 유효성 평가, 비임상 평가 및 임상용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이르는 전주기 과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0년 12월 1일 취임한 임상무 신임 센터장은 2010년 진행한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사업 기획조사 연구’의 과제책임자로, 2011년에 시작된 예비타당성조사에도 많은 기여를 한 인물이다. 예타조사 종료 후 6개월 간 플랫폼 구축사업을 직접 지휘했던 임상무 센터장은 “방사선의학연구소 방사성의약품생산센터 강주현 센터장, 김경민 부장 등을 비롯한 내외부 연구참여자 60여 명이 기획조사 연구에 참여해 애를 써줬다”고 회상하며, “특히 전임 사업단장들이 건물설계에서부터 연구장비 도입·설치에 이르기까지 신약센터의 시설 및 인프라 조성을 잘 마무리해줘서 ‘방사성의약품 개발 전주기 지원 플랫폼’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유니크한 플랫폼인 신약센터는 초감도가속질량분석기 등 연구 장비와 방사성동위원소 기반의 비임상평가시설, 임상시험시설, 방사성의약품 생산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약물평가팀과 방사선비임상센터, 방사성의약품제조팀, 초기임상시험센터, 그리고 사업협력팀이 조직되어 있다. 이중 방사선비임상센터는 비임상시험기준인 GLP에 기반을 두고 실험동물 안정성 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방사성의약품제조팀은 우수제조관리기준인 GMP에 의거해 방사성의약품 생산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초기임상시험센터는 임상시험관리기준에 해당하는 GCP를 기반으로 마이크로도징(Microdosing)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본연의 기능을 되살리기 위한 시작, ‘효율적인 업무 배정’과 ‘연구 분위기 강화’

  맡은 바 업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기대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는 ‘최적화된 조직구조’에 달려 있다. “취임 후 업무파악 과정에서 일부 선임연구원들의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배정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는 임상무 센터장은 “예를 들어 실험동물 안정성 평가 과정에서 임상병리사나 의료기사들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인력부족으로 선임연구원들이 직접 진행하고 있어, 정작 중요연구에 할애해야 할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났다.

  특히 임 센터장은 “한국원자력의학원이라는 하나의 기관 내에 방사선의학연구소 RI응용부 GMP 시설과 신약센터 GMP 시설이 각각 운영되면서, RI응용부와 신약센터는 부족한 인력으로 중복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고, 이로 인한 업무효율성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임 센터장은 연구원들의 연구 분위기 고취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취임 직후 TFT를 구성하고, 새로운 조직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 시작으로 임상무 센터장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었던 연구소의 방사화학팀과 신약센터의 방사화학팀을 결합시켰다.

  “방사화학팀을 한식구로 만들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겸직제를 도입·추진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임 센터장은 이러한 조직개편을 통해 업무의 중복성을 낮추고,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결된 조직구조 하에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효율성도 높아질 것이 중요하다”는 임 센터장은 “특히 선임연구원들이 책임연구원급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연구논문이 필요한데 연구소와 신약센터가 유기적인 업무협력과 교류가 이뤄지면 개별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확보는 물론이고, 양질의 논문 확보를 위한 공동연구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약개발을 위해서는 GLP와 GMP 기준에 맞는 특수시설과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제약사들은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하는 비임상 과정을 임상시험수탁기관(CRO)에 위탁해 신약개발을 진행해 왔다. 신약센터는 국내 위탁기관의 부재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을 위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이러한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사성의약품 개발의 발굴에서부터 유효성 평가, 비임상 평가 및 임상용 방사성의약품 제조에 이르는 전주기 과정을 지원한다.

  “신약센터 3층 전체를 GLP 연구지원시설로 갖추고 CRO 위탁업무 뿐만 아니라 방사성동위원소를 다룰 필요가 없는 경우에는 직접 시설과 장비만 이용할 수도 있도록 했는데, 시험분석 용역 등에 대한 이용 빈도가 기대보다 매우 낮아 개방 운영을 고려하고 있다”는 임상무 센터장은 “어떠한 CRO든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한 GLP 시험을 필요로 한다면, 계획서를 제출하고 센터 내부 검토 후 시험 건당 계약을 체결해서 GLP 시설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비뿐만 아니라 시설 전체를 개방해 GLP 시설의 활용빈도를 높인다면 수익확보는 물론이고, 연구 인력들의 교육훈련기회도 확대될 수 있으며 GLP 인증도 용이해 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아직 수요가 많지 않지만, 정부의 방침이 ‘바이오산업의 육성’인 만큼 앞으로 수년 후에는 CRO의 역할과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신약센터는 CRO를 대상으로 한 시설개방과 공동운영을 위한 규정을 만들고 있다. 이와 함께 신약센터 6층에 마련된 임상시험센터를 수익 확보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공동운영할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는 임상무 센터장은 “현재 신약센터 입주기업 1곳과 공동운영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생물학적 동등성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면 우리 연구 인력도 교육·훈련이 되고, 수익도 생겨나기 때문에 신약센터의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추진 기획보고서의 핵심 골자는 ‘신약센터의 자립 운영’이라고 말하는 임 센터장은 “신약센터는 코로나백신이나 치료제를 직접 개발하기는 어려워도, 신속진단키트를 검증하는 업무는 충분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찾아서 수익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치매에는 우울증이 상당부분 겹쳐 있는데, 치매 자체의 치료는 쉽지 않아도, 치매와 결합된 우울증만 치료해도 부분적인 개선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울증은 영상진단이 어렵기 때문에 신경과 임상의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치료개선 효과를 얻을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 Ph.D. 보다 더 Ph.D. 같은 M.D.

임상무 신임 센터장

  사이클로트론에 매료되어 원자력병원으로 거처를 옮긴 내과의사 임상무 센터장은 박사(Ph.D.)보다 더 박사 같은 전문의(M.D.)로 꼽히는 인물이다. “2~30년 전부터 미국을 비롯한 핵의학 선진국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 많이 참가해 왔다”는 임 센터장은 당시 발표되는 선진 치료시스템이나 장비들을 보고 ‘우리나라에는 언제쯤 이러한 장비들이 도입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했다고 한다. 임상무 센터장이 원자력병원의 PET 도입과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구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Ph.D. 역할을 수행하는 M.D.로 소문나면서 임상무 센터장은 원자력의학원 내에서도 M.D.와 Ph.D. 양쪽의 중재역할을 누구보다 잘 수행하는 인물로도 정평이 나게 되었다. 신약센터장 취임 이후 GLP 업무 효율성 확대와 GMP 공동운영의 길을 모색해 온 임상무 센터장은 현재 핵의학과 후배의사들이 임상·비임상센터 연구업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병원 진료만으로는 많은 임상건수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우수한 논문을 집필하려면 활동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임상무 센터장은 “신약센터와의 밀접한 교류는 물론이고, 방사선의학 관련 학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발언권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학회에서 입지를 넓혀야 수요기업들에게 이름을 알릴 수 있고, 이들 기업이 임상시험을 의뢰해야 임상건수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도 임상의사가 부족해 과중한 업무를 맡고 있는데, 연구와 학회활동까지 병행하기엔 무리가 많을 것”이라는 임 센터장은 “낮에는 일하고 밤새 공부하는데 월급이 같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하며 과거와 달라진 우리나라의 연구 환경을 깊게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임상무 센터장은 의학원 산하의 원자력병원, 방사선의학연구소,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국가RI신약센터는 각 조직의 특성에 맞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동시에, 유기적인 연결고리를 갖추고 상호 협력한다면 업무효율과 시너지효과는 배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기 위해서는 Ph.D.와 M.D.의 노고를 제대로 들여다보고 이에 상응하는 지원과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이면서 그는 센터의 닻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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