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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한영이 교수(성균관대 의대 의학과 교수)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한영이 교수(성균관대 의대 의학과 교수)

의사가 아닌 의대교수, 의학 물리학자로 사는 길
결정의 연속 속에서 ‘옳은 결정’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자


병원에 있으면서 의대교수라면 모두 의사일까? 성균관대 한영이 교수는 의대 의학과 교수이자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에 근무하는 박사이다. 하지만 그녀는 의사가 아닌 의학물리학자다. “의학물리학은 매우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말하는 한영이 교수는 결정의 연속인 삶 속에서 ‘의학물리학자’의 길을 택했고, 그 선택이 올바른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본고에서는 지난 11월 6일 한국의학물리학회 정기총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한영이 교수를 만나 ‘의학물리학의 중요성’과 의학물리학자로의 삶을 들어보았다.

>> 응용물리학에서 의학물리학의 길을 찾은 한영이 교수

물리학의 한 응용분야인 의학물리학(medical physics)은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법 개발에 필요한 첨단 물리학 지식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독립적인 학문이다. 그리고 방사선종양학, 치료방사선학, 핵의학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의학물리학자’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40여년전 연세대학교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방사선치료장비인 선형가속기가 도입되고 물리학 전문지식을 갖춘 박사를 초빙하면서 ‘의학물리사’라는 개념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의학물리사 90%이상은 방사선치료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CT, MRI, 방서선 치료장비와 같이 첨단과학으로 만들어진 의료장비들에 대한 물리학의 이해 없이는 높은 수준의 진단과 치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성균관대 의대 한영이 교수는 “치료 장비의 기능을 최적으로 활용해 안정적으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의학물리사의 몫”이라며 “때문에 의학물리 분야의 인재양성, 인프라지원이 원활하지 않으면 의료발전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영이 교수는 국내 의학물리학자 2세대이자 의학물리의 중요성을 전파시킨 원년멤버이다. 그런 한 교수도 처음부터 의학물리학에 눈을 뜬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한영이 교수는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후 석사과정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하면서 ‘의학물리’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한 교수는 남편과 함께 한 미국유학 중 노스이스턴대학(Northeastern University)에서 Northeastern University Condensed Matter Theory(고체물리학 이론)를 전공해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면서 물리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하지만 의학물리에 대한 미련이 남았던 한 교수는 박사과정을 마치고 국내에 귀국해 연세대학교의 철강연구소의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잠시 근무하다 결국 연세대학교 방사선 종양학과의 임상강사로 전직해서 2년간 수련기간을 거쳐서 2001년, 지금의 삼성서울병원으로 오면서 의학물리의 길에 들어서게 된다. 치료방사선의 임상지원 업무로 전문성을 키워오던 한영이 교수는 2004년에 성균관대학교 전임교수로 영역을 넓혀가며 학자의 길도 걷게 되었다. 이때부터 한 교수는 ‘진짜 의학물리학자’가 되어 의학물리학 발전의 기틀을 다질 왕성한 활동들을 해 나가게 된 것이다.

>> 의학물리학 연구의 선봉에 서 거침없이 노력하다

“방사선 치료는 암 환자들에게 고선량의 방사선을 한 번에 다량으로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방사선 기기가 항상 정확하게 유지/관리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한영이 교수는 “방사선 치료가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단계를 걸친다. 세기조절 방사선 치료(IMRT) 등과 같은 경우 치료기법 역시 다양해지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각 단계에서 아무런 오류도 없이 환자에게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을 의학물리사가 한다”며 의학물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의학물리를 통해 방사선 치료수준이 높아질 수 있도록 상용화된 기기나 소프트웨어로는 치료가 부족할 경우, 이에 관련한 수많은 연구 과제를 수행해 문제점을 해결하고 치료기법을 개발해 선진적인 방사선 치료기술과 인프라 확보에 기여해 왔다.

15년 여 간 다양한 연구 활동과 업적을 쌓아온 한영이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주관한 의료방사선 안전관리 평가체계 구축사업에 IMRT 등의 고난도 치료법의 정확성을 확인 검증할 수 있는 외부감시 보증체계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미국의 MD Anderson의 IROC와 협력해서 개발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으며, 호흡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종양에 대한 방사선 치료의 정확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4차원 방사선 치료의 정확성 증진 시스템을 연구개발한 바 있다. 이 중 환자호흡 훈련 및 조절 시스템은 기업에 기술이전해서 상용제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한 교수는 종양세포 추적 입자선 기술개발로 양성자 치료시 움직이는 종양을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해서 양성자자 빔을 조절 조사하는 기술을 양성자 치료기 제조사인 스미토모사와 협력 개발 중이다.

“IMRT, 사이버 나이프 등 첨단 치료기법은 과거의 치료법에 비해 높은 정확도를 요하기 때문에 장비의 기능과 치료과정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과정 오류방지 활동’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한 교수는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는 ‘의료분야의 방사선 안전관리에 대한 기술기준’은 개정해 방사선치료기의 품질관리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격상시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품질관리를 시행하는 의학물리사의 ‘전문지식과 훈련’이 충분한가를 증빙하는 자격에 대해서는 법에서 규정하지 않아 치료오류의 여지를 남겨뒀다”며 ‘의학물리전문인 자격증’ 법제화를 조속하게 이뤄줄 것을 당부했다.

>> 받은 만큼 환원하는 일. 그녀는 지식을 환원하고 있다.

수십 년 간 쉼 없이 공부하면서 ‘과연 내가 이 공부를 왜 할까?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는 한영이 교수는 자신이 쌓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지혜를 더 많은 환자들이 도움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지식환원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한영이 교수를 지난 11월 6일 한국의학물리학회에서는 2016년부터 학회를 이끌 차기회장으로 지목했다. 의학물리학에 대한 애착과 의학물리전문가 양성의 노력 그리고 의학물리학문의 발전에 기여한 한 교수의 노고가 인정되는 순간이었다. 정회원 170명에 준회원이 약 420명이 되는 조직을 이끌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한 교수는 임기 2년 동안에 무리한 계획을 세워 욕심내기보다는 차기회장 그리고 다음 회장이 이어서 학회와 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활동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임상지원과 연구여건이 더 좋아지도록 하는데 학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의지를 나타낸 한영이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임기 2내에는 ‘의학물리사를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로 하는 전문직업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일과 병원에서 임상지원을 업무로 하는 전문인들의 ‘의학물리사 자격증’ 제도를 정립해 전문성을 높이는 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후학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는 그에게 학생들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다. “요즘 아이들은 아이디어도 좋고 선견지명도 있어 우수한 인재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직업적 위치를 제시하지 못하는 사회가 이들의 성장을 막고 있다”고 말하는 한영이 교수는 “좋은 인재를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좋은 일자리’가 확보되는 것이며, 이와 더불어 이러한 인력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녀는 “특히 의학물리사가 훌륭한 전문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교육체계와 수련체계가 잘 정립되어야 한다”며 이러한 교육과 수련에 대해서는 학회가 현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삶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한영이 교수는 때론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 직면하게 되고 그 결정이 ‘잘 한 결정인가?’를 고민하게 된다며 그런 순간이 오면 “내가 충분히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했는지를 자문하고, 그래서 한 결정이라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내가 그 일에 대해서 얼마나 노력하는가에 따라 그 결정은 올바른 결정이 되기도 하고, 선택의 실수가 되기도 한다”고 많은 젊은이들에게 말했다.

  • diva1813@naver.com

    의학물리전문가 멋지십니다.

    2015-11-12 09: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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