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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력병원 홍영준 병원장- “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
환자중심의 튼튼한 병원, 안전한 병원으로 가는 길

    원자력병원 홍영준 병원장- “기본이 바로 서면, 길 또한 자연스럽게 생긴다”
    환자중심의 튼튼한 병원, 안전한 병원으로 가는 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유일의 병원, 암치료전문병원, 과학기술특성화병원 등 원자력병원에 덧붙여진 수식어는 많지만, 원자력병원 홍영준 병원장은 “원자력병원은 ‘병원’으로서 환자를 위해 존재하고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본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환자중심의 가치를 실현해 간다면 병원은 ‘의료기관’을 넘어 시대·사회가 요구하는 선도적 연구와 첨단 의료서비스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홍 병원장의 생각이다. 본고에서는 홍영준 신임 병원장을 만나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정신 속 리더십을 들어보았다.

▶ 홍영준 신임 병원장, 원자력병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다

홍영준 병원장 사진

  지난 12월 28일, 새해를 3일 앞두고 신임 원자력병원장에 홍영준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이 임명되었다. 홍영준 신임 병원장의 임명을 두고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적임자가 없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998년부터 원자력의학원에서 근무한 홍영준 병원장은 진료지원부장, 임상연구부장, 임상중개연구부장, 의료기획조정실장 등 중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연구에서부터 기획까지 병원경영 전반에서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병원안팎의 쇄신은 물론 원자력병원의 정체성 확립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장이 되어 한 기관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는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며 시행착오를 겪어서도 안된다”는 홍 병원장은 “병원장으로 취임하기 전부터 여러 부서를 거치며 경험을 쌓다보니 병원 안팎의 난제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원자력병원을 누구보다 잘 아는 홍영준 병원장이 취임 후 처음 한 일은 병원의 정체성을 찾는 일이었다.

▶ 튼튼하고 안전한 병원으로 가는 길, ‘숫자’, ‘제도’, ‘인력’

  홍영준 병원장은 지난 시무식에서 ‘튼튼한 병원, 안전한 병원을 만들자!’며 병원 주요보직자들에게 ‘숫자’, ‘제도’, ‘인력’ 3가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일반적으로 병원에서는 각종 수치에 입각해 진료를 보고, 여러 진료단계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법을 고민한다. 또, 치료 성공률 예측에도 숫자가 쓰인다. “환자의 진단과 치료성적 뿐만 아니라, 경영평가 더 나아가 수익과 경쟁력에 이르기까지 병원의 운영 역시 숫자로 이야기해야 한다.”는 홍 병원장은 “그동안 우리 병원에서는 구체적인 숫자를 내세우며 계획하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며 “앞으로는 튼튼한 원자력병원을 만들기 위해 각종 지표와 통계 등 숫자를 잘 알고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 병원장은 신포괄수가제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같이 의료계의 주요 제도변화들을 선제적으로 인지하고 대비했다면 훨씬 경영상태를 개선시킬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을 표하며 향후 급변하는 병원인증제도 및 각종 제도의 변화와 의료계 트렌드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도록 병원 내 ‘정보 확산의 분위기’를 조성해 모든 구성원이 ‘정보의 사각지대’에 갇히지 않게 할 방침이다. 또한 “병원 경영의 시작과 끝은 인력”이라고 말하는 홍영준 병원장은 “병원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업무분석에 따른 객관적 인력수요를 토대로 중장기적인 인력수급 계획을 갖춤과 동시에 인력과 관련된 갑작스런 응급상황에도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홍 병원장은 이를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병원 구성원들과 현장에서 만나 인력부족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의 기회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한다.

▶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이 있어야 마음을 모을 수 있다

홍영준 병원장 사진

  전략기획실장 시절부터 60여년 역사를 가진 원자력병원에 중장기 로드맵이 없다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했다는 홍영준 병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제대로 된 중장기 로드맵’ 수립에 집중하고 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니라, 직원들이 공감하고 지속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목표와 비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기관으로 일거에 도약하겠다는 거창한 구호보다는 한 스텝 한 스텝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조직원들 모두가 발전과 성장을 느낄 수 있는, ‘올바른 방향성’이 담긴 발전계획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직원들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모으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서 ‘원내 회의 문화의 개선’을 꼽은 홍 병원장은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회의를 왜 하는지 먼저 분명히 하는 것으로, 참석자들이 그 목적에 집중하고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서 모이는 자리라야 현안에 대한 실제적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회의가 달라져야 소통의 수준이 달라지고 진정한 소통이 있어야 그것이 결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기관의 목표와 비전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병원은 병원으로써의 존재이유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홍영준 병원장은 ‘메이요 클리닉 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면서 ‘원자력병원 이야기’라는 책이 쓰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메이요 클리닉 이야기’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의료서비스 기관 메이요 클리닉이 지난 100년 전통의 브랜드를 유지하며 눈부신 임상성과와 효율적인 조직운영, 모든 기업의 귀감이 될 만한 대인 서비스를 만들어낸 노하우들이 담겨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가치관과 모토가 환자들에게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는 홍영준 병원장은 “메이요 클리닉은 환자가 필요로 하는 진료와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며, 그들의 연구 역시 ‘환자를 위한, 환자에게 필요한 과제’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연구의 성과들이 다시 환자에게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홍 병원장은 “과기부 산하 병원, 연구형 병원 등 꾸밈말은 많지만, 앞에 어떠한 수식어가 붙든 병원은 병원”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병원은 결국 어떠한 형태든 환자를 위해 존재하고, 환자의 필요를 공유하지 않고 수식어만 강조한다면 환자도 병원도 이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의 대형 종합병원들은 ‘연구’를 빼놓고는 생존할 수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구가 궁극적으로 ‘환자 중심의, 환자를 위한 연구’가 되어야 하며, 이 가치를 기반으로 병원이 외부 연구기관들이나 산업체와 긴밀한 연계를 가지는 플랫폼 역할을 확장해 갈 때, 위해서 말한 여러 수식어를 굳이 붙이지 않아도,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연구중심 의료기관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고 홍 병원장은 덧붙여 설명한다.

▶ 원자력병원, 그 정체성과 미래 방향

홍영준 병원장 사진

  정부가 요구하는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취약지에서 의료서비스와 취약계층, 희귀병, 응급진료 및 감염·외상치료다. 공공의료기관 중 하나인 원자력병원이 ‘암 전문병원’으로 시작할 당시에는 방사선 치료기를 갖춘 병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방사선치료기가 대형의 고가장비였기 때문에 정부기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암 치료는 매우 큰 공공성을 가지고 있었다.

  “방사선 치료가 엄청나게 효과를 발휘했던 암이 자궁경부암이었는데, 원자력병원 설립 초기에는 우리나라 부인암 환자들이 대거 우리 병원으로 몰려올 정도로 방사선치료에 대한 인프라가 국내에서는 전무했다.”고 말하는 홍 병원장은 “많은 암 병원이 생기면서 암 치료 자체만의 공공의료 역할은 다소 낮아졌지만, 우리 기관만의 공공성이라고 자평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다.”며 그중 하나가 ‘암 전문인력 양성소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여년간 원자력병원에서 실력을 쌓은 많은 암 전문인력이 민간 종합병원으로 옮겨갔다. “원자력병원은 사실상 우리나라 암 치료와 방사선의학, 핵의학을 이끌어가는 암전문의 양성의 토양이 되었다.”라고 말하는 홍 병원장은 “지금도 우리 병원에서 습득한 전문지식들을 국내외 유수의 암 병원에서 펼치고 있는 암전문의들이 많다”며 “이러한 ‘암 전문인력 양성’의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암 치료 및 연구뿐만 아니라 국민보건에 꼭 필요한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많은 민간 종합병원이 생겨나면서 암 치료의 공공성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병원의 안을 들여다보면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원자력병원만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역할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역할이 방사선비상진료센터와 신약개발 플랫폼이다. 특히 원자력병원 의료진들이 주축을 담당하는 ‘방사선비상진료센터’는 원자력병원의 공공의료 역할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응급의료나 외상센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강조하면서 아직까지 ‘방사선 재난대응’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고 말하는 홍영준 병원장은 “방사선 사고는 한번 발생하면 손쓸 수 없는 엄청난 재난이지만 일반 응급상황에 비해서 발생률이 훨씬 적기 때문에 그 심각성에 대해서도 크게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방사선 사고와 방사선재난시의 비상진료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발생한 라돈사태 등으로 인해 원자력병원과 방사선비상진료센터의 공공적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홍 병원장은 “방사선 사고의 신속한 조치와 향후 재난 확대 방지를 위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원자력병원 의료진들은 평상시에도 지속적으로 훈련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 신약개발 플랫폼 사업 역시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진단기술 및 치료기술 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암의 조기진단과 난치·희귀질환성 암 치료에 기여하고 있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또 암치료전문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부기관 역시 ‘원자력병원’의 기능과 강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홍영준 병원장은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우리 병원이 정부가 원하는, 국민이 필요로 하는, 미래 방사선의학 발전에 기여하는 의료기관으로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우리 기관이 한마음 한 뜻으로, 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모든 보직자들이 직원들과 함께 전사적 소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하는 홍 병원장은 “모든 직원들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튼튼한 병원,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여러분들도 적극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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