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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 치매 진단 및 치료의 새로운 길
정보공유와 소통이 연구결과의 창의성 높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성윤 교수- 치매 진단 및 치료의 새로운 길
    정보공유와 소통이 연구결과의 창의성 높여

  지난 1월 보건복지부는 연내에 모든 치매안심센터 개소를 완료하고, 치매 진단 영상검사의 건강보험 적용 확대, 치매안심요양병원 지정·운영 등을 통해 치매국가책임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복지차원의 지원을 넘어 연구개발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치매국가책임제가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치매 진단 및 치료의 국내외 변화와 발전에 대해 통합적 시각을 갖춘 서울아산병원 김성윤 교수를 만나 치매 진단 및 치료 연구 방향과 정보공유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 새로운 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인지중재치료’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는 인지중재치료를 집중 연구할 학술단체가 탄생했다. 경도인지장애, 초기 및 중기 치매 등을 약물 외에 다른 방식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는 지난해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으로부터 ‘인지중재치료’가 ‘신의료기술’로 정식 인정받으면서 설립에 박차를 가 할 수 있게 되었다. “치매 환자들에게 약물을 통한 치료는 제한적이므로 주의력, 기억력, 공간감각, 계산능력, 언어능력, 집중력 등을 높이는 비약물적 치료를 병행하는데 이를 인지중재치료”라고 소개하는 서울아산병원 김성윤 교수는 이 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94년부터 25년간 노인정신장애,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불안증, 수면장애 등에 대한 치료 및 진단 연구에 집중해 온 노인정신질환 전문가 김성윤 교수는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인지중재치료가 여러 논문을 통해 약물치료와 치료효과가 비슷하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학문적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어떠한 질병이라도 질병을 사전에 인식하고 예방하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만큼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하는 김성윤 교수는 “치매 환자의 30%가 약으로 치료되는 것이라면 나머지 70%는 일상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의해 결정된다”며 “가족과 함께 살고 바깥 활동을 활발히 하면서 약물치료를 하는 환자들과 하루 종일 집안에서 TV만 보면서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수년 후 치료경과에 큰 차이를 보인다”며 “특히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암을 피하기 위해’라는 회피 중심의 건강 계획보다는 ‘나이가 들어서도 가족들과 여행하기 위해’, ‘건강하게 노래교실에 다니기 위해’ 등과 같은 긍정적인 건강 계획을 세워야 목표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맞춤형 치매 치료를 위한 데이터 수집 및 네트워크 구축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치매국가책임제의 핵심 골자는 치매에 대한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자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치매에 대한 발병률을 낮추고 효과적으로 진단 및 치료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윤 교수는 오래전부터 효과적인 치매 진단 및 치료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네트워크 구축에 관심을 갖고 관련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고 한다. 이중 김 교수는 2005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노인성 치매 임상연구센터(CRCD)가 주축이 되어 전국의 31개 병원의 신경과, 정신과 치매클리닉을 통해 전국적인 치매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에 참여한 바 있다.

  이 사업은 자료로는 2만 여 건, 환자 숫자로는 8천 5백명에 달하는 치매 진단 및 치료 환자 정보를 확보하고 정상군, 주관적 인지 저하군, 경도인지장애군, 알츠하이머병군, 허혈성 혈관성 치매군, 혈관성 경도인지장애군 별로 등록한 후 자세한 인지기능 검사자료, 행동장애 이상, MRI 뇌영상 정보 등을 매년 추적 검사해 치매 질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규모 장기프로젝트였다. “2014년까지 진행된 이 사업은 1차 연구 진행당시부터 연구자의 자료 요청에 의해 축적된 자료를 반개방형으로 전환했고, 연구진이 자신의 환자 20명 이상의 데이터만 공유하면 2만 명의 전체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등 공동연구의 길을 열어줘 현재까지 140편에 달하는 논문이 발표되었다”는 것이 김성윤 교수의 설명이다. CRCD 지원 연구로 환자의 기본정보와 병력, 가족력, MMSE(간이정신상태검사) 등에 대한 정보 추적이 치매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김성윤 교수는 보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 연구를 위해 한국형 ADNI 구축을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 효과적인 치매 진단 및 치료 연구와 K-ADNI

 치매의 진행 파악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의 대표적인 연구사업은 WW-ADNI(World-wide Alzheimer’s Disease Neuroimaging Initiative)다. WW-ADNI는 정상, 경도인지장애, 알츠하이머 치매, 혈관성 인지장애 등의 임상 정보, 신경심리정보, 자기공명과 핵의학 영상, 유전 정보, 혈액과 뇌척수액 시료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여 치매의 발병, 악화 및 완화 요인을 파악하는 한편, 새로운 진단법 및 치료제의 유효성 검증에 가장 효과적인 지표를 찾아내기 위해 진행되었다. WW-ADNI는 2004년 미국에서 출범한 미국 ADNI를 시작으로 2011년 후속연구지원(ADNI-GO; ADNI-2)과 함께 유럽(E-ADNI)과 일본(J-ADNI), 호주(AIBL)에서도 환자 등록 및 연구가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중국, 인도 등도 참여하며 세계적으로 확대되었다.

  아시아인들은 미국, 유럽인에 비해 혈관성 치매, 대사성 질환이 많다보니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치매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중요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2012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K-ADNI를 발족하였다. K-ADNI는 500명 이상의 피험자(정상인 및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뇌 영상자료, 뇌척수액 샘플, 혈액샘플 등을 추적 수집해 DB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6년 일정으로 기획되었다. 그러나 K-ADNI 데이터 구축을 위한 다양한 진료과와 협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당초 계획했던 1년의 인프라 구축이 2년 반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2013년 개인정보보호법 및 2015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만들어져 각 병원 연구 규정이 엄격해짐에 따라 사업 시작 3년 만에 1단계 완료 후 정부 지원이 중단돼 2단계 진입에 실패했다.

  “WW-ADNI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자료의 완전 공개”라는 김성윤 교수는 “익명화된 뇌영상 및 임상 자료, 유전 정보, 생물학적 시료 등 축적된 모든 자료를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요청에 의해 제공하는 오픈 모델로 신경과, 정신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등의 임상의학 분야 연구자나 생명공학, 노화, 의공학, 의료통계학, 기초의학 연구자, 산업체 소속 연구자 등에 의한 800여 편의 논문들이 WW-ADNI 자료를 분석하여 발표되었고,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또 김 교수는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으로 시작된 미국 ADNI 연구로 미국은 전세계 치매 연구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고 덧붙여 설명한다.

  WW-ADNI에 참여하고 있는 세계 각국은 창의적인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다학제 연구의 기틀로 활용하며 새로운 치료기술 연구로 연결시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WW-ADNI 연구를 통해 수면에 관련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장내 미생물총 자료까지 축적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석학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치매와 관련된 다양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며 창의적인 의료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보공유와 소통에서 소외되고 있다”며 김성윤 교수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 치매 조기 진단과 효과적 치료를 위한 신약개발 노력

  과거 치매는 임상적인 증상을 바탕으로 한 신경인지검사를 통해 질병을 진단해 왔으나 치매 진단의 핵심인 뇌 위축 정도를 자기공명영상(MRI) 정보만으로 정량 측정하는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치매의 조기진단은 더욱 빠르고 정확해 졌다. 특히 MRI 검사는 CT에 비해 뇌 조직에 대한 해상도가 좋고 방사선 노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어 뇌 질환 조기 발견 검사에 수요가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에 뇌의 해마 부위가 위축정도는 중요한 판단척도가 되지만 정상적인 뇌에서도 위축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MRI 영상만으로는 100%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다”고 말하는 김성윤 교수는 “영상을 통한 치매의 조기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진단기법이 개발되었으며, 국산 의약품 최초로 허가받은 ‘알자뷰’는 이 진단기법에서 조영제로 쓰이게 된다”고 덧붙였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유발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축적과 분포를 PET 영상으로 확인해 치매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알자뷰’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된 알츠하이머 치매진단 방사성의약품이다. “MRI는 진단의 정확도 측면에서 또, PET는 비용부담 측면에서 치매 조기진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하는 김성윤 교수는 “지난 1월 31일 네이처지에서는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에서 ‘혈액검사’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축적됐는지를 90% 이상 정확도로 진단하는데 성공했다고 소개했다”며 “PET 촬영이나 뇌 척수액을 직접 뽑지 않고 비용도 저렴한 혈액검사로 치매를 조기 진단한다면 ‘알자뷰’ 등과 같은 방사성의약품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9년 여 개발기간을 거쳐 신약허가를 받은 알자뷰에 대적할 ‘혈액검사’ 진단법 출현에 대해 김성윤 교수는 “2004년 피츠버그 알츠하이머 질환 연구 대학에서 피츠버그 화합물–B(PiB)를 이용한 PET 영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 정보를 알게 된 이후 유사 물질의 개발이 많이 연구되었으며 그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알자뷰”라며 “알자뷰가 기존에 개발된 조영제와 차별화된 우수한 특징이나 장점을 가지고 있어야 혁신적인 연구로 평가받는 혈액검사 진단법과 경쟁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또 “알자뷰는 금전적, 시간적 위험성이 큰 신약개발의 단적인 예를 잘 알려주고 있다”고 말하는 김 교수는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우수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도 전임상, 임상과정을 넘지 못해 글로벌 제약회사로 기술력을 넘기는 경우가 많은 국내 제약 R&D 환경이 매우 안타깝다”며 “신약을 개발함에 있어 유행에 따라 움직이지 말고 일관된 추진력과 집중력을 발휘하되, 타 분야 사람들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더한다면 처음 기획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마이크로바이옴과 지식공유 플랫폼

  김성윤 교수는 오는 3월 1년간의 연구년(research sabbatical)을 위해 미국 길에 오르게 된다. “치매 진단 및 치료 연구 역시 기초와 임상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다학제와 융합연구가 중요해졌다”고 말하는 김성윤 교수는 미국의 축적된 치매 자료들을 활용해 “질병 자료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식사, 운동, 사회활동 등 생활자료가 치매의 발생과 경과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공부해 국내 환자들을 비롯해 정부기관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특히 연구년 기간을 통해 상재균·공생균·병원균 등 모든 미생물들의 총합체라고 일컬어지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싶다는 김 교수는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우리 인체에 10만 개의 유전자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분석결과 인간의 유전자는 2만 개 정도에 불과했다”며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이 사람 몸 안의 장내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세균들이 활동하면서 여러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변이 유전자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인체의 건강과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00만 개 이상의유전자를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실제 외국의 연구결과, 파킨슨 질환이 나타나기 5~10년 전부터 렘(REM) 수면 장애로 심한 잠꼬대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직 모르는 원인에 의한 이상단백질의 생성, 그리고 이들의 점진적인 전파에 의해 결국 운동 증상까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가설들이 있다. 그리고 아직 모르는 원인에는 심지어 장내 세균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며 앞으로도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미국에서 동 분야에 대해 정보를 수집해 우리나라 연구에 적용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한편 김성윤 교수는 정보공유 지식공유 플랫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교육부에서 만든 한국형 무크(K-MOOC)를 통해 ‘정신건강 바로 알기’ 강좌를 진행한 경험을 가진 김 교수는 “오픈강좌를 통해 지식을 공개하고 환자들의 질의와 의견을 받다보면 지금까지 생각도 못한 새로운 시각에서 질병에 접근할 수도 있다”며 “Patients Like Me(페이션트 라이크미)와 같이 일상적인 정보와 질병의 증상, 부작용 등에 관련된 정보와 의견을 나누다 보면 새로운 치료법, 획기적인 연구 결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도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Patients Like Me는 루게릭병과 같이 희귀 질환을 앓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증상, 치료 내역, 정보를 서로 공유하면서 점차 확대된 사이트로서 김 성윤 교수는 “이 사이트에서 나온 정보는 영국에서 5년간 수백만 파운드(GBP)를 들여 진행한 사업의 연구결과와 같았다”며 “데이터의 공유와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의료’가 인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자들의 자신의 연구 데이터를 오픈하고 타 분야 데이터 공유를 통해 활발한 융복합·다학제 연구를 진행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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