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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Radiomics의 세계로 초대합니다.임일한2016-05-12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청운의 꿈을 안고 병원에 들어가서 인턴을 하던 시절, 일견 재미있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 필름돌이라는 업무가 있었다. 머리가 아픈 환자들을 맡아서 보는 신경외과에서 당시 5명의 인턴이 한조가 되어 업무를 수행했었는데, 한명은 혈관, 한명은 종양, 한명은 척추, 한명은 소아 그리고 나머지 한명이 필름돌이를 맡게 되었다. 당시 환자의 모든 영상 검사는 환자의 봉투에 고스란히 보관이 되어 있었는데, 신경외과와 같이 많은 CT, MRI 등 영상 검사를 하는 경우 영상 검사를 최대한 빨리 주치의와 의료진이 접수하여 판독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중요한 인턴 인력 1인이 맡아서 필름을 관리하였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모든 병원이 디지털화한 PACS (Picture archiving and communication system)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인턴 선생님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이리라.   

 

  1953년 4월25일 왓슨과 크릭이 nature에 DNA 구조에 대하여 논문을 통하여 밝혀낸 이래로 생물학에서 유전자의 존재는 생물체에 있어서 모든 것의 중심이라고 할수 있다. 유전자가 생물체의 생성과 운용의 청사진이라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이러한 유전자를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시작하였고, 유전자(genome)에 대한 학문인 유전체학(genomics)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1994년 호주의 생물학자인 Marc Wilkins는 유전자에 의한 생성되는 단백질들을 단백체(proteom)라는 개념으로 제시하게 되고, 이것을 연구하는 단백질체학(proteomics)를 발전시키게 된다. 생체에서 생산되는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러한 단백질들의 상호관련을 분석하여 정보를 생산하고 법칙을 찾아내어 실제 생물체에 적용하는 학문이 단백질체학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이용하기 위하여 시스템 생물학의 방법들이 적용되고 있다. 유전자 중 단백질로 전사되는 부위인 exome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exomics, 유전자가 활용된 이후 변천되는 것을 연구하는 epigenomics, 생물의 대사를 연구하는 metabolomics등등 오믹스라는 접미사를 붙인 다양한 학문이 꿈틀대고 있다.

 

  오믹스 중 새로 관심을 받는 것 중 하나가 radiomics이다. CT, MRI, PET과 같은 환자의 영상에서 관찰되는 병변 형태적인 특성을 정량화하여 환자의 임상상 예측에 적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시각으로 분석되었던 환자의 영상을 수치로 표현한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영상의 디지털화가 이전의 실제 X-ray를 필름에 감광하던 것을 혁명적으로 바꾼 것과 유사하게 병변의 특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이러한 패턴 분석을 짧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패턴 분석에도 차원이 존재하는데 일차원 적인 것은 공간적인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신호의 분석을 히스토그램으로 분석하는 것이고, 이차원적인 것은 국소적인 부분에서 해당 신호가 우연히 같이 발생하는 것을 행렬을 이용하여 분석한 것이고, 보다 고차원적인 것은 일정 크기의 행렬을 만들고 영역을 나누어서 분석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radiomics가 빅데이터 기술과 혁신적인 컴퓨터 계산 기술, 인공지능 기술과 만나게 되면서 우리에게 환자의 미래에 대하여 예언할 능력을 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 2014년 네덜란드 Maastricht 의대에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1019명의 폐암과 두경부암환자의 CT 영상을 440가지 radiomics 데이터 분석을 이용하여 환자의 생존을 효과적으로 예측할 수 있었다. 최근 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대장암에서 CT를 이용하여 24가지 radiomics 분석을 통하여 림프절 전이를 효과적으로 예측했다고 보고하고 있어서 향후 radiomics가 더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임상의사로서 생각할 때, PET 이나 CT signal 의 분포가 환자의 예후를 예측한다고 하는 것은 무언가 2% 부족하게 여겨진다. 수많은 지표들을 통계처리했기 때문에 우연하게 의미있는 지표가 검출된 것은 아닐지 우려가 된다. 실제로 우리 병원의 환자를 대상으로 255가지의 패턴을 통계분석했을 때에도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아마도 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는 후속 연구들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 돌아보아야 할 부분은 있지만, 환자의 예후 예측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을 찾음이 우리 연구자들의 숙제가 아닐까 생각이 되고 radiomics와 같은 새로운 시도들은 독려되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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