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엇으로 사는가를 알기 위하여 보편적인 가치를 둘러보면 손쉽게 떠오르는 것이 부귀영화와 입신양명이다. 이를 마다하는 사람은 없을터이지만 연구자들은 약간은 다른 사람으로 생각된다. 2002년 STEPI에서 나온 '과학기술자의 연구환경과 직무만족에 대한 설문조사 분석'이라는 논문을 살펴보면, 전국의 대학교수, 정부출연연구소 연구원, 민간기업 연구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은 임금이나 사회적 지위, 권력같은 요소들 보다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는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따라서 직장선택에 안정적이고 자율적인 연구환경을 중요한 고려대상으로 삼았다. 직업안정성, 임금, 사회적지위, 연구여건, 연구자율성, 사회기여, 지적욕구 충족이라는 직장 선택 동기 질문에서 대학, 출연연, 기업연의 모든 사람은 지적욕구충족이 가장 중요한 직장 선택 동기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 행동의 동기에 관한 이론으로는 심리학자 매슬로의 '욕구의 5단계'가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1943년 '인간 동기 부여에 관한 이론' 이라는 논문을 통하여 욕구의 1단계로 생리적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고, 이후에는 안전의 욕구, 3단계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4단계는 존경의 욕구, 이러한 욕구가 충족되었을때 마지막으로 5단계에는 자아실현의 욕구를 통하여 만족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을 말하고 있다. 연구자들도 비슷하게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해당 직장에 발령을 받고, 인사 변동이 생기지 않는 종신적 지위를 부여 받는 것이 2-3 단계까지 라고 생각이 된다. 지금 각기관에서 성과를 측정하는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논문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에게 논문을 작성하고 발표하는 것은 매슬로의 2-3 단계를 충족 시키는데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매슬로의 4단계 존경의 욕구와 관련하여 연구자는 자신의 연구로 인한 논문발표나 강의 할 기회를 얻어서 동료나 사회에서 존경을 받게되고 이를 통하여 큰 만족을 얻는다. 이러한 좋은 연구를 논문의 형태로 계속 발전시키기 위하여는 물질적인 지원이 필수적이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좋은 과제가 있어야만한다. 좋은 과제가 있어야 그 과제를 통한 성과로 논문이 도출될 수 있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좋은 과제를 도출하고 기획하는 것이 연구자에게 매슬로의 5단계에 해당하는 자아실현의 구체적 방법이 된다.

  이번호에서는 NCI의 방사선 연구센터 비크람 부소장님을 모시고 좋은 말씀을 들을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NCI의 모기관인 NIH의 경우 2014년 기준 1년 연구비 예산은 301조원 정도이고 이것의 80%를 외부 2500 여 기관의 30만명의 연구자들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10%를 NIH 내부 6000여명의 연구자들에게 지원을 해준다고 한다. 비크람 박사님이 운영하시는 방사선연구센터의 연간 예산이 880억원 규모로 200여개의 연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그 방대한 스케일이 놀랍기만 하다.

  지난 12월18일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지에서 방사성의약품 개발 복합연구센터 착공식이 진행되었다. 신약개발 지원 연구인프라 및 방사성의약품 개발 기반 구축을 위하여 2013년 9월 부터 시작하여 5 년간 942 억원이 투자되는 방사성동위원소 이용 신개념 치료기술개발 플랫폼구축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건설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아이디어와 연구자의 열망, 노력이 있으면 커다란 과제를 기획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된다. 부디 우리나라 및 인류발전에 기여하는 좋은 과제로 무럭무럭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2차 방사선 진흥계획이 기획 중이다. 어찌보면 과제란 연구자에게 생명의 원천과도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구자들도 좋은 과제를 기획하기 위하여 노력을 다하여야 겠고, 과제 입안자도 과제 기획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뜻을 잘 모아서 연구자들을 성장시키고 탁월한 업적이 나올 수 있는 과제를 만들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