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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핵종은 핵의학 치료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까?핵의학분과 세부편집장, 핵의학 과장 변병현2019-02-26

“석기시대가 끝난 이유는 돌이 다 떨어져서가 아니라, 누군가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석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외친 말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비전2030’에 따라 천문학적 규모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를 외국에 상장하고, 여기서 얻은 자금을 석유 이외의 신산업에 투자하겠다고 한다. 지금으로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들이 공장에서 자동차와 배를 만드는 게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아무 걱정 없어 보이는 세계최대의 석유부국도 미래를 생각하면 저런 커다란 모험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의학에서는 모험이라는 용어가 적절해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적어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돌파구 - 베타핵종에서 알파핵종으로

  반세기가 넘은 핵의학 치료는 I-131을 투여하여 갑상선기능 항진증, 갑상선암을 치료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항체표지 베타핵종을 이용한 림프종 등의 방사면역치료, 관절염 베타핵종 국소주입치료, 간세포암 치료용 방사성의약품 등으로 그 외연을 넓혀왔다. 하지만, 베타핵종을 이용한 치료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즉, 베타핵종의 에너지가 종양의 이중가닥 DNA를 충분히 파괴할 만큼 높지 못하여 치료효과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있고, 에너지가 도달하는 비정거리는 수 mm에 이르므로 치료하고자 하는 종양 주변의 정상조직까지 높은 피폭을 받음으로 인해 부작용 면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따라서, 베타핵종에 비해 에너지가 수백 배 높고 비정거리는 불과 세포 몇 개 수준에 불과할 만큼 짧은 알파핵종이 핵의학 치료에 더 적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만, 알파핵종은 원자로나 사이클로트론에서 생산되는데 베타핵종에 비해 생산이 어렵고 표적물질에 표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실제 임상에 이용하는 데 제한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알파핵종치료 임상시험이 계속되어 왔고, 항체기술의 발달과 정밀의학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알파핵종치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알파핵종치료 임상시험들

  알파핵종치료 임상시험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진 분야는 전립선암이다. 전립선암은 뼈전이를 많이 하고 이 뼈전이 부위는 골형성성(osteoblastic)인 경우가 많은데, 알파핵종인 Ra-223은 칼슘 유사체이므로 골형성성을 보이는 뼈전이 부위에 달라붙어서 종양을 치료하게 된다. 2013년 921명의 전립선암의 뼈전이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국적 임상시험에서 대조군에 비해 Ra-223을 투여 받은 군의 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높았고(14.9개월 vs 11.3개월), 이를 근거로 FDA 승인을 획득하게 된다. 2018년에는 전립선암에서 발현되는 PSMA를 표적하는 Ac-225-PSMA-617의 임상시험이 보고되었고, 4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87%의 환자가 전립선암 진행지표인 혈중 PSA 감소를 보였고 63%의 환자에서는 혈중 PSA가 50% 이상 감소하였다.

 

  전립선암 다음으로 많은 임상시험이 이루어진 분야는 뇌종양이다. 악성뇌종양은 수술과 항암요법 등의 표준적인 치료를 받아도 생존율이 매우 낮은 암이어서(특히 수술로 떼어낸 종양 경계면에서 재발을 많이 한다), 표준적인 치료에 더해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알파핵종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대부분의 알파핵종치료는 뇌종양을 수술하고 나서 생긴 뇌의 강(cavity)에 뇌종양에 주로 발현하는 항원에 대한 항체에 알파핵종을 표지하여 카테터를 통해 주입하게 된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에서 16명의 재발한 뇌종양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후 강내에 At-211-ch81C6을 주입했더니 중간 생존기간이 52주였음을 보고 하였다. 기존 문헌들에서 이런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23-31주였음을 감안하면 제한된 환자 수이지만 치료 효과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외에도 난소암, 백혈병, 유방암 등에서 알파핵종치료 연구결과들이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다.

 

알파핵종치료가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길 희망하며

  석기시대가 하루 아침에 청동기시대로 넘어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이고, 초기 청동기 기술로는 극히 적은 량의 청동기 생산량으로 기껏해야 거울이나 장식품을 만드는 데 그쳤을 수 있다. 지금 시점은 어찌 보면 알파핵종치료가 임상에 이용되기 위한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다. 충분한 양의 알파핵종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고, 그것을 다루어 표지하는 기술도 발전해야 할 여지가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에너지와 짧은 비정거리를 생각하면 알파핵종치료가 암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 skwoo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9-02-27 08: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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