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Abramoff 교수

Viz.Al Contact 앱

  인턴때 파견 나간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님은 출근한지 며칠 되지 않았을 때, 우리에게 특별한 기기의 조작법을 가르쳐 주셨다. 바로 CT 필름 전송기였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 수백메가바이트의 정보가 손쉽게 핸드폰 사이를 오가는 상황에서는 구석기 시대의 유물로 여겨지겠지만, 아직 초고속 통신망이 자리잡지 않던 대한민국에서는 전화선과 모뎀으로 구현하는 최신의 기술이었다. 그 병원은 서울에서 40여 킬로미터 떨어진 중소도시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응급실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가 혹여 발생할 심각한 두통환자의 CT를 촬영하고 그 영상을 과장님께서 직접 집에서 보실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 전화로만 의사소통이 되어서 서울에서 먼거리를 헛걸음하시거나, 심각한 환자가 무턱대고 방치될 가능성을 낮춰준 첨단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록 때때로 과장님의 단잠을 깨웠을 테지만.

  미국 FDA가 2018년 2월 13일 CT영상을 분석하여 뇌졸중 가능성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Viz.Al Contact 앱에 대하여 시장에서의 판매를 승인하였다. 이 제품은 대뇌의 혈관들이 막힌부분에 대하여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만약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가 혈관이 막힌 부분이 의심되는 CT소견을 나타낼 경우 신경외과 전문의의 스마트폰으로 연락을 하여 영상을 다시 확인하게 만든다고 한다, 자동적으로. 신경외과 전문의의 단잠은 깨울 수 밖에 없나보다.

  이와 더불어, 미국FDA는 2018년 4월11일 중등도 이상의 당뇨 망막증 진단을 발견하기 위한 IDx-DR 이라는 인공지능 의료기의 시장 판매를 허가하였다. 미국의 경우 당뇨환자 중 50%가 일년에 한번 꼴로 안과의사를 만나는 검진을 받지 못 하기에 당뇨 망막증을 제 때에 진단을 받지 못하여 시력을 잃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IDx-DR 이라는 장비는 안과 전문의에게 직접 진찰을 받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으로 촬영된 망막의 사진을 분석하여 당뇨 망막증을 진단하게 되며, 이러한 결과를 가능케 하는 것은 딥러닝으로 기계학습이 이루어져서 알고리즘이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이 장비는 임상의사가 없이 선별 검사를 하여 병의 유무를 결정하는 장비로는 처음 시장에서의 판매승인을 받은 것이다. 이 장비는 미국 아이오와 대학 안과교수인 Michael Abramoff가 회장으로 있는 IDx 라는 벤처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Abramoff 교수는 이미 2004년 정도 부터 망막 영상을 컴퓨터가 분석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고 줄기차게 진행하였다. 이러한 연구는 IDx만 독점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어서 2016년 JAMA (미국 의사협회 잡지)에 구글과 인도의 연구진이 딥러능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당뇨 망막증을 안과의사 못지않게 진단할 수 있음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손뼈의 엑스레이 영상 기반 골연령을 알려주는 장비가 2018년 5월 16일 식약처의 2등급 허가를 받았다. 서울아산병원과 뷰노메드라는 회사는 그동안 수집된 수만건의 엑스레이 영상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는데, 이 소프트웨어는 전문의가 판독한 결과와 비교하였을 때에도 차이를 보이지 않는 좋은 성적을 나타내었다.

  인공지능이 의료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이는 막을수 없다. 의사도 이 인공 지능에 대하여 알아야만 살아남을 것이다. 최근 하버드 의대에서도 MIT와 손잡고 '헬스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HST) 라는 프로그램'을 새로 커리큘럼에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미래의 의사에게 인공지능이란 필수품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의사는 인공 지능을 이해하는 의사와 그것을 사용하기만 하는 의사로 나뉠 것이다.

부족하지만, 우리도 준비해야겠다. 딥러닝 책을 열어본다, 아름다운 이 세상을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하여.

물론 내일도 살아남기 위해서인 점도 조금 있음은 부인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