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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암노트] 험한 세상의 다리임일한2017-10-25


 

<대한민국 DMZ>

 

17년전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시작했던 군생활은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자유의 제한이라고 할 수 있었다. 5월에도 진눈깨비가 내려 자연환경이 녹녹치 않음을 보여주는 이곳에 계속 머물러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리고, 민가에서 2시간이 넘게 떨어진 초소에서 기거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답답함을 더하여 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산만이 겹쳐서 보이고 있어서 몇달의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우리 민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갖힘을 겪어야만 한다는 사실은 우리 민족의 아픔을 직접 몸소 겪는 역사의 순간이었다.

 

 이번 방사선의학 웹진 인터뷰, 방사의학의 창 코너에서는 NIH에서 28년간 근무하시면서 항체 방사성 의약품 연구에 매진하신 백창흠 선생님을 모시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을 모시고 인터뷰 하는 것은 연구자로서의 삶에 대한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였다. 1960년대 군복무를 마치시고, 1968년 학업을 미국에서 하시며 그 뒤 연구자로서 활동하시며 1989년 NIH에서 연구를 시작하시어 온 여정들을 들으면서 내 나이 때의 선생님을 그리기도 하였고, 젊은 시절 분투하신 선생님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한국전쟁 이후 군복무를 하시면서 실제적인 군에서의 일이 진행되는 것을 보시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씀하시고 (막사를 세우고, 먹고 살 것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해쳐나가는 것) 피곤한 와중에도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보초를 서면서 하나님께 열정이 있는, 근면의 생활을 바라시는 모습에서 나의 현재 생활들을 되돌아 볼수 있었다. 미국 대학에서 당시 인기였던 양자 역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도서관에서 관련 서적을 다양한 난이도로 대출하여 바다가 보이는 멋진 캠퍼스에서 20시간 넘게 책을 붙들고 씨름하시던 이야기를 들으며 학문을 향한 선생님의 열정을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공부를 하시면서 한잔의 커피를 뽑아서 곁에 친구처럼 두시고 학습에 몰두하시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그다지 먼 시절의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들리었다. 

 

선생님께서는 다리가 되어온 당신의 이야기를 강조하시었다. 한국의 연구자들이 미국으로 연수올 때도 다리가 되어 주셨고, 임상 의학으로의 적용을 위하여 핵의학을 이용한 연구를 하시면서 다리가 되어 주셨다. 우리나라의 역사는 대륙세력과 해양 세력의 다리가 되면서 각축장이 되어 왔다. 임진왜란 및 병자호란, 그리고 구한말 열강의 진출 시도들. 결국에는 그 다리로서 관심을 받게되어 남북한 전쟁을 하게되어 우리나라의 젊은 청년들도 국방의 의무를 세계 어느나라의 젊은이들보다 호되게 짊어지게 된 것이다. 

 

쏟아지는 일상의 잡무 속에서 희미해져가는 초심을 다시 만들어 갈 수 있는 값진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진리를 향한 선생님의 고결한 자세, 그리고 그 노력 배우고 스스로도 닦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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